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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상표권 분쟁, 체크무늬 체크해보셨나요??

Thursday, August 10, 2023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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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는 오랜 관록이 빛나는 패션패턴이다. 그 종류만 10개가 넘는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대중적 사랑을 누린 타탄체크, 아가일체크, 세퍼드체크부터 비교적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각광받는 글렌체크, 해링본체크, 깅엄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친근한 체크무늬가 대중의 허를 찌르는 역습을 개시했으니…. 신사의 나라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중·고생들에게 공공의 적을 자처하며 디자인 보호에 나선 것이다!

사연인즉슨, 버버리는 2019년경부터 국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약 200곳의 교복 디자인이 버버리의 체크패턴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에 따른 법률적 조치를 경고했다. 체크 무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버버리 무늬는 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버버리 체크는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문양이다.

버버리의 체크 패턴은 1924년경 블랙, 화이트, 오렌지, 브라운의 교묘한 조화 속에서 중세 기사 문양을 넣어 탄생했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타탄 무늬에서 비롯된 버버리 체크는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상표권을 등록한 이래 디자인 보호 차원을 넘어 상표법상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버버리 체크와 비슷한 패션 디자인은 버버리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동안 다양성이나 특별한 패션 감각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청소년 교복이 뻔하디뻔한 체크무늬에 안주하고 있다가 버버리의 대대적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꼴이다. 버버리 측의 조치에 뾰족한 수가 없었던 학생복산업협회는 버버리와 협상한 결과, 작년까지 기존 체크 디자인을 계속 사용하도록 했고 2023년부터 교복 디자인을 새롭게 변경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2022년 이전에 버버리 패턴과 유사한 교복을 구매한 청소년은 새 교복을 구매하지 않은 채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복협회는 재고 손실을 떠안게 됐으며, 향후 새로운 디자인 선정도 골칫거리가 됐다.

교복업체들의 무지몽매와 게으름은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의 시름과 소름으로 이어졌다. 쉽게 베끼고 쉽게 넘어가던 우리 패션업계 관행의 처절한 자업자득인 셈이다. 버버리는 예전에 우리 패션업체들에 디자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다. 2013년 버버리는 당시 LG패션(現 LF)이 수입해 판매하던 영국 브랜드 ‘닥스(DAKS)’의 체크무늬가 버버리 체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닥스 의류의 제조 · 판매를 금지하고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닥스 디자인도 스코틀랜드 타탄에서 영감을 받아 1974년경 카멜, 브라운, 블랙을 섞어 세상에 나왔다. 영국 브랜드들이 자기 나라가 아닌 한반도에서 체크무늬 전쟁을 벌이다니…. 장시간 치열한 공방을 거쳐 법원은 버버리의 손을 들어줬다.

닥스 상표등록이 15년 이상 늦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LG패션이 버버리에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했다. 닥스의 제조 판매까지 금지하지 않았으므로 LG패션도 겨우 체면을 세웠지만, 언제든지 버버리가 닥스에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버버리는 2014년 쌍방울과 진행한 상표권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렇게 버버리가 자신의 체크 무늬에 예민하고 철저한 브랜드라는 점을 한참 전에 알았으면, 교복업체들은 진작에 대비해야 하지 않았을까? 체크무늬뿐만이 아니다. 루이비통닭, 프라닭, 샤넬주사 분쟁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어떠한 디자인과 상표가 우리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을지 모른다. 해외 패션 분쟁 뉴스를 보면서, 남의 나라 얘기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패션시장과 K-브랜드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체크무늬 체크해 보셨나요?’ ‘○○상표 검토해 보셨나요?’ 등은 이제 우리 패션 종사자들의 안부 인사말이 됐다.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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