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인티밋웨어 ‘깔제도니아’ 훨훨

    djenn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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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2.12조회수 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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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받는 ★브랜드는? ..「인티미씨미」 등 3개 브랜드로 3조원



    <사진 출처 : Calzedonia official, Intimissimi official. 깔제도니아 온라인 스토어 메인 페이지>

    「깔제도니아」 「인티미씨미」 「떼제니스」 3개 브랜드를 보유한 깔제도니아 그룹의 뚝심과 단일 카테고리의 전문성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흔히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는 인디텍스, H&M그룹과 같은 회사들이 유럽시장을 대거 점유함으로써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최근 10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접근성에 있어서도 경쟁 우위에 서기 어렵고, 무엇보다 순식간에 바뀌는 트렌드를 소비자의 눈앞에 발 빠르게 제공할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며 서비스의 관점에서도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안 패션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 반면 꾸준한 성장으로 변함없는 행보를 나타내는 회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올해로 서른 살이 조금 넘은 깔제도니아 그룹(Calzedonia group)이다.

    「깔제도니아」 「인티미씨미(Intimissimi)」 「떼제니스(Tezenis)」.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여행을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이들 세 브랜드의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깔제도니아」는 1987년 이탈리아 베로나(Verona)에서 탄생한 여성 • 남성 • 아동용 양말, 비치웨어 전문 브랜드다. 이후 「인티미씨미」 「떼제니스」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며 란제리와 이너웨어 분야까지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깔제도니아」 「인티미씨미」 「떼제니스」 3총사

    이어 ‘Made in Italy 니트 전문 브랜드’ 「팔코네리(Falconeri)」, 웨딩 드레스 전문 「아뜰리에에메(Atelier Eme)」와 함께 패션을 넘어 식음사업으로까지 진출, 「시뇨르비노(Signorvino)」도 운영한다. 이들은 현재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매출을 이끈 것은 모회사에 이름을 지어준 「깔제도니아」다.

    「깔제도니아」가 총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뒤로는 「인티미씨미」가 약 30%를 받쳐주며 두 브랜드가 주로 그룹의 매출 성장을 견인한다. 깔제도니아 그룹은 1986년 「깔제도니아」의 론칭으로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만20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약 3000명이 이탈리아에 있다.

    모든 제품의 아이디어 개발, 생산, 유통은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본사와 자회사에서 직접 진행한다. 판매는 직영 또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단일 브랜드 매장을 통해 이루어지며, 해외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외국 유통업체가 관리하기도 한다.

    1986년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탄생, 영역 확장

    유럽시장은 속옷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넘어 좀 더 전문적인 란제리와 인티밋 웨어(intimate-wear) 시장이 전통적으로 발달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제도니아」와 「인티미씨미」와 같은 브랜드들이 마켓에서 잘 팔리고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에는 소수의 고객을 겨냥하던 카테고리로 남아 있었다.




    <사진 출처 : Calzedonia official, Intimissimi official>

    깔제도니아 그룹은 모든 연령대의 소비가 가능한 상품을 만들어 특수 고객층에 제한돼 있던 스타킹•레깅스 • 란제리 등의 카테고리를 대중화한다. 의류 잡화와 다름없이 취향을 살려 소비하는 상품군으로 진화한 것이다.

    2016년 30주년을 맞이한 깔제도니아 그룹은 성장세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역시 매출액은 8.7% 증가해 23억유로(약 3조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으며, 그중 해외 매출이 54%를 차지했다. 2017년 말 기준 깔제도니아 그룹은 총 4454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그중 1696개의 매장은 자국인 이탈리아에, 나머지 2758개는 모두 해외시장(유럽 포함 총 48개국)이다.

    스타킹 • 레깅스 • 란제리 카테고리 대중화 주역

    「깔제도니아」는 지난 2014년부터 서서히 미국 진출을 준비해 왔다. 미국시장은 비록 세계에서 가장 크거나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아니지만 수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시장으로 인식된다. 유로 모니터(Euro Monitor)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현재 약 280억유로의 미국 의류시장 규모가 310억유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시장이지만 2019년 이후에는 역전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미국의 4배에 달하는 인구와 함께 경제 발전과 복지 확산에 따라 소비할 능력과 욕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그룹의 CEO인 산드로 베로네시(Sandro Veronesi)는 한 인터뷰에서 “「깔제도니아」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상륙했다고 할 만하다. 거의 모든 패션 • 명품 브랜드들이 이 두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면 큰 성장을 하게 된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도 아주 낙관적이다”고 전했다.

    밀레니얼 세대 겨냥 美 • 中 시장 진출 가속화

    “미국은 매주 중요한 시장이다. 많은 경쟁 업체가 있지만,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고 보지 않으며 현지 시장에 맞는 방법으로 투자하고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화 상태로 보이는 미국시장에서 「깔제도니아」는 어떤 요소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을까?

    올해로 3년째 TV 브라운관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할리우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이탈리안 레그웨어(Legwear)’라는 타이틀을 붙인 TV 광고에 등장한다. 사실 「깔제도니아」는 좀 더 젊은층의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가족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소비력이 있는 전 세대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한 전략이었다.






    이탈리아를 넘어 해외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원동력에 대해 베로네시는 ‘전문성’이라고 말한다. 「깔제도니아」 「인티미씨미」 「떼제니스」 모두 특정 카테고리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다. 300개에 달하는 상품군이 깔제도니아 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개발되지만 모든 브랜드가 출시되지는 않는다.

    줄리아 로버츠 광고모델 성공, 전문성 집중

    「깔제도니아」는 이 많은 아이템 중 오로지 양말, 스타킹, 레깅스, 비치웨어 컬렉션만 취급한다. 하지만 이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A부터 Z까지 모든 성격의 상품들을 제공한다.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여름 수영복을 사러 매장에 들어오면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 상품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베로네시는 “미국시장에서 이미 크게 성공을 거둔 브랜드들은 신발부터 모자까지 거의 모든 상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범위를 확정하고 싶다. 뉴욕 소호에 「깔제도니아」 매장을 찾았을 때 청바지와 재킷, 화장품 등 ‘무엇이든’이 아니라 딱 한 가지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른 회사의 경우 수영복 사업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지만 「깔제도니아」는 이렇게 전문 브랜드로서 집중하고 전문 매장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단순하고 싶다. 모든 것이 아닌 하나의 범주 안에 500가지 스타일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는 베로네시의 조금은 고집스러운 경영철학이 흔들림 없는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See-now, Buy-now’ 트렌드 가성비 OK

    둘째는 ‘가성비’다. 지난 10년간 패션산업은 아주 복잡하게 진화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쁘고 좋은 품질을 싼값에 살 수 있어야 만족도가 올라가고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모든 브랜드들을 통합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은 자가공장 운영이 가능하고, 이는 자연스레 품질 관리와 원가 절감의 시너지를 가져온다.




    <사진 출처 : Calzedonia official, Intimissimi official>

    가성비 못지않게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있다. 어느 브랜드나 ‘보는 즉시 바로 사는(See-now, Buy-now)’ 구매 행태다. 모든 것이 빨라진 것은 확실하다. 봄 • 여름과 가을 • 겨울을 구분지어 출시하는 고정된 컬렉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전히 계절에 따른 상품을 출시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개발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 됐다.

    보통 업계에서 이것은 플래시 프로덕션(Flash production)이라 한다.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생산돼 나오는 상품을 말한다.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이 이것을 잘하기에 현재의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중에서는 「깔제도니아」가 매월 새로운 컬렉션과 제품을 내놓으면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플래시 프로덕션 정책, 전략적 위치에 플래그십

    「깔제도니아」에 이어 「인티미씨미」 역시 작년에 뉴욕 맨해튼 5번가(Fifth Avenue)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며 미국시장 정복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가성비가 좋은 여성 란제리 마켓은 미국시장에서 경쟁이 아주 치열한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가 「빅토리아시크릿」이다.

    이를 비롯해 「베어네세시티(Bare Necessities)」나 「캘빈클라인처럼 확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 꽤나 많다. 중국처럼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찾기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시장의 경우에는 모든 것이 이미 있는데, 지출할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매력적이지 않으면 눈길조차 받기 어렵다.

    베로네시는 “솔직히 사람들이 브래지어 하나를 사러 100㎞를 차 타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연말까지 총 15개의 매장을 뉴욕 내 전략적 위치에 추가로 오픈한다”고 밝혔다.

    패션쇼에 40개국 180명 인플루언서 초대도

    동시에 브랜드를 더 잘 알리기 위해 라는 영화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다코타 존슨과 함께 광고 캠페인을 촬영하고 미국 여성들의 패션 워너비 스타 사라 제시카 파커를 이벤트에 초대해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진행한다.

    지난 9월 「인티미씨미」는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며 전 세계 40개국에서 180여명의 인플루언서를 초대했다. 보통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SNS를 팔로우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쇼의 현장을 공유한다. 이 때문에 패션쇼는 전형적인 형식을 탈피하고 점점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진다.




    <사진설명 :「인티미씨미」 브라탑 & 실크 파자마 세트가 등장하는 키아라 페라니 인스타그램>

    이와 같이 디지털 세대는 실시간으로 공유해 공감하고 영감을 받는다. 대중에 앞서 공유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인플루언서’라고 하고, 특정 브랜드와 계약이 됐을 시 브랜드의 ‘앰배서더(Ambassad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이 과연 이커머스 사이트로의 접속을 실제로 얼마나 유도하는지,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각국의 상황과 소비자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를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2년째 함께 해 오는 앰배서더는 키아라 페라니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로 꼽힌다.

    키아라 페라니 등 앰배서더, 브랜드 인지도 UP

    깔제도니아 그룹은 “정확한 매출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키아라가 선택해 입은 「깔제도니아」 스타킹과 「인티미씨미」의 브라톱(Bra-top)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오르자마자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에게 문의가 쏟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디지털 세대는 기대 이상으로 빠른 반응을 보일 때가 많지만 지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브랜드 입장에서는 늘 숙제다. 그렇기 때문에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매크로(Macro) 인플루언서가 있는가 하면 조금 더 깊고 친밀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두 커뮤니케이션 시나리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깔제도니아 그룹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전략이다.

    99%의 고객이 여성인 만큼 언제나 여성들과 파트너십을 맺고자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대형 광고에서 유명인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실생활과 가까운 ‘진짜’인 여성들을 선정해 콜래보레이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일반인 인플루언서도 활용, 마케팅 밸런스를

    미국시장의 총책임자이자 산드로 베로네시의 아들인 마르첼로 베로네시는 “란제리 브랜드는 상징적으로 조금은 과하고 자극적인 상품이 컬렉션에 대표 모델로 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상시에 입지도 못할 그런 제품’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라고 미국 포브스(forbe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스 유니버스 출신이자 SNS 스타인 올리비아 컬포는 미국시장의 핵심 앰배서더다. 그 외에도 주로 뉴욕에 기반을 둔 인플루언서들(인스타그램 기준 팔로워 3만명 이상)과 협력한다.




    <사진 출처 : Calzedonia official, Intimissimi official >


    이들은 일상생활 속 자신의 모습을 올리며 자연스레 브랜드의 제품을 소개하고 홍보한다. 베로네시는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효과적인 결과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세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매년 변화를 검토하고, 그 변화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다.

    온 • 오프라인 통합 옴니채널 플랫폼 완성 목표

    또한 아직까지도 80% 소비를 이끌어 내고 있는 리테일 매장이 온라인과 통합돼 옴니채널(Omni-channel)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예술과 감성은 넘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에 조금 무디고 마케팅에 신경 쓰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도태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매장 문을 닫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이런 흐름과 달리 깔제도니아 그룹은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공격적으로 해내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니 주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해 한 업계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티밋 마켓은 올해부터 연평균 약 6.5%씩 성장할 전망이다. 틈새시장에서 패션의 주요 카테고리로 안착하고 있다. 깔제도니아 그룹이 뚝심을 바탕으로 하는 단일 카테고리의 전문성과 유연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패션비즈 2018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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