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Report

< Insight >

넛 크래커* 신세, 韓 패션 대안은?

Thursday, Sept. 1, 2016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 VIEW
  • 4287


국 패션산업이 중국의 자본력과 제조력, 일본의 브랜드력과 시스템에 밀려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특히 중국은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 한국 패션기업을 속속 사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일본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한국 패션시장의 마켓 셰어를 장악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 G2로 성장한 중국의 막강한 자금력이 국내 패션기업들을 휘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국내 대표 유아동복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온 서양네트웍스(대표 서동범)와 아가방앤컴퍼니(대표 신상국)는 최대주주 지분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갔다.

서양네트웍스의 경우 지난 2013년 2월 지분의 70%가 중국의 리앤펑그룹으로 1980억원에 매각됐다. 경영권은 창업자인 서동범 사장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관해서는 리앤펑그룹에 일일이 컨펌을 받고 진행하는 모양새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창업자 김 욱 회장의 지분 전량과 경영권이 320억원에 중국 랑시그룹으로 넘어갔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중국 랑시그룹이 재중 교포인 신동일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아가방앤컴퍼니의 최대 지분이 매각됐다 하더라도 한국적 기업문화와 정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나 머니, 100억 투자 규모로 韓 패션 러브콜
코스피 상장기업인 아비스타(대표 김동근)는 중국 디샹그룹의 지분참여가 이뤄졌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11월 중국 디샹그룹에 최대주주 지분이 넘어갔으나 지난해 초 2대 주주이던 김동근 사장이 25.5%의 지분율을 확보해 오너십을 회복했다. 이 기업들 외에도 100억원 규모의 투자 범위에서 국내 패션기업을 인수하고 싶다는 ‘차이나 머니’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브랜드의 국내 전개 현황은 어떠한가? 한 · 일 합작회사인 에프알엘코리아(대표 홍성호)가 전개하는 「유니클로」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매출 1조1000억원을 돌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 냈다. 역시 한 · 일 합작사인 다이소아성산업(회장 박정부)이 전개하는 저가형 생활용품 전문 스토어 ‘다이소’ 역시 지난해 국내에서만 1조원 매출을 넘어섰다.

「데상트」 「르꼬끄스포르티브」 「먼싱웨어」 등을 전개하는 데상트코리아(대표 김훈도)도 지난해 6500억원을 달성해 경기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메가 트렌드로 오면서 이쪽 영역을 선점하고 있던 무지코리아(대표 오오니시 가쓰시)의 「무인양품」 역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日 「유니클로」 「무인양품」 「데상트」는 고공비행
이런 가운데 한 단계 진화된 버전인 중국의 자본력과 일본의 디자인력을 겸비한 브랜드들까지 가세하는 추세다. 중·일 합작품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킬러 「미니소」의 상륙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8월18일 서울 마포구 신촌에 1호점을 오픈한 미니소코리아(대표 고민수)는 오는 2020년까지 700개 매장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그렸다.

얼핏 보면 얼토당토않은 수치다. 한국 패션시장에서 하나의 대기록을 만든 「유니클로」가 10년 만에 달성한 매출을 단 1/3의 기간 안에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허언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미니소」에서 보여 준 놀라운 성과는 단 10%의 가능성을 100%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 브랜드는 중국의 자본력과 일본의 디자인력이 결합해 글로벌브랜드로 탄생됐다. 브랜드 창업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미야케 준야(Miyake Jyunya)와 공동 창업인 겸 아시아 지역 회장을 맡고 있는 예궈푸에 의해 2013년 9월 미니소산업이 설립됐다. 이듬해에 도쿄에 1호점을 열었고, 1년 반 만에 중국 미국 필리핀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홍콩 중심으로 1500개 매장을 돌파했다. 지금도 매달 80~100개의 「미니소」 매장이 전 세계에 오픈하고 있다. 글로벌 미니소는 오는 2020년 6000개 점포 10조원 매출을 자신한다.

中 · 日 합작 생활용품 카테고리 킬러 「미니소」 상륙
미니소코리아는 올해 2월 100% 국내 자본에 의해 설립됐다. 이 회사는 「미니소」의 한국 판권 10년과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 10년 조건의 전략적 협의를 맺었다. 또한 한국의 우수상품을 발굴해 「미니소」에 공급하는 글로벌 상품 소싱 제휴도 단독체결했으며 온라인 판매권도 확보했다.

이 회사는 「미니소」를 라이프스타일의 SPA, 일명 ‘SPL(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Lifestyle)’로 규정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빠른 확산을 자신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3가지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글로벌 소싱을 통해 확보한 놀라운 가격과 여기에 뛰어난 품질까지 갖췄다.

실제 이곳의 뛰어난 디자인과 퀄리티에 견줘 볼 때 가격은 너무나도 싸다. 특히 IT 관련 제품은 놀라움 그 자체다. 10만원을 상회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곳에서는 1/5 가격인 2만원이면 살 수 있다. 디자인과 퀄리티를 놓고 보면 아이템당 족히 2만~3만원을 예상하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2000~3000원 수준에 불과해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객단가는 피스당 단가의 10배인 2만~3만원 수준에 형성된다.

금융자본 가세, 라이프스타일 SPA인 ‘SPL’ 구현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미니소코리아의 COO로 활동하는 선원규 부사장은 “「미니소」는 일본의 아이디어와 중국의 자본력이 결합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산업 자본만으로는 이러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요. 대규모 금융자본이 가세했기 때문에 브랜드 론칭 초반부터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량 판매가 가능했죠”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미니소」가 놀라운 것은 지속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점입니다. 아이템당 10만~50만장의 대량생산으로 원가 비용을 1/3 수준으로 낮췄고, 유통 코스트 역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절반 이하로 낮췄습니다. 시스템화, 매뉴얼화로 매장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 역시 거품을 확 뺐습니다. 그러면서도 매주 100여종의 신규 상품을 개발 공급해 소비자들을 끊임없이 매장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요. 제조직판형의 말 그대로 진정한 SPL을 구현한 것이죠”라고 「미니소」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중국의 자본력과 일본의 디자인력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두 국가의 장점이 결합된 「미니소」와 같은 브랜드가 상륙하면서 한국 패션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패션시장은 외국계 기업들의 지배와 통치를 받는 식민지(?) 상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 리테일 매니지먼트 비용↓ 디자인 개발↑
그렇다고 애국심에 호소할 텐가? 온라인화 모바일화로 전 세계가 시공을 초월하고 국경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 만큼 그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뿐이다. 결론은 「미니소」처럼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적인 상품으로 지속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거나, 「데상트」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멋진 브랜딩 작업을 계속하면서 끊임없이 충성고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수천억원의 자금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대기업이나 금융자본이 가세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는 도전이다. 국내 최대 패션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스파오」를 필두로 「미쏘」 「후아유」 「라템」 등 10여개의 SPA로 패션사업 부흥에 나섰지만 가중된 부채비율 부담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애로를 격고있다.  

거액 투자 필요한 SPA 브랜드 육성 ‘진퇴양난’
삼성물산(패션부문장 이서현)과 신성통상(대표 염태순) 역시 지난 2012년 2월과 6월에 각각 「에잇세컨즈」와 「탑텐」을 론칭하고 SPA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4년이 경과한 현재 양 사 모두 수천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가운데 BEP 도달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들 브랜드에 앞서 SPA를 표방했던 「코데즈컴바인」 등은 이미 쓴잔을 마셨다. 때문에 SPA 시장은 추가 유입보다는 지금 브랜드들 중심으로 옥석이 가려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내 대다수 패션 전문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후자인 브랜딩 강화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일 때 한섬(대표 김형종)이 나 홀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브랜딩이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여성복 대표 주자인 「타임」이 치고 나가면서 「시스템」 「마인」 「SJSJ」 등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부터 한섬은 적극적으로 「시스템」 키우기에 돌입했다. 단일 브랜드로 2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타임」에 이어 「시스템」을 ‘한섬의 투톱’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캐주얼 감성이 강한 ‘2’ 라인을 선보였고, 이번 F/W시즌부터 좀 더 모던하고 심플한 느낌의 고급 라인 ‘0’가 추가된다.

삼성물산 한섬, 정체성 뚜렷한 빅 브랜드 키우기
최근 삼성물산은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발표하면서 남성복을 크게 고가형 「갤럭시」와 중가형 「로가디스」로 편제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 캐릭터 조닝의 맏형 격인 「엠비오」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차원에서 볼 때 ‘잘했다’는 평가다. 여성복의 경우 「구호」와 「르베이지」에 집중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삼성물산과 한섬의 경영진이 내린 의사결정의 공통점은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빅 브랜드 키우기’다. 이제 국내 패션마켓은 우리만의 리그가 아닌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다. 의류만이 아닌 뷰티 리빙 F&B에 이르기까지가 모두 패션의 범주로 확대되면서 확실한 브랜드 인지도 구축이 또 다른 승부처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 정도면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었지만 이제는 2000억원 규모는 돼야만 소비자들이 알아주는 상황이다. 결국 패션기업들은 고만고만한 브랜드들을 여럿 내놓는 다브랜드 전략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빅 브랜드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취할지에 대해서는 각 사의 내부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금 바로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넛 크래커(nut-cracker) : 호두를 양쪽에서 눌러 까는 호두 까기 도구를 말하는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본 기사와 이미지는 패션비즈에 모든 저작권이 있습니다.
도용 및 무단복제는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므로 허가없이 사용하거나 수정 배포할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Fashionbiz , 글로벌 패션비즈니스 전문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