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트럼프도 사로잡은 「델포소」 주역
    하이패션 디자이너 조셉 폰트

    minjae
    |
    18.01.15조회수 12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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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제2의 도시이자 가우디의 건축물로 유명한 세계적인 관광도시 바르셀로나. 이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카탈루냐 자치 지역이 지난해 10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자치정부를 해산했으며 스페인 전역에서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중앙 스페인과는 다른 문화와 언어로 그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간직해 온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 내에서도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손꼽힌다. 대표적인 예술가만 보아도 가우디,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등 세계적인 수준이다.

    패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의 매출 순위 상위 16개 패션 브랜드 중 거의 절반인 7개 브랜드가 카탈루냐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망고」 「데시구엘」 「토우스」 「프로노비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 중 일부는 스페인 전국에서 카탈루냐 독립 선언에 반대하며 펼쳐지는 카탈루냐 브랜드 보이콧에 영향을 받아 매출 타격을 입기도 했다.



    스페인 패션 중심 카탈루냐 출신 디자이너

    이렇게 복잡한 정세 속에서 지난해 12월4일 스페인의 주요 스포츠 일간지 아스(As)의 창립 50주년 갈라쇼에 레티시아 왕비가 처음으로 카탈루냐 출신 디자이너 조셉 폰트(Josep Font)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로열 패밀리가 카탈루냐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조셉 폰트의 디자인을 입어 화제가 된 건 레티시아 왕비만이 아니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조셉 폰트의 의상을 입은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 모델 출신답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패션 내조’를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녀는 자신이 참여하는 행사의 성격에 맞춰 세심하면서도 개성 강한 패션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서곤 한다.

    까다로운 그녀를 사로잡은 스페인 패션 디자이너 조셉 폰트는 1967년 바르셀로나의 작은 마을 산타 페르페투아 데 라 모구다에서 태어났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났던 어머니를 따라 부티크 구경 가는 걸 좋아했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패션이 자신의 운명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레티시아 왕비가 사랑하는 스페인 디자이너!

    어머니도 그의 패션 감각을 높이 사 옷을 살 때면 언제나 어린 조셉에게 의견을 물었다. 학교에서 늘 좋은 성적을 내는 모범생이었던 그는 아버지에게 차마 패션을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못 하고 대신 그나마 창의적으로 보였던 건축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학교 졸업을 앞두었을 때 그는 몰래 프랑스 파리의 국제 패션디자인대회에 작품을 출품해 상을 받았다.

    수상 소식이 스페인 일간지에 실리고, 이를 본 친척 한 명이 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해 그의 일탈(?)은 탄로 나고 말았다. 이 수상을 계기로 조셉 폰트의 패션에 대한 열정을 이해한 아버지는 ‘기왕 할 거면 최고가 되어라’라는 조언으로 그를 응원했다고 전해진다.

    건축은 그가 원했던 공부는 아니었지만 건축학도였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그의 컬렉션을 보면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선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덕분에 조셉 폰트는 조형적이고 안정적인 레이어가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명성이 높다. 그 자신도 건축 공부가 디자이너로서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엘리트 모범생 건축학도서 패션 디자이너로

    “디자인을 할 때는 항상 구조를 먼저 생각한다. 입는 사람의 움직임까지 고려한다. 또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할 때는 무겁지 않으면서 충분히 볼륨이 드러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도 구조물을 만든다. 어떤 스커트의 경우에는 그 작업에 3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첫 컬렉션을 만들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티셔츠를 디자인해 판매하는 한편 패션학교에서 수업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그룹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의 디자인은 언제나 스페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스물여섯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스페인 시벨레스 패션쇼에서 데뷔한 그는 2000년 ‘최고의 컬렉션상’과 2014년 ‘스페인 패션 디자인 국가상’ 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파리패션위크에는 2003년에 데뷔했는데 당시 바로크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스페인 민속 음악 플라멩코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쇼를 연출해 스페인 디자이너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입증했다.



    26세 디자이너로 정식 데뷔 후 스포트라이트

    2010년 뉴욕타임스는 그를 가리켜 ‘스페인의 눈부시게 빛나는 인재’라는 찬사를 보냈다. 당시 그는 한 번의 패션쇼를 위해 15명의 보조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약 2억원에 육박하는 투자를 감행했다. 그의 재능은 빛났지만 든든한 후원 없이 하이패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운 숙제였다.

    결국 조셉 폰트는 그의 후원자이자 동업자인 변호사 출신의 카르멘 아야츠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그 바람에 그의 이름 ‘조셉 폰트’를 브랜드로 사용할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말았다. 2011년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가 유대인 인종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해고됐을 때 조셉 폰트가 갈리아노의 뒤를 이을 디자이너가 되지 않을까 하는 후문도 있었다.

    당시 스페인 패션계에서는 내심 기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조셉 폰트는 자신의 본명인 ‘조셉 폰트’의 브랜드 사용권을 박탈당한 뒤 2년 동안 방황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 2012년 그는 스페인 디자이너 브랜드 「델포소(Delpoz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다시 패션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업자와 갈등으로 자신의 이름 사용권 박탈

    「델포소」는 스페인 디자이너 헤수스 델 포소(Jesus del Pozo)가 1974년에 세운 브랜드로 2011년 창립자 헤수스 델 포소가 사망하자 스페인 향수 및 패션 유통 · 투자회사인 PYD그룹이 인수했다. PYD그룹은 국제적인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원래 「헤수스델포소」였던 브랜드명을 지금의 「델포소」로 바꿨다. 스페인어로 ‘예수’를 뜻하는 ‘헤수스’라는 브랜드명이 중동 지역 진출에 문화 · 종교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YD그룹의 전략과 조셉 폰트의 디자인이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델포소」는 지난 5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 하이패션계에서 신생 브랜드에 가까웠던 이 브랜드는 순식간에 뉴욕과 파리 패션쇼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로 도약했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대만, 싱가포르를 포함해 72개국에 판매처를 두고 있다.

    영국 해로즈, 셀프리지스, 프랑스 갤러리라파예트 등 유럽의 주요 고급 백화점에서도 판매된다.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와 영국 런던에서는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매출도 꾸준히 성장해 2014년에 280만유로(약 36억원), 2015년에는 447만유로(약 58억원)를 기록했으며 2020년 안에 850만유로(약 109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델포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변신 성공

    「델포소」의 성장과 함께 브랜드를 소유한 PYD그룹의 매출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2013년 그룹 매출 4160만유로(약 535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16년에는 5800만유로(약 746억원)를 기록했다. 「델포소」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 정도이지만 그룹 전체 직원 380여명의 약 20%인 75명이 「델포소」에 종사한다.

    그룹은 조셉 폰트를 영입할 때 약속한 업계 최고 수준의 팀을 지원하며 전폭적으로 「델포소」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델포소」의 2017 S/S 컬렉션은 특히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빛을 향한 여행’이라는 테마로 디자인된 이 컬렉션에 영감을 준 아티스트 중 한 명이 바로 한국계 미국인 비주얼 아티스트인 수 서니 박(Soo Sunny Park)이기 때문이다.

    유리로 짠 그물을 연상케 하는 설치 작품인 수 서니 박의 ‘Unwoven Light’는 스페인의 빛의 화가로 불리는 호아킨 소로야의 작품과 함께 조셉 폰트의 지난 S/S 컬렉션의 주요 모티프가 됐다. 지중해에 가볍게 쏟아지는 햇빛을 패션으로 구현한 듯한 즐겁고 산뜻하면서도 섬세한 컬렉션으로 그는 또 한 번 세계 패션계의 찬사를 받았다.



    조셉 폰트 영입 후 급성장, 글로벌 브랜드로

    최근 멜라니아 트럼프를 비롯해 키이라 나이틀리, 힐러리 스왱크, 케이트 블란쳇, 올리비아 팔레르모 등 할리우드와 미국 사교계를 주름잡는 셀러브리티들이 조셉 폰트의 「델포소」 의상을 입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델포소」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우선 2018 F/W 컬렉션을 선보일 무대는 올 2월 런던패션위크가 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지난 몇 년간 참여했던 뉴욕패션위크를 뒤로하고 런던에서의 데뷔를 선언한 것이다. 런던패션위크 참여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하이패션계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인지도를 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다.

    조용한 마에스트로 디자이너, 새 무대는 런던

    또한 브랜드를 경영하는 PYD그룹이 원래 향수 제조 · 유통기업이었던 점을 적극 활용해 향수를 비롯한 코스메틱 상품을 개발, 출시할 가능성도 크다. 디자이너 조셉 폰트는 「델포소」의 오트쿠튀르가 어느 정도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만큼 점차 가방과 구두 등 패션 소품으로 컬렉션을 확장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와 함께 사교 파티에 참여하며 때로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돌발 행동으로 이름을 알리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조셉 폰트는 ‘조용한 마에스트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도 쉽게 응하지 않고 키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얼굴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간간이 언론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늘 신중하고 담백하다. 이런 그의 모습처럼 그의 컬렉션도 패션계에 조용히 스며드는 중이다.


    조셉 폰트(Josep Font)

    · 1967년 바르셀로나 산타 페르페투아 데 라 모구다 출생
    · 바르셀로나 폴리테크닉대학교 건축학 전공
    · 1991년 본인의 이름을 딴 「조셉폰트」 브랜드 론칭
    · 1993년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패션쇼에서 디자이너로 공식 데뷔
    · 2000년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패션쇼 최고의 컬렉션 상 수상
    · 2001년 샴페인 브랜드 「모엣샹동」에서 뉴 밀레니엄 디자이너로 선정
    ·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 시벨레스 패션쇼 최고의 컬렉션 상 수상
    · 2003년 파리패션위크 데뷔
    · 2007년 파리 오트쿠튀르 패션위크 초청 디자이너로 선정, 프랑스 파리에 4번째 매장 오픈
    · 2010년 동업자와의 법정 다툼 끝에 본인 이름의 브랜드 사용권한 상실
    · 2012년 스페인 디자이너 브랜드 「헤수스델포소」의 디자이너 헤수스 델포소 사망 후
    경영권을 인수한 PYD그룹에서 조셉 폰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세계적 브랜드로 발돋움 하기 위해 브랜드명을 「델포소」로 바꿈
    · 2013년 「델포소」 뉴욕패션위크 참여
    · 2014년 스페인 교육문화체육부 주관 2014년 국가상 패션디자인 부문 수상


    **패션비즈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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