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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sight >

「8”」 한국형 SPA 해법(?) 찾다

Tuesday, Nov. 1, 2016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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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야심작~





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극히 이례적으로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1층 매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방문은 리뉴얼 오픈한 「에잇세컨즈」 신촌점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30여분 남짓 353㎡ 규모의 매장을 구석구석 둘러본 이 사장의 입가에 마침내 미소가 감돌았다. 「자라」 「유니클로」와는 다른 한국형 SPA를 구현하고 싶은 이 사장의 특명이 제대로 구현된 모델 숍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공간이 다르니 옷까지도 달라 보인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아직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에잇세컨즈」가 한국형 SPA이자 넥스트 SPA의 모델 숍을 만들어 냈다. 글로벌 SPA인 「자라」 「H&M」 「유니클로」를 모방한 매장이 아니라, 편집숍의 강점과 SPA의 장점을 믹싱해 한국형의 진화된 편집형 SPA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마디로 SPA의 특징인 ‘가성비’를 뛰어넘어 대세인 편집숍의 강점인 ‘쇼핑 경험을 통한 감동’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하 삼성패션)은 신촌점의 성공적인 리뉴얼 오픈을 계기로 그 매뉴얼을 2개 매장에 추가 적용해 비즈니스 모델로서 성장 가능성을 검증한 뒤 확신이 서면 전 점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5년 동안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린 「에잇세컨즈」가 비로소 ‘K-패션’과 K-디자이너에 근간을 둔 토종 SPA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진 셈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더 큰 수확이다.

「에잇세컨즈」 신촌점, 넥스트 SPA 구현해
이는 고스란히 매출로도 입증됐다. 그동안 「에잇세컨즈」 신촌점은 전체 35개 매장 가운데 중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리뉴얼 오픈 이후 일평균 매출 기준 톱 5 수준으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다른 상위권 매장이 신촌점보다 5배나 큰 규모임을 고려할 때 평효율로 따지면 압도적인 성과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부쩍 늘며 신촌 상권의 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곳 「에잇세컨즈」 매장이 다른 점포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SPA의 강점인 잘 짜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편집숍의 강점인 감성이 잘 버무려져 있다는 점이다. 매장의 운영은 철저하게 글로벌 SPA 브랜드처럼 구역별 카세트 MD를 기반으로 VP(Visual Presentation) PP(Point of Sales Presentation) IP(Item Presentation)를 강조하며 체계적·과학적으로 운영되지만, 보여 주는 매장 분위기와 비주얼은 편집숍처럼 감성 전달을 우선했다.

실제 유플렉스 1층에 자리 잡은 「에잇세컨즈」 매장은 화사한 인테리어로 일단 고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외부 환경이 절반 정도 비치는 화이트 톤의 커튼으로 창가를 장식했으며 우드 집기, 조명의 밝기까지도 염두에 두고 판매 장소라기보다는 마치 편안한 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편집숍의 감성 & SPA의 과학, 절묘한 결합(?)
매장 곳곳에 가드닝 콘셉트로 싱그러움을 주고, 계산대 앞쪽에는 아예 식물을 판매하는 「슬로우파마씨(Slow Pharmacy)」도 입점시켰다. 피팅 룸도 소녀의 방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이뿐만 아니라 매장 한복판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소파를 배치하고, 1층 엘리베이터 앞도 가드닝 콘셉트로 장식해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판매 중심, 효율 중심으로 짜인 SPA의 공간 구성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요소를 섬세하게 적용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기본적인 진열 형태 역시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폴딩 방식으로 아이템을 꽉꽉 채워 구매를 강요하는 SPA 매장의 분위기를 탈피했다. 대신 행어 중심의 페이스-아웃, 슬리브-아웃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배치해 고객들이 편안하게 둘러보고 자연스럽게 연결 구매가 이뤄지도록 구성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의 키는 결국 이성보다 감성에 있다고 보고 이를 강조한 것이다.  

‘한국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 진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에잇세컨즈」의 대의명분이 가장 강조된 조닝은 ‘인디 브랜드 존’과 ‘에디션 존’이다. 모두 「에잇세컨즈」 신촌점에 처음 적용된 MD다. 이 중 ‘인디 브랜드 존’은 10~20대 초반의 영층을 타깃으로 한 상품들로 채워졌으며 의류는 물론 신발 가방 등 잡화와 휴대폰 케이스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집객 효과를 노렸다.

톱 5 수준으로 매출 수직 상승, 평효율 최고
‘에디션 존’은 K-패션의 보고인 동대문의 우수 거래선을 발굴해 ODM 형태로 구성한 조닝이다. 기존 동대문 기반 OEM 상품과 달리 영층이 아닌 미시층을 겨냥한 상품 위주로 구성해 소재와 감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두 조닝의 상품 구성은 전체 비중에서 각각 15%씩 차지한다.

매출을 주도하는 파워 아이템은 매장 내 주요 스폿 3곳에 중복 진열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집중 구매를 이끌도록 했다. 이번 신촌점 리뉴얼 오픈 행사에서는 대물량으로 준비한 핸드메이드 코트와 상·하의 니트가 파워 아이템 역할을 톡톡하게 해냈다. 무엇보다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SPA식 파워 아이템으로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려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에잇세컨즈」는 매장 분위기는 감성을 강화한 가운데 대물량의 상품 공급 체계와 매장 운영 방식은 SPA식 시스템을 도입해 효율과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동대문 기반 OEM 생산의 경우 기존에 5.5주가 소요되던 것을 4주로 단축했고, 동대문 기반 ODM 생산의 경우 일주일 내 입고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잡았다. 4주 이상 걸리는 글로벌 생산보다 훨씬 호흡이 빠른 만큼 판매율과 회전율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조춘호 상무 변신 주도
조춘호 영업담당 상무는 “「에잇세컨즈」 현대 신촌점은 SPA의 과학적인 판매 방식에 편집매장의 감성과 재미 요소를 더해 집객을 이끄는 넥스트 SPA라고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시도를 담은 신촌점 매장을 통해 「에잇세컨즈」만이 보여 줄 수 있는 한국형 SPA 요소들을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의 구원투수로 활약하는 조 상무는 6월 초 영업 담당 임원으로 전격 투입됐다. 조 상무는 F&F 신원 등 패션 전문 기업에서 사업부장으로 활약하며 브랜드 개념을 익혔다. 이어 동대문 사입 편집숍 ‘버스갤러리’를 비롯 ‘앤도르’ ‘플러스에스큐’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리테일 개념을 터득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강점을 두루 익힌 만큼 K-패션의 엄청난 보고인 동대문의 막강한 디자인과 생산 시스템을 「에잇세컨즈」에 접목하는 데 그만한 적임자도 없는 셈이다.

삼성 측은 “「에잇세컨즈」 현대 신촌점은 뉴 시대 변화에 맞는 컬처 콘텐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K-패션과 K-디자이너, K-팝, K-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의 다양한 이미지와 스토리를 개발해 「에잇세컨즈」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 출발선상에 놓인 「에잇세컨즈」가 넥스트 SPA의 모델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글로벌 SPA와의 경쟁에서 토종 SPA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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