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포츠 ‘컬래버 & 로컬’ 통했다
    아디다스 · 푸마 · 아식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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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1.14조회수 6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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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2K 붐을 타고 아디다스, 푸마, 아식스가 다시 핫한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테니스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프로구단 스폰서십 △로컬라이징 전략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주력한다.


    텅 빈 서울 중구 명동 상권에서 ‘아디다스’ 매장 앞에만 신발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새벽부터 길게 늘어서고, 리셀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개되는 컬래버레이션 이슈 속 가장 두드러지는 브랜드, 바로 ‘푸마’와 ‘아식스’다. 이들은 로컬 전략을 통해 국내 브랜드인 ‘아더에러’나 ‘엔더슨벨’ 등과 협업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리복’은 내년 상반기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여전히 막강한 ‘나이키’의 독주 체제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독보적인 스포츠 마켓 원 톱으로 소비자는 물론 프로 스타들의 사랑까지 싹쓸이하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 이 같은 흐름을 만든 기폭제는 Y2K 트렌드다. 1990~2000년대 스타일이 유행한 것과 함께 테니스 등 여러 가지 스포츠 패션 코드로 인해 코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 브랜드의 상품이 다시 관심을 얻게 됐다.

    여기에 그동안 글로벌 전략에만 집중하느라 소홀했던 로컬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로컬 브랜드 컬래버레이션과 국내 프로 스포츠 팀과의 스폰서십 체결 등으로 꾸준히 이슈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 아래 불과 1년 사이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의 유통에서도 나이키, 뉴발란스, 휠라, 데상트 외 다른 브랜드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Y2K 붐 타고 1위 나이키 독주 체제 ‘주춤’

    가장 반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디다스코리아(대표 곽근엽)의 ‘아디다스’다. 올해 들어 아디다스는 그림자처럼 붙던 ‘2인자’라는 이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이 사랑하는 블랙핑크의 제니를 비롯해 해리 스타일스와 켄달 제너 등 셀럽이 속속 아디다스를 신고 입으면서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불을 지핀 것은 제니가 신은 ‘삼바ADV’ 블랙 모델이다. 1980년 생산한 ‘삼바’를 재해석한 모델로, 지난 8월 제니가 인스타그램에 착용 이미지를 올리면서 발매가 9만9000원이었던 가격이 리셀가 6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발매일이었던 지난 9월 30일 명동 아디다스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캠핑 의자와 방한 재킷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줄을 서며 피어오른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아디다스의 글로벌 전략 변화와도 맥을 같이 한다. 아디다스는 작년부터 자체 유통에서 한정판을 통해 상품과 브랜드의 희소가치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작년 발표한 글로벌 중장기 전략 ‘오운 더 게임(Own the Game)’에서 주요 투자 도시에 ‘서울’을 추가하면서, 국내도 대리점이나 벤더 등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D2C 방식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아디다스, D2C로 전환… 한정판 마케팅 강조

    아디다스코리아는 앞으로 3년 동안 국내 대리점과 벤더 수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작년 새로운 대표가 취임하면서 160여 개 벤더를 20개까지 줄이겠다는 유통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리점주의 거센 반대와 맞닥뜨리기도 했다. 나이키처럼 상권의 핵심이 될 만한 대형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벤더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형 직영점 위주의 전략을 펼치면 현재 약 380개인 유통망 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디다스의 전략 변화는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스포츠 마켓에서는 작년 아디다스 매출을 약 7000억~8000억원대, 2021년 기준 1조6750억원대 매출인 나이키의 절반 수준으로 추정한다. 과거에는 나이키보다 국내 매출이 높기도 했고, 2017년까지만 해도 1조원대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큰 폭으로 매출이 떨어진 상황.

    글로벌 통합 전략을 위해 국내 지사를 구조 조정하는 과정에서 놓친 로컬에서의 변화가 상당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브랜드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한정판 발매나 체험형 대형 점포 형태로 브랜드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예정

    이 전략의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 아디다스는 명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다. 기존에 ‘자라’가 입점해 있던 쇼핑몰 엠플라자 자리로, 하반기에 자라가 퇴점하고 공사를 시작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으던 곳이다. 아디다스는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 약 2500㎡(760평) 규모 공간에 전 상품군을 선보이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 매장은 개관과 동시에 아디다스의 국내 첫 번째 토털 플래그십스토어가 된다. 기존 서울 강남구 압구정 플래그십스토어는 ‘아디다스오리지널’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플래그십스토어와 온라인 자사몰 등 D2C에 주력하면서 브랜드 이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이키와의 격차를 줄이고, 무섭게 따라붙은 뉴발란스나 휠라 등 경쟁자와 거리를 벌리는 것이 목표다.

    특히 근처에 약 2300㎡(700평) 규모의 ‘나이키 서울’ 매장이 있어, 아디다스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후 침체된 명동 패션 상권의 활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쟁쟁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대표 매장 입성으로 인해 젊은 소비자가 활발하게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격적 마케팅 푸마, ‘컬래버 맛집’ 등극

    푸마코리아(대표 이나영)의 ‘푸마’는 아디다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바로 국내외 패션 및 비패션 브랜드와 벌이는 다양하고 잦은 협업이다.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와 ‘에이카화이트’, 댄스크루 ‘훅’, 패션 매거진 ‘보그’, ‘코카-콜라’, 잡화 브랜드 ‘MCM’ 등 영역도 다양하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본사인 독일에서의 전략 혁신에서 시작됐다. 푸마 글로벌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새로운 도약을 위한 5개년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그 일환으로 푸마코리아는 먼저 3개년 계획을 실행한다. 외형 30% 이상 신장을 목표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작년 푸마코리아의 매출은 약 1500억원이었다.

    3년 안에 30% 넘는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독일 본사는 푸마코리아에 현지화(로컬라이징) 권한을 부여했다. 국내에서 직접 트렌드나 소비자 반응에 맞는 의류를 기획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랜드 슬로건이기도 한 ‘포에버 패스터(Foever Faster)’처럼 전 세계에서도 빠르다는 평을 받는 국내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위에 나열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푸마코리아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것이라고.



    푸마코리아, 기획 & 생산 현지화 전략 전개

    물론 이 같은 결정에는 BTS나 ‘오징어게임’ 같은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것이 한몫했다. 지난 상반기에는 아시아퍼시픽 지역 앰버서더로 보이그룹 NCT127을 선정한 것도 같은 결이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팬층을 두텁게 보유하고 있는 아더에러나 ‘스트릿우먼스파이터’ 프로그램으로 해외 팬을 얻게 된 훅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진 콘텐츠를 로컬에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컬래버레이션 이슈를 기반으로 푸마코리아는 스포츠 브랜드의 핵심 경쟁 영역으로 떠오른 스니커즈와 풋볼(축구)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내년 창립 75주년이 되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헤리티지 아카이브가 풍성하기 때문에 최근 소비자가 선호하는 전통과 역사를 재해석한 새로운 신발과 의류를 제안할 계획이다.

    스니커즈는 ‘스웨이드(시그니처)’ ‘테버리스(2000년대 러닝화), ‘슬립스트림(1987년 농구화)’ 등 헤리티지 상품 아카이브를 활용해 국내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속속 선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대표 상품 스웨이드에 태극 컬러와 한국어 표기 ‘푸마’ 그리고 다양한 한글 문구를 넣은 상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년 75주년, 풍성한 아카이브로 상품 차별화

    또 푸마의 DNA이기도 한 축구 콘텐츠도 국내에서 조금씩 강조할 계획이다. 푸마는 푸마코리아 내부 사무실 이름을 펠레, 마라도나, 네이마르 등 푸마와 관련 있는 축구 스타들의 이름으로 정할 정도로 축구에 진심이다. 이미 지난 상반기 수원에 풋살장 ‘푸마타운’을 오픈해 풋살을 즐기는 마니아층과의 접점을 늘렸고, 10월에는 수원삼성축구단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공식 용품 후원 계약을 했다.

    육상 부문 후원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푸마는 과거 육상 스타 우사인 볼트의 팀인 자메이카 육상 국가대표팀을 후원하면서 ‘빠른 러닝화’를 선보이는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도 아프리카 소속 국가 등 일부 소외받는 국가의 선수를 후원하며 이들의 퍼포먼스를 끌어 올리는 데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과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하며 화제를 모았다.

    푸마코리아는 아카이브 속에서 발굴해 현지화 전략을 입힌 트렌디한 스니커즈, 축구와 육상 등 선수 지원 및 시설 투자, 활발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강력한 마케팅 등 새로운 전략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 스포츠에 진심인 마인드, 신뢰할 수 있는 기술력에 트렌디한 이미지까지 더하면서 급부상하는 모습으로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아식스, ‘신발’ 기능부터 패션까지 전방위 장악

    아식스코리아(대표 김원무)의 ‘아식스’ 하면 떠오르는 것, 대부분 기능에 충실한 신뢰도 높은 러닝화일 것이다. 최근에는 뜨거운 테니스 붐을 타고 글로벌 테니스 스타들도 선호하는 테니스 슈즈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아식스 신발’ 하면 우선 착화감과 기능 면에서는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낼 수 없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하지만, 패션 슈즈로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의문이 있었다.

    지난 2020년부터 아식스는 이 같은 이미지를 완벽히 떨치고 갖고 싶은 신발 브랜드이자 리셀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바로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과 유통 및 마케팅 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다. 젊은 소비층과 소통하고 선호하는 디자인 슈즈로 인기를 얻으면서 ‘아식스=러닝화’라는 좁은 평가에서 테니스와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부문까지 인지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대표적인 컬래버레이션 성공 사례는 작년 3월 첫선을 보인 ‘앤더슨벨’과의 작업이다. 첫 협업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지난 5월 28일 두 번째 컬래버 한정판을 선보였는데, 그것마저 순식간에 완판하며 화제를 모았다. 리셀러나 대리구매를 거르기 위해 일부러 ‘앤더슨벨의 상품 착용’이라는 구매자 착장 조건까지 달았음에도 발매 전날부터 1000여 명이 모여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성공 컬래버 신호탄 ‘앤더슨벨’ 3차도 화제

    지난해 3월 판매한 첫 번째 협업 상품인 ‘젤 1090’ 스니커즈 가격은 13만9000원인데, 현재 리셀가는 100만원대로 뛴 상태다. 기능에만 집중한 운동화, 안 예쁜 신발이라는 이미지를 싹 벗고 핫한 브랜드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증거다. 이미지 변신을 주도한 인물은 2020년 글로벌 본사에서 영입한 디렉터 키코 코스타디노브다.

    키코를 스포츠 스타일 디렉터로 영입하면서 아식스는 스트리트 브랜드 및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진행하며 글로벌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기반을 다졌다. 국내에서는 굳어진 소비층 다각화를 위해 ‘키르시’ 같은 여성 영 브랜드, 힙합 아티스트 기리보이, 스트리트 패션 레이블 등과 꾸준히 협업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키르시와 협업 상품은 발매 3일 만에 솔드아웃했다.

    디지털 전환은 이같이 개선된 이미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젊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활발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안으로는 국내 자사몰의 시스템과 UI/UX를 리뉴얼하고 포인트 및 쿠폰 제도 등 국내 온라인 시장 트렌드에 맞는 정책을 보강했다.

    무신사 등 이커머스 판매 비중 2.4배 증가

    여기에 온라인에서는 무신사, 오프라인 편집숍에서는 슬로스테디클럽 등 패션에 특화된 플랫폼에 입점하면서 신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자사몰과 온라인 편집숍 등 다양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자, 2020년 5%였던 온라인 판매 비중은 1년 만에 12%로 2.4배 늘었다.

    최근 아식스는 새로운 젤-라이트 3(GEL-LYTE™ III) CM 1.95 운동화를 발표하면서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신발은 상품 주기 전반에 걸쳐 1.95kg의 CO2e만을 배출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장 낮은 탄소 배출량을 가진 운동화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이다. 약 10년간 수차례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통해 점진적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식물성 소재와 재생 폴리에스터 저지를 사용해 친환경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착용감과 내구성도 개선했다. 이 상품으로 2030년까지 제조단계 전반에 걸쳐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아식스의 목표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과정을 더욱 심화해 오는 2050년까지 아식스는 ‘탄소배출량 제로’라는 목표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화제성과 인지도 개선, 2024년 재도약 기대

    그동안 독보적인 ‘나이키’와 빠르게 성장하는 ‘뉴발란스’, 영 제너레이션 소통에 성공한 ‘휠라’ 등 큰 폭의 신장세로 많은 주목을 받은 글로벌 브랜드 대비 아디다스 · 푸마 · 아식스는 저조한 실적과 재미없는 마케팅, 신뢰는 가지만 구매하기는 애매한 상품력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그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우연히 찾아온 Y2K와 레트로 무드를 놓치지 않고 오랜 아카이브 속에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찾아내 재해석했고, 디지털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적극 소통할 수 있는 유통 전략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여기에 스포츠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는 다양한 스포츠 기반 사업에 대한 투자와 선수 후원으로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올해 그 기회를 발판 삼아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면, 내년에는 한층 더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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