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장점이 돌아왔다!? 「블랙피에르」

    minjae
    |
    18.03.05조회수 1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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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 모던 완벽한 조화, 온라인 맞춤



    1980년대 기성복이 시장을 점령하며 점점 사라졌던 양장점이 돌아왔다? 2000년대 들어 패스트패션이 유행하며 완전히 자취를 감춘 듯 보였던 맞춤복이 온라인과 만나 새로운 패션을 제시한다. 이제 클래식 영화 속의 한 장면으로만 어렴풋이 떠오르는 양장점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무대에 등판한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다.

    스페인 첫 온라인 맞춤복 「블랙피에르(Blackpier)」는 순전히 창업자의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 평소 기성복이 잘 맞지 않는 몸 때문에 옷을 살 때마다 고충을 겪었던 그는 우연히 간 중국 상하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스로를 ‘평범한 중산층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블랙피에르」 창업자 조엘 졸리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누이 들으며 자랐지만, 정작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었다고 했다. 패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냉난방 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스페인 경제가 한창 암울하던 2011년 몇 달째 밀린 월급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상하이에서 우연히 온라인 양장점 아이디어를

    절망적인 상황에서 상하이에 살고 있던 친척의 권유로 무작정 상하이를 향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온라인 양장점을 발견한 그는 바로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전한다. 사실 양복만큼 몸에 꼭 맞는 치수가 중요한 의류도 없을 것이다. 소매나 어깨가 조금만 안 맞거나 허리 둘레가 조금만 달라져도 옷의 핏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시간 업무를 위해 입고 있어야 하는 옷이 잘 맞지 않는다면 그만큼 일의 효율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그동안 기성 양복을 산 후 다시 수선을 해야 했던 번거로움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또한 그 수고가 비단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스페인에 이 온라인 양장점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동업자를 찾는 것이었다. 곧 상하이에 살고 있던 같은 고향 출신의 로버트 카브레라, 세르히오 루아세스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다미아 카스텔까지 투입되며 2012년 드디어 「블랙피에르」가 탄생했다.

    첫 번째 성공 키워드 ‘마음 맞는 동업자 찾아라!’

    창업자인 조엘 졸리는 “성공적인 패션 스타트업을 위해 가장 우선시되는 조건은 마음에 맞는 동업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는 적극적으로 동업자를 모집하며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이끌어 냈다. 동업자들끼리 각자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블랙피에르」의 네 동업자 가운데 그 누구도 패션을 공부하거나 관련 경험은 없었지만 서로의 강점을 살려 브랜드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우선 경영을 공부한 창업자 조엘 졸리는 브랜드 전체 경영과 더불어 상하이에서 직접 제품생산과 품질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동업자 세르히오 루아세스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온라인’브랜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웹 디자인과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 생산 온라인 마케팅 등 4인 창업자 조인

    다른 동업자 로버트 카브레라는 스페인에 머물며 스페인과 상하이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다미아 카스텔은 브랜드 마케터로 근무 중이다. 4명의 청년 동업자는 각각 상하이와 스페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지난 6년간 브랜드를 성장시켜 왔다.

    처음 「블랙피에르」를 시작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초기 자본 확보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이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본은 충분하지 않았다. 여러 노력 끝에 이들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정부 지원금과 서로의 주머니를 털어 만든 5만유로(약 6500만원)가 이들의 첫 자본금이었다.

    남성용 맞춤양장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블랙피에르」는 남성용 정장, 셔츠, 액세서리를 취급한다. 왜 남성용 맞춤양장을 고집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여성복에 비해 ‘수익성이 더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지원 초기 자본, 수익성 높은 남성복 공략

    여성의류는 남성복에 비해 디자인이나 브랜드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따라서 온라인 시장에서 웬만해서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반면 남성용 정장이나 셔츠 등 기본 아이템의 경우 자기 몸에 꼭 맞는 맞춤의상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갖는 장점은 매우 크다. 「블랙피에르」에 충성심이 높은 단골 고객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양장점에서 맞춘 의상이라고 하면 높은 가격대, 긴 제작기간 때문에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진다. 또한 패스트패션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하이패션 디자인을 쉽게 만나게 되면서 양장점이 설 길은 더더욱 사라졌다.

    「블랙피에르」는 거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로 주문 후 2주 안에 전 세계로 제품을 배송한다. 셔츠의 경우 49유로(약 6만원)대부터, 맞춤 정장세트는 300유로(약 39만원)부터 시작한다. 99유로 이상 주문 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해 배송비 부담도 줄였다.

    中 생산 합리적 가격, 3D 이미지 다양한 옵션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맞춤 의상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창업자 조엘 졸리가 상하이에서 직접 중국 업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문을 받은 즉시 중국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매장 임차료, 운영비, 인건비 등을 줄인 것도 가격 거품을 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블랙피에르」의 성공비결은 ‘양장점’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제품에 있다. 「블랙피에르」가 제공하는 고객맞춤 옵션은 상상초월이다. 단순히 몸 길이에 맞춘 옷뿐만 아니라 옷을 재단하는 실 컬러까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로 제품을 보면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가령 셔츠를 구매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재질을 고르게 된다. 면, 구겨짐이 덜한 재질, 리넨 등이 기본 옵션이다. 재질을 고르고 나면 172가지 옷감의 패턴을 고를 수 있다. 이때 인기가 많은 패턴도 알려준다. 옷감을 모두 고르고 나면 컬러와 디자인을 고를 수 있다.

    게임하듯 쉽고 재미있는 클릭으로 맞춤 제작

    옷깃의 길이와 버튼의 유무 등이 각기 다른 총 10가지의 디자인 중 선택하면 된다. 소맷단 역시 다양한 디자인의 10가지 스타일이 구비돼 있다. 이어 가슴 주머니, 핏(일자 혹은 슬림핏), 소매 길이, 단추 여밈 스타일, 밑단 트임 여부, 칼라 안감, 단추 부분 안감, 단춧구멍의 실 컬러를 선택한다.

    앞단추 혹은 소맷단에 이니셜 기입 여부, 이니셜의 실 컬러까지 선택하고 나면 나만을 위한 맞춤 셔츠가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이 옵션을 클릭할 때마다 3D 디자인으로 바로 구현돼 웹에서 볼 수 있다. 소비자는 마치 게임을 하듯이 이리저리 디자인을 선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완성된 자신의 셔츠를 눈앞에서 보게 된다.

    아울러 ‘착장 모습 확인’옵션을 누르면 자신이 디자인한 셔츠를 입은 모델사진이 떠서 착장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모델 착장 사진에서는 모델이 입은 바지 컬러도 바꿔 볼 수 있어 내 셔츠가 어떤 컬러의 바지와 어울릴지도 예상이 가능하다.

    온라인 장점 살려 70% 이상 매출 해외 판매

    고객의 몸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 브랜드 사이트에서는 올바르게 몸 치수를 재는 동영상도 제공한다. 한번 입력한 치수는 고객정보에 저장돼 이후 구입부터는 디자인만 고르면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또한 의류뿐만 아니라 넥타이, 포켓치프, 머플러, 벨트, 커프스, 서스펜더 등 모든 제품을 제공해 이 사이트에서 풀 착장 구입을 가능하게 했다.

    「블랙피에르」는 온라인 브랜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스페인 외에도 독일 · 이탈리아 · 영국 등 40여개국에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70%가 해외에서 나올 만큼 비중이 높다.

    해외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사이트는 스페인어, 영어(영국식과 미국식 2가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모두 5가지 언어를 제공한다. 고객은 대개 양장을 자주 착용하는 젊은 사업가나 전문직 등 합리적인 가격과 개성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30대 전후가 많다.



    바르셀로나 등 오프라인 진출 고객 소통 시작

    최근에는 사업을 더욱 확장해 온 · 오프라인의 조화를 노리고 있다. 지난 2016년 고향 스페인 레리다에 첫 매장이자 직영점을 오픈한 「블랙피에르」는 최근 바르셀로나에 두 번째 매장이자 첫 프랜차이즈를 오픈했다.

    한편으로는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듯이 고객이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매장을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제품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한다는 전략이다. 조만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도 「블랙피에르」의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사양화된 것으로 여겨지던 맞춤 양장점을 온라인으로 부활시킨 「블랙피에르」는 시작한 지 2년 만에 매출이 3배 성장했다. 비록 아직 눈에 띄게 높은 매출은 아니지만 꾸준한 사업 확장으로 현재 스페인 패션 스타트업 브랜드 중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패션비즈 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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