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스 패션 영원한 루키 ‘언유즈드’
    #빈티지패션 #스타일링 #자체소재 #장인정신

    조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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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8.12조회수 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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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멘스 브랜드로 시작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션을 선보인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 브랜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년 이상을 오로지 B2B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매 시즌 전시회를 열어 컬렉션을 선보인다.


    일본의 패셔니스타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팬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로 언유즈드를 손꼽을 수 있다. 2004년 멘스 브랜드로 시작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션을 선보인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 브랜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빈티지를 베이스로 하지만 심플하고 컬러 배합과 스타일링 감각이 뛰어난 브랜드다.

    20년 이상을 오로지 B2B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매 시즌 전시회를 열어 컬렉션을 선보인다. 일본의 백화점과 고감도 셀렉트 숍에서 대부분 취급하고 있으며 지방에 있는 셀렉트 숍의 바이어가 전시회 기간에 출장을 와서 수주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언유즈드는 특별한 영업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 담당이 따로 없다. 좋아서 찾아온 바이어한테는 최선을 다하고 접객하지만 팔기 위한 세일즈는 전혀 없다. 전시회는 사무실 겸 쇼룸에서 개최하는데 바이어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홀세일 기반 브랜드, 20년간 폭넓은 고객층

    B2B가 비즈니스 기반이지만 전시회를 하면 소문을 타고 업계의 지인이 지인을 소개해 주고 찾아와 전시회 동안 500명 넘게 방문한다고 한다.

    트렌드는 의식하지만 디자인의 기반은 빈티지와 캐주얼, 아웃도어를 무드로 한다. 매 시즌 비슷하지만 항상 새로운 브랜드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 연령은 20대부터 60대까지 아주 폭이 넓은 브랜드다.

    이렇게 고객 연령층이 폭넓은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시간이 지나도 유행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스타일이고 코디하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빈티지 가공한 스웨터와 스트라이프 티셔츠도 인기 아이템이고, 데님도 언유즈드 대표 아이템이다.

    오리지널리티 소재, 타 브랜드와 차별화

    또한 언유즈드 하면 다양한 소재와 컬러 믹스가 떠오르는데 이런 오리지널리티는 소재 개발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팔고 있는 소재를 절대 쓰지 않고 실부터 궁리해 원단을 제작해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한다.

    원단을 알고 시작한다는 것은 언유즈드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되는 부문이다. 즉 원단 개발부터 시작한다는 점은 만드는 과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특히 소재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실크 소재 베이스에 플러스 실을 어떻게 넣을 것인지 그리고 면 소재의 경우는 어떤 직기를 사용할지 궁리한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장인들과 원단부터 같이 만든다. 이는 언유즈드가 생산 공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 쌓은 신뢰 관계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이제는 어떤 묵언의 약속과도 같다고 한다.

    룩북을 보면 시즌에 따라 무언가 크게 화려하게 바뀌는 것은 없지만 차분하고 안정된 스타일로 항상 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체 소재 개발이 갖는 힘이다. 소재에 대해 철저하게 직접 관여하고 절대 상사를 끼고 진행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하며 크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꾸준히 계속 컬렉션이 나오는 것에 만족하고 처음부터 옷 만드는 과정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컬러 믹스, 코디 룩북 강점 → 스타일링 승부

    룩북 자체가 컬렉션 상품을 남기는 과정 중 하나인데 언유즈드에 있어서 룩북은 심장 기능을 한다. 사무실 옆에 있는 흰색 벽과 목조 바닥으로 꾸민 스튜디오에서 항상 촬영을 하는데 심플하지만 이 안에서 그들의 모든 세계관이 보인다.

    언유즈드의 컬렉션 스틸컷(룩북)은 브랜드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툴이다. 연출된 각각의 신(scene)은 마치 내 옷장 속 옷을 연상케 해 어떻게 코디네이트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무언가 특별한 트릭을 쓴 것도 아닌데 스타일링은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매 시즌 컬렉션은 각각 아이템을 아주 잘 조합해서 스타일링했고 여러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브랜드 오리지널리티가 반드시 보인다. 지속적이지만 그 안에 다른 스타일이 있고 유니크하다.



    공장과 오랜 신뢰 기반 생산, 옷으로 승부

    라벨은 브랜드 론칭할 때부터 화이트 라벨과 블랙 라벨로 옷을 구분했다. 화이트 라벨은 물 세탁이 가능한 아이템이고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다. 블랙 라벨은 드라이 클리닝해야 하는 아이템이다. 불필요한 세탁을 지양하면서 최소한 옷에 대한 정보를 라벨로 알기 쉽게 전달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보증 수선 네임 태크도 달려 있는데 수선을 원하면 구입한 매장에 가져가서 어떻게 수선해 줬으면 좋겠는지 요구하면 어떤 주문이든 받아준다. 고객이 원한다면 계속 수선해서 입을 수 있는 옷이다. 오랫동안 입었던 옷이지만 수선해서 다른 느낌으로 입을 수도 있고 새로운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시스템을 컬렉션 초창기부터 시작했다. 이는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시작했던 시스템으로 서스테이너블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다.

    젠더리스 & 지속가능 지향, 할인판매 지양

    2004년 브랜드 론칭 당시는 멘스 전문 브랜드로 시작했다. 2013년 F/W 시즌부터 유니섹스 브랜드로 확장됐는데 특별히 의식해서 여성 라인을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스타일의 변화보다는 사이즈를 0 ~ 4사이즈로 나눠서 여성, 남성 관계없이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고르면 된다. 자연스럽게 젠더리스 브랜드로서도 인지도가 높다.

    브랜드 멤버 구성은 오랫동안 팀원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초창기 때부터 바뀌지 않았고 모든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브랜드 운영은 디자이너 겸 디렉터가 사장이고 그 외 멤버를 포함해 총 6명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언유즈드하면 비공개라고 모두가 알고 있다. 왜 디자이너가 비공개인지 인터뷰도 하지 않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언유즈드라는 옷에만 주목해 주길 원한다”라고 말한다.



    오로지 상품만으로, 옷만으로 평가받는다

    언유즈드는 시즌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것은 없지만 항상 안정된 스타일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언유즈드답다’는 표현으로 통한다. 이는 소재부터 관여해서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다. 옷 자체는 심플하지만 스타일링이 언유즈드의 핵심 포인트다.

    컬러 사용은 물론 신발부터 어떻게 매칭하고, 어떻게 연출해서 스타일링을 구상하고 언유즈드다움을 지키면서 항상 같아 보이지만 다르게 표현할지가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디자이너는 옷 만드는 것 자체가 단지 재미있을 뿐이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옷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고 이를 공장에서 장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산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법으로 보여줄까, 어떤 방식으로 다른 시도를 해볼까 하는 궁리를 하면 공장의 퀄리티와 기술력도 함께 높아진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공장 측에서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보내오는 의견으로 브랜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단지 우리는 옷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할 뿐”

    잘 팔리거나 인지도 높은 브랜드가 되면 어떠한 시점에서 파리에서 컬렉션을 하거나 해외 진출을 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언유즈드는 한결같다. 화려한 컬렉션을 원하지 않는다. 일본은 어느 정도 인기를 끌고 좋은 브랜드가 되면 중간에 상사가 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야만 자금면에서 원활하게 브랜드를 유지하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유즈드는 무조건 자신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하고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만 한다. 이젠 그들만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언유즈드 디자이너는 마치 장인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옷을 좋아하는 20대 남성들이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언유즈드에 열광하고 고정고객과 팬이 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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