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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ight >

‘차이나 이펙트’ 사라졌나?

Wednesday, Nov. 1, 2017 |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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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서 동대문까지 개점휴업…



‘차이나 이펙트’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중국에서의 ‘코리아 프리미엄’은 과거의 일이 되고 환상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과연 지난 20여년에 걸친 한국 패션기업들의 중국 진출, 무엇이 문제일까? 그동안 중국 옆에 있는 우리의 입지적 환경이 행운이고 내수시장의 돌파구는 중국이라고 믿어 왔지만 지금은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다. 중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은 백화점에는 썰렁한 기운만이 감돌고, ‘다이궁(보따리상)’ 거래가 불법으로 규정되고 중국인 큰손들이 빠져 나간 동대문은 개점휴업이다.

과연 ‘사드’가 그 원인인 것일까? 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그 이유는 사드만이 아니다. 물론 사드가 쐐기를 박긴 했지만 지금 중국과의 거래가 미궁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의 변화’와 우리의 오만함에 기인한다. 백화점 시대가 저물고 쇼핑몰 시대로 전환, 중국 소비자가 잠에서 깨어난 데다 최근 사드 정국이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가 해 온 대(對)중국 비즈니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한중 교역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오히려 그동안 잘못해 온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 속속 진출하던 국내 기업들이 현지화에 실패하고 법인장들이 고작 금고지기에 불과했다는 사실, 그동안 건방지게 중국인을 무시해 온 우리의 태도가 이제 사드라는 분수령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거부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중 교역 허니문 시대 종말, 코리아 프리미엄 No

그동안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고 평가받은 이랜드와 TBH글로벌(베이직하우스)도 요즘 중국 비즈니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직진출 1세대 대표주자로 평가받아 온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직진출했다가 최근에 결국 판권을 중국 기업에 매각했다.

먼저 그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방식을 살펴보자. 1세대 대표주자는 역시 이랜드다. 비슷한 시기 보끄레머천다이징 등도 진출했지만 1996년 이랜드(회장 박성수)가 직진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드높이며 승승장구했고 그 성과도 화려했다. 그 뒤를 이어 TBH글로벌(대표 우종완)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제일모직(현 삼성패션), 더휴컴퍼니, 형지그룹 등 수많은 업체가 줄지어 진출했다.

하지만 1세대 기업 중 현재 성공을 논할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랜드와 TBH글로벌 정도가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급전직하하는 매출을 붙들 재간이 없다. 이랜드는 「티니위니」를 매각하고 현재 「트위」 「나인걸」과의 합작사를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대체할 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을 유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선회했다. 작년 초 상하이에 아울렛 ‘팍슨-뉴코아몰’을 오픈하면서 유통, F&B 등으로 사업 영역을 전환하고 있다.

직진출 1세대 이랜드 · 베이직하우스 자존심 지켜

TBH글로벌은 쇼핑몰 시대가 가속됨에 따라 쇼핑몰에 최적화된 브랜드들을 론칭했으며 역시 F&B 등에 투자해 중국과 아시아에 진출시키는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우종완 베이직하우스 사장은 요즘 거의 중국에 상주하며 중국 사업부장처럼 움직이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중국시장에 맞게 새로운 비즈니스의 판을 짜기 위해 여념이 없다.

2세대의 중국 진출에서 주류는 합작 형태다. 선마그룹과 잇미샤를 비롯해 오렌지팩토리와 중국 신다그룹, 원더플레이스와 진잉백화점 등이 있다. 국내 기업들과의 합작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진잉백화점은 한국에 지사를 세웠고, 위비스의 「지센」이 직매입 1호로 성공적인 론칭을 한데 이어 동광인터내셔날 등 7~8개 브랜드가 활발한 영업을 펼쳐왔다.

이어 진잉은 2단계 투자 형태로 전환, 신원 등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미스터피자와 토박스 등은 아예 한국 지분을 인수했다. 신원과 합작회사를 만들고 남성복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스터피자와도 합작사를 설립했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2000년 초반에 중국에 진출해 십수 년 동안 많은 투자를 해 왔으나 진잉과 합작한 후 유통망을 확보, 백화점 푸드코트에 대거 입점하면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피자가게가 됐다. 피자를 만드는 과정을 공개해 보여 주는 참신한 정책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2세대는 선마 + 잇미샤 등 합작사로 투자 ‘윈윈’

진잉백화점은 최근 유통 변화에 따라 자사 위주이던 채널을 급격히 쇼핑몰로 바꾸고 있다. 필요한 콘텐츠는 진잉 안에서 활용하지만 합작회사를 통해 중국 내 다양한 유통을 전개하는 형태다. 아동 슈즈 편집숍 토박스의 경우 연매출이 300억원이 채 안 되는데 작년 하반기 진잉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고 지분 22%를 매각했다.

토박스는 지난 4월 한국에서 코스닥에 상장, 주식 액면가가 100원인데 자본금을 액면분할해 10월말 현재 주가는 2500원대, 8월에는 38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사자인 토박스뿐 아니라 진잉백화점도 투자한 지 6개월 만에 투자금의 몇 배의 수익을 냈으니 역시 위너가 됐다. 현재 토박스는 아직 시기상 성패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방식이 합작사의 성공모델로 주목받는다.

합작사라고 해서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원더플레이스도 진잉과 합작사를 설립, 유통을 진잉이 전개한다. 하지만 진잉백화점의 타깃 고객이 원더플레이스와 맞지 않다 보니 A급 위치에 입점해도 매출이 부진해 철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가두에 낸 매장들은 잘된다고 하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진잉백화점, 토박스에 50억 투자 등 합작사 성공

연승의 경우 합작사 설립에 합의하고 일부 매각대금을 받았지만 이후 문제가 발생해 최종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오렌지팩토리의 경우도 투자금 일부만 받고 실제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또 하나의 모델은 라이선스 방식이다. 자사 상품을 잘 구성해 넘겨 주고 브랜드 제공에 대한 로열티를 받으면서 전개하면 큰 투자 없이 진출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유용한 방식이다. 라이선스는 LF의 「헤지스」와 대현의 「모조에스핀」 등이 대표적. 「모조」는 라이선스로 시작해 중국 내 자체 기획도 진행, 현재 믹스된 형태로 운영된다. 라이선스로 시작해 어느 정도 볼륨이 되고 파트너십이 형성돼 현지 생산도 가능하다.

사실 우리가 1990년대에 많이 해 본 유럽 브랜드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생각하면 라이선스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초기에 패션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기업들을 신뢰하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라이선스 비즈니스 방식에서 역지사지해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한다는 전제가 필수다.



「헤지스」 「모조에스핀」 등 라이선스 방식도 고려

세 번째는 대리상 구조다. 아동복 내의 브랜드 「모이모이깜피」는 2015년 8월에 대리상을 만나 불과 2년 만에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좋은 대리상 파트너를 통해 거의 무명의 브랜드를 중국 전역에 유통하고 제2 브랜드까지 중국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도 그 거래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초기진입에 잘 성공한 셈.

브랜드인덱스는 처음에 대리상을 통해 중국에 진출했다가 중국 볼륨이 급속히 커지면서 아예 중국 상표권을 대리상에게 넘긴 케이스. 브랜드 판권 자체를 넘겼지만 그에 대한 매각대금 회수는 100%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드 국면인 데다 브랜드인덱스 본사 자체가 흔들리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판권을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중국시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대리상 구조 「보브」 「모이모이깜피」 등 주목

중국 패션기업 리앤풍과 랑시로 매각한 서양네트웍스와 아가방의 경우 매각 이후 아직 성공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엄마들의 로망인 「블루독」과 「아가방」의 현재 국내에서의 위상과 중국 진출 상황을 놓고 본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형태가 가장 주목받는다. 온라인 직구시장이 열리면서 수많은 한국 회사가 물밀듯 중국 온라인에 밀려들었다.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각했지만 중국 쇼핑몰을 운영하는 전문적인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들어가는 비용만큼 큰 매출을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금방 실망하고 퇴점하거나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비난하며 떠나기도 한다. 금방 판단하고 열었다 닫기를 되풀이하다보니 축적되는 것은 없다.

새로운 방식인 ‘콰이징’은 보세통관을 의미한다. 콰이징 관련 규정이 계속 변화되고 있어서 아직은 어려운 점이 있다. 이를 일찍이 준비한 기업이 아르카인터내셔날(대표 류찬열)이다. 상하이에 대형 매장을 오픈했는데, 외곽이라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법규들이 정비되고 향후 비전을 본다면 유용한 방식으로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 도깨비 방망이? 열었다 닫았다 되풀이

그동안의 비즈니스 방식을 되돌아보면 많은 오류가 발견된다. 중국에 직진출한 1세대 기업 중 이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다가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화이하이루 등 번화가에 매장을 냈다가 1년도 안 돼 매장을 접고 철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은 1세대 때나 지금이나 대부분 중국은 크다, 넓다, 들어가면 돈 벌 수 있다 하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하지만 중국을 존중하지 않고 소비자에 대한 연구도 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다. 시장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도 있다. 국내에서 매출이 100억원이면 중국에서는 당연히 200억원 이상 올릴 수 있다고 단순 계산하지만 그 매출은 불가능하다.

중국에는 경쟁 브랜드가 너무나 많고 중국 공장에서는 믿기지 않는 가격에 품질까지 꽤 좋은 상품이 너무 많다. 진정한 전 세계 경쟁의 장이다 보니 이제는 패션, 식품, 생활용품, 뷰티 등 어떤 카테고리든지 세계적 경쟁 우위에 있는 브랜드나 상품이어야 통한다. ‘한국 프리미엄’도 옛 얘기다. 한국의 SPA형 브랜드 상품을 사느니 티몰에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을 살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굳이 한국 상품을 사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전 세계 경쟁의 장, 한국은 ‘원 오브 뎀’

중국 상품의 질도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유사한 품질과 디자인의 중국 상품이 즐비하다. 중국인이 무조건 한국 브랜드를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실제로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는 수만, 수십만 개의 상품 풀 가운데서 경쟁해 트래픽을 끌어와 판매하려면 훨씬 힘들다. 그중에서 한국은 단지 ‘원 오브 뎀’일 뿐이다.

“사드 국면을 기점으로 중국 진출 비즈니스 형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에 여전히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간에 견지해 온 우리의 비즈니스 방법을 바꿔야 하고, 그렇게 한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

지금 중국의 유통, 소비자 상황은 거의 한국과 대동소이하다. 거품이 빠지면서 럭셔리 하이엔드에 대한 관심이 줄고 합리적 소비로 돌아선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 높고 품질 좋은 상품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과시적 소비에서 급속히 변화하면서 그에 맞는 브랜드인 SPA 「자라」 「H&M」 「유니클로」가 고도 성장중이다. 또한 패션 중심에서 F&B와 라이프스타일로 급선회하고 있어 소비 성향은 한국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가성비↑, 백화점→쇼핑몰, 오프라인→온라인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값비싼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다. 오프라인은 한국보다 비싸고 온 · 오프라인의 가격 차가 너무 심해 백화점에서 보고 나서 진둥에서 산다. 이제는 타오바오와 티몰, 진둥, VIP를 찾아보면 없는 상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소비자들의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백화점이 쇼룸으로 전락, ‘쇼루밍족’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동일하다.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전국화하려면 성마다, 지역마다 모든 조건과 상황이 달라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으로 많이 들어오는데, 동시에 온라인은 또 오프라인이 있어야 더 잘된다.

이제 직구시장이 열려 한국에서 상품 대응을 잘 할 수 있다면 시장을 테스트하기에 온라인이 좋다. 테스트 후에 잘되면 여러 종류의 파트너가 찾아와 기회도 열린다. 오프라인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다는 면에서 온라인은 주목할 만한 방식이다.

한국 기업 신성장동력 = ‘새로운 對中 접근방식’

각 회사의 상황과 최고 의사결정자의 마인드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품의 경쟁력에 대해 확신이 있고 길게 보고 투자하는 제대로 된 브랜딩을 원한다면 직진출하는 것이, 그럴 능력이 없다면 무조건 파트너를 두고 진출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큰 투자와 인내를 요하는 직진출을 할 능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면 자사에 맞는 파트너를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파트너를 찾는다 해도, 우리에겐 여전히 ‘협력과 상생’의 마인드보다는 아집과 편견이 더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내가 직접 다 해야만 한다는 것도 난센스다. 그동안 최고경영자가 직접 가 보지도 않고 결정권도 없는 법인장들만 보내 돈을 버리며 너무 많은 기업이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그동안 생각해 온 고정관념을 버리고 겸손하고 낮은 자세와 파트너십, 양보와 조율로 새로운 국면을 찾아가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제 신규 브랜드 론칭조차 하지 않는다. 대기업들은 성장동력이 없다. 디지털에 대한 특별한 대안도 없다. 과연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대로 컨버전스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답은 여전히 중국에 있다. 이에 동의한다면 이제 우리는 방법을 달리해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할 때다. 한국과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거대 시장 중국, ‘새로운 중국 접근’이라는 점에 주목해야만 할 때다.

**패션비즈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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