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소스 - 아캐디아, 부후 - 데벤햄스 M&A
    온라인 패션 리테일러 시대 ‘활짝’

    정해순 객원기자
    |
    21.03.03조회수 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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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탑샵(Topshop)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아캐디아 그룹(Arcadia Group)과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백화점 체인인 데벤햄스(Debenhams)가 불과 며칠 간격으로 파산절차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영국의 패션 및 리테일 산업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연초에는 이처럼 사업에 실패한 대형 패션기업들을 ‘신흥’ 온라인 패션 리테일러들이 인수하면서 패션계는 다시 한번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고 있다.

    부후(Boohoo.com)는 1월 말에 데벤햄스 백화점의 웹사이트와 인하우스 브랜드의 지적 재산권을 인수했다. 2월 초에는 영국 최대 규모의 패션 이커머스 회사인 에이소스(ASOS.com)가 아캐디아 그룹의 노른자위 브랜드인 탑샵과 톱맨 등 4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또 남은 3개의 아캐디아 그룹 내 브랜드도 부후가 인수할 예정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패션 리테일러들이 고전하거나 몰락하는 한편 2000년대에 창립한 짧은 역사의 이커머스 업체는 빠르게 부상하면서 패션 시장에서의 파워가 재편성되고 있다.

    몰락한 리테일러 인수하는 이커머스 기업들

    오프라인 중심의 리테일러들은 록다운의 영향으로 매출이 폭락하고 적자를 보이는 것에 반해 대형 온라인 리테일러들은 매출 폭등으로 인해 현금이 남아도는 상황이 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업에 실패한 유명 브랜드와 리테일러를 쓸어 담고 있다.

    이번 일련의 인수가 남다른 이유 중 하나는 에이소스나 부후 모두 단 하나의 오프라인 매장도 인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온라인 리테일러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팝업매장을 시도했고, 플래그십 매장의 아이디어를 검토한 것에 비하면 이제 이커머스 패션 리테일러들은 매장 운영의 가능성을 완전히 접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팬데믹에는 패션 이커머스 기업들은 하이스트리트 매장 포트폴리오에 더이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쏠린다. 이들의 관심은 무형의 것으로 보인다. 즉 고객의 데이터 및 정보 그리고 수십년 또는 100년 이상 구축해 온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심 같은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말고 IP 디지털 자산만 인수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은 온라인 쇼핑에서 현저히 낮은 데 비해서 하이스트리트(매장)에서 쇼핑할 때는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에이소스와 부후는 오프라인 중심의 리테일러와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하이스트리트의 헤리티지와 컬처, 충성심을 온라인으로 옮겨오고자 한다.

    영국 전역에서 데벤햄스와 아캐디아 그룹 내 브랜드의 매장 520여개가 사라지는 것은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 외에 지역 상권의 쇠퇴를 의미한다. 특히 영국 내 124개 데벤햄스 매장은 대형 매장으로서 쇼핑몰이나 지방 중심 상권의 앵커 리테일러의 역할을 했다.

    하이스트리트 매장 공동화 현상 가속화

    BRC(British Retail Consortium)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팬데믹으로 인해 영국 전역에서 4만개의 빈 매장이 생겼으며,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빈 매장률은 14%에 달한다.

    심지어 대표적 쇼핑가인 런던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도 264개 매장 중 57개가 영구 폐쇄됐으며 2020년 3월 이후 매출이 80%나 하락했다고 한다. 2020년 한 해 동안 영국 하이스트리트에서 17만7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해 20만명의 추가 실직이 예상된다.

    그동안 온라인 부문에서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매출을 잠식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튼튼하다고 믿었던 하이스트리트 매장이 이처럼 빠르게 붕괴할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팬데믹은 재정적으로 이미 어렵던 비즈니스를 필연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생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여겼던 브랜드들이 사업에 완전히 실패하고 결국 온라인 리테일러에게 인수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온라인 리테일러가 주류로 부상?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동안 비주류였던 온라인 패션리테일은 2020년대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메인스트림으로 위치가 전환되고 있다. 에이소스와 부후는 전통적인 백화점과 의류기업을 인수할 정도의 파워를 자랑하고 기업가치도 7조원 내외로 대폭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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