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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니클로」 대항마 없나?

Monday, Dec. 5, 2016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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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이어 남성복 이너웨어 아동복까지 ‘흔들’




일 브랜드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니클로」의 파죽지세가 올해도 계속됐다. 에프알엘코리아(대표 홍성호)는 8월 말 결산 기준 1조1820억원 실적으로 마감했다. 전년대비 6% 신장으로 성장세가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지난 2006년 첫 회기 매출을 205억원으로 신고한 이후 올해 11번째 회기를 맞아 무려 60배에 가까운 비약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다수 패션 기업이 2011년을 정점으로 최근 5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좀체 흔들림이 없다. 「유니클로」는 ‘폴라플리스’를 시작으로 ‘히트텍’ ‘캐시미어’ ‘경량 패딩’ ‘진’ ‘피케셔츠’ ‘캐주얼 셔츠’ ‘드레스 셔츠’ ‘브라톱’ 등 시즌마다 히트 아이템을 쏟아 냈다. 여기에 아동복 인스타일 스포츠웨어 조닝까지 속속 확장하면서 ‘「유니클로」 = 라이프웨어’라는 등식을 만들어 냈다.

유통망도 2006년 첫해 10개로 시작해 올해 8월 말 결산 기준 173개(11월 말 현재 179개)로 늘었다. 올해도 16개 매장을 오픈해 연평균 개점 숫자와 비슷한 속도로 출점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 205억, 올해 1조1820억으로 60배 ↑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한국 패션 시장에서 「유니클로」가 화려한 성적표를 그리면 그릴수록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국내 패션 기업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 패션 시장을 주도한 이지캐주얼군은 「유니클로」 등장 이후 백화점 조닝이 크게 축소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지오다노」를 비롯 「폴햄」 「NII」 「TBJ」 등 몇몇 대표 주자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백화점 무대에서 퇴장한 브랜드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피케셔츠’를 주력 아이템으로 전개해 온 남성 트래디셔널을 비롯 드레스 셔츠, 진 캐주얼, 이너웨어, 아동복, 심지어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유니클로」 광폭행보에 무차별 폭격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어든 국내 소비자들에게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운 「유니클로」의 상품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때마침 트렌드까지 놈코어 룩(평범하지만 센스 있는 스타일)이 부상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니클로」를 앞다퉈 구매했다.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은 매년  퀀텀 점프를 일궈 내면서 한국 상륙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빅 브랜드로 성장한 토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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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등 빅 3 근시안적 시각이 NB 붕괴 초래
우리는 왜 「유니클로」의 대항마를 만들지 못했을까? 왜 「유니클로」에 대응할 만한 상품력과 퀄리티,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1조원 넘는 거대 시장을 그냥 내주고 말았을까? 뛰어난 창작력을 요구하지도, 엄청난 기능성을 요구하지도 않는,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는 패션 영역에서 말이다.  

물론 수수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국내 최대 패션 유통 기업인 이랜드를 비롯 삼성물산 신성통상이 각각 「스파오」 「에잇세컨즈」 「탑텐」 등 대항마를 론칭하고 「유니클로」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이 토종 3인방 가운데 제대로 홀로서기를 한 곳은 아직 없다. 일각에서는 후발 토종 SPA 경우 매년 700억~800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시스템과 수천억원의 자금이 요구되는 SPA 시장에서 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제조직판형의 SPA 개념을 구현하는 데서 ‘제조’보다는 ‘직판’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SPA가 박리다매형의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빠른 속도로 유통망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국내 유통 환경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수수료에 부동산 초기 투자 비용이 너무 크고, 매머드한 규모의 매장 운영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수업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확장이 가능했던 것은 유통가의 파격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롯데쇼핑(대표 이원준)은 백화점을 비롯 아울렛 대형마트 등 자사 유통채널의 노른자위에 660~990㎡ 규모의 매머드한 매장 공간을 10%대 초반의 파격적인 판매수수료 조건으로 내주면서 「유니클로」의 무혈입성을 도와준 꼴이 됐다.

내셔널 브랜드 경쟁력↑, 유통 수익 제고로 직결
에프알엘코리아에 49%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매년 발생한 이익잉여금에 대해 지분율만큼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유니클로」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도 경영상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판알을 튕겼을 수도 있다. 국내 패션 유통을 이끌어 가는 맏형다운 모습은 배제한 채 철저하게 사기업의 이익만을 챙긴 것이다.  

비단 「유니클로」를 유치한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세계백화점은 「H&M」을, 현대백화점은 「COS」를 유치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내셔널 브랜드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빅 3 백화점이 해외 명품과 글로벌 SPA에 속속 자리를 내주고서 내셔널 브랜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한 셈이다. 그 결과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봇물 터지듯 내셔널 브랜드들의 백화점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패션유통 시장이 악순환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국내 패션 유통에 지배력을 갖고 있는 빅 3 유통이 근시안적인 매출과 실적에 쫓겨 더 이상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한국 패션 산업이 「유니클로」에 의해 완전히 점령 당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최소한 내셔널 브랜드들이 역차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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