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인디텍스 이어 「망고」 · 「코르테피엘」 각축전

    min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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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1.13조회수 1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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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파워 인디텍스 이어 「망고」 · 「코르테피엘」 각축전



    「자라」의 고향 스페인에는 많은 패션기업이 있지만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강자는 여전히 인디텍스다. 과연 인디텍스의 아성을 깰 만한 기업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아직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인디텍스가 워낙 넘볼 수 없는 격차로 1위를 차지해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여러 스페인 패션기업이 부진하거나 전년 대비 비슷한 실적을 기록한 데 비해 인디텍스는 또다시 233억1100만유로(약 31조6102억원)의 매출로 신기록을 경신했고 최근 발표된 2017년 상반기 매출 또한 상승세를 이어 갔다.

    이뿐만 아니라 인디텍스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오래전부터 스페인 부호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의 엘 문도(El Mundo)의 지난 2월 발표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약 92조원에 이른다. 2위 부호인 후안 로이그(Juan Roig) 메르카도나(Mercadona, 스페인 대형마트 체인) 회장의 자산 12조원의 7배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포브스가 매해 선정하는 세계 부호 랭킹에서 1위를 기록한 바가 있을 정도로 늘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 제1통신사 텔레포니카보다 높은 인디텍스

    스페인 전체 기업 매출 랭킹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디텍스는 2015년 발표된 결과치에서 2014년 19위보다 7계단 상승한 12위를 기록했다. 스페인 제1통신사 텔레포니카가 당시 인디텍스보다 낮은 랭킹인 14위를 기록했으니 이 랭킹만으로도 스페인 패션산업을 이끄는 인디텍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인디텍스는 매출이 늘어난 만큼 글로벌 매장 수도 늘어났다.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은 전 세계 56개국에서 279개에 이른다. 이로써 인디텍스는 93개국에 7292개 매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양적인 성장 또한 거듭했다.

    이렇게 잘나가는 인디텍스의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커머스와 옴니채널*이다. 인디텍스의 브랜드들은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세계 43개국으로 확장한 데 이어 매장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쉽게 구매와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디텍스, 넘볼 수 없는 부동의 선두 지키다

    인디텍스를 잇는 스페인 패션 2인자는 「망고」다. 여러 브랜드의 청바지를 판매하던 멀티숍에서 시작한 「망고」는 창업주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망고」는 처음부터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다. 1992년 포르투갈에 처음 국외 매장을 오픈한 뒤 1995년 이미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시장에 진출했다. 1997년부터는 이미 국외 매출이 스페인 국내 매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망고」를 ‘인디텍스의 희생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망고」의 작년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그동안 계속 공개를 미루던 2016년 매출이 지난 8월 말 발표됐는데 결과는 매출 22억6000만유로(약 3조647억원)로 2015년 대비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100만유로(약 827억원) 적자를 기록해 최근 10년간 최악의 결과를 드러냈다.

    「망고」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불리한 환율 변동, 비즈니스 모델 변경으로 인한 일시적인 마진 악화와 부진했던 작년 상반기 매출을 이유로 꼽았다. 또한 메가스토어 오픈과 물류센터 신설 등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한 해였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악재와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목표치를 웃도는 매출을 달성했음을 강조하며 작년 동기 대비 4500만유로(약 61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2인자 「망고」, 인디텍스의 희생자인가?

    「망고」는 스페인 브랜드 중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브랜드 중 하나다. 2000년 처음 온라인 매장을 오픈한 「망고」는 2015년 온라인 매출 2억3400만유로(약 3174억원)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10.7%를 차지했다.

    한편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와는 다르게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를 모델로 적극 기용하기도 한다. 이 브랜드를 스쳐간 모델만 해도 클라우디아 시퍼, 케이트 모스, 페넬로페 크루즈, 스칼릿 조핸슨 등 세계적인 수준의 모델과 배우들이 있다. 최근에는 중소형 매장을 없애고 메가스토어를 오픈해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스페인 패션기업 3인자는 「코르테피엘」을 대표 브랜드로 가지고 있는 코르테피엘그룹이다. 1880년 마드리드의 작은 잡화점에서 시작한 코르테피엘그룹은 1945년 의류공장을 세운 뒤 1988년 영 캐주얼 브랜드 「스프링필드」 론칭, 1989년 브랜드 「페드로델이에로」 인수, 1993년 란제리 전문 브랜드 「우먼시크릿」 론칭 등 사업을 늘리며 그룹을 확장시켜 왔다. 코르테피엘그룹은 다수의 패션 브랜드와 더불어 직영 아울렛 ‘피프티(fifty)팩토리’도 운영 중이다.




    오랜 부진 깬 「코르테피엘」, 올해가 더 중요

    코르테피엘그룹의 브랜드 중 「코르테피엘」은 30~40대 이상의 고객을 겨냥한 프로페셔널하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페드로델이에로」는 중년 이상의 고객을 위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한다. 또한 「스프링필드」는 10~20대를 겨냥한 영 캐주얼을, 「우먼시크릿」은 10~3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란제리와 액세사리를 판매한다.

    하지만 타깃층이 인디텍스의 「마시모두띠」 「버쉬카」 「풀앤베어」 「오이쇼」 등과 거의 겹치는 데다 젊은 고객에게 어필하기에도, 그렇다고 중년 이상의 고객을 만족시키기에도 애매한 포지션과 이미지로 그동안 눈에 띌 만한 뉴스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드디어 오랜 부진을 깨고 전년 대비 3.1% 증가한 매출 11억2940만유로(약 1조5315억원)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에는 러시아, 스페인, 멕시코, 발칸반도 국가에서의 매출 상승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르테피엘」이 밝힌 올해 목표는 온라인 판매 매출을 현재 전체 매출의 5% 수준에서 10%까지 높이는 것이며 올해 브랜드 매출이 향후 성장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기록한 아쉬운 성적표 「데씨구엘」

    스페인 내 4위의 패션 브랜드 「데씨구엘」은 스위스 출신의 토마스 메이어가 1984년 스페인의 휴양 섬 이비사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데씨구엘」은 리테일과 홀세일에 집중하며 2006년까지도 스페인 외 지역으로 진출하지 않다가 2006년 싱가포르에 첫 판매점을 오픈했다. 그 후로 2007년 런던, 2009년 뉴욕, 2010년 일본, 파리 및 2013년 브라질로 진출하며 활발히 브랜드를 확장했다. 현재 코너, 멀티숍 포함 100여개 국가의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데씨구엘」의 작년 성적표 역시 마이너스다. 지난해 매출 8억6100만유로(약 1조1675억원)를 기록하며 2015년 대비 7.8% 하락했으며 같은 해 직영점 수 역시 552개에서 523개로 줄었다. 최근 교체된 신규 경영진이 세울 앞으로의 전략이 향후 「데씨구엘」의 운명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데씨구엘」은 스페인어로 ‘색다른’이라는 뜻의 단어다.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색감, 과감한 레이어드, 유니크한 프린트를 사용하는 개성이 강한 브랜드다. 제품만 봐도 「데씨구엘」의 것임을 한번에 알 수 있는 것은 브랜드에는 장점일 수도 있지만 호불호가 강한 디자인으로 신규고객의 유입이 적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패션 5위 브랜드와 인디텍스 격차 무려 42배!

    스페인 전체 패션기업 중 5위 이하의 브랜드는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는 데다 매출 또한 상위 브랜드나 기업과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실제로 스페인 패션의 2인자 「망고」만 해도 인디텍스와 작년 매출 격차가 10배를 웃도는 수치다.

    인디텍스 매출은 3위인 코르테피엘그룹과는 20배, 4위인 「데씨구엘」과는 27배 이상 차이가 난다. 5위부터 10위 내 포진해 있는 브랜드와의 격차는 더더욱 커 5위 「페페진스(Pepe Jeans)」의 42배, 6위 「토우스(Tous)」의 57배, 7위 「마요랄(Mayoral)」의 69배, 8위 텍스틸로니아그룹의 70배, 9위 「캄페르」의 113배, 10위 「푼트로마」의 152배를 웃돈다.

    인디텍스의 고공행진 그늘에 가려진 다른 브랜드들의 운명은 녹록지 않다. 게다가 인디텍스의 다양한 브랜드가 포용하는 고객층이 워낙 광범위하고 사실상 전 고객층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격차를 따라잡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이는 그만큼 스페인 패션산업의 명암이 극명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옴니채널(Omni-channel):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이 어떠한 채널을 사용하든 동일한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쇼핑 환경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A라는 제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 모바일 앱 등 어느 채널을 통해 구입하더라도 동일한 조건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옴니채널의 특징이다.

    덕분에 온라인 매장에서 확인한 제품을 바로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고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본 제품의 재고가 없을 시 바로 온라인에서 물건 주문이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본사 매장에서 물건을 배송하지 않고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지역의 매장에서 물건을 배송해 운송 시간을 절약하는 것도 옴니채널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략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아마존이 있다. 옴니채널은 최근 유통업계의 가장 스마트한 전략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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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비즈 2017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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