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수입 마켓, 현주소는?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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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3.09조회수 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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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럭셔리 마켓의 지형도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소수의 상위 브랜드가 군림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더 세분화되고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 신세계백화점 해외패션팀 관계자는 “성장기에는 한국에 도입된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두 자릿수의 신장률을 보이며 고속행진했지만 성숙기 매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중요하다. A 브랜드가 뜨면 B 브랜드 매출이 줄어들고 B 브랜드가 뜨면 C 브랜드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한다.

    신세계 현대 롯데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 해외명품패션팀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꼽은 럭셔리 마켓의 특징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다. △시계 부문 「IWC」, 주얼리 부문 「반클리프&아펠」 등 하드 럭셔리 강세 △「구치」 「프라다」 등 전통 브랜드 약세 △「에르메스」 「샤넬」 등 하이엔드 중에서도 높은 포지셔닝의 브랜드 유지 △「생로랑」 「지방시」 등 의류(RTW) 비중을 높인 브랜드 선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수퍼 갑’이라 불리던 「루이뷔통」을 비롯해 「구치」 「페라가모」 「프라다」 등 국내시장을 호령하던 전통 명품 브랜드의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외형은 커졌으나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이는 브랜드가 대다수다. 2012년까지 두 자릿수의 고공신장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 매출신장률 둔화와 수익성 약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성숙기… 희소성 원하는 소비자, 고전 명품 NO

    세월호 사건,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통 명품 강자들의 실적 악화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병행수입이나 해외직구가 가능해지고 온라인, 아울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상품구매가 쉬워진 데 반해 이 브랜드들은 매년 차별화된 마케팅 없이 가격인상 정책만 고수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 해외명품팀 관계자는 “소비자가 스마트해졌다. 백화점이나 단일매장에서 정가를 주고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기보다 온라인상의 해외직구 등을 통한 저가 구매에 관심을 쏟고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프라이스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가방 화장품 등 규격화된 공산품 형태의 제품은 특히 온라인 구매율이 높다. 때문에 백화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의류 비중이 높은 브랜드들이 선전했다”라고 설명한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주요 백화점에서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페라가모」 「버버리」는 리뉴얼한 갤러리아명품관에서 더 이상 만나 볼 수 없다. 「페라가모」가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 밀려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구치」 「페라가모」 등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지방권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잇백’ 없는 잡화↓, 의류 시계 보석류 매출 견인

    「멀버리」도 지난해 8월 롯데면세점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빠졌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도 지난해 퇴점했다. 「발리」는 지난 2013년 철수한 이후 한섬을 통해 1년 만에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장 수는 현재 2개점밖에 되지 않는다. 「페라가모」 「크리스티앙디오르」 「코치」 등은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한국 지사장을 교체했으며 일부 브랜드는 시즌마감세일을 앞당기기도 한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전통 브랜드들이 가방이나 슈즈 등 잡화 위주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중산층이 지갑 벨트 가방 등을 주로 구매하고, 불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상류 소비자층은 의류 시계 보석 등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좋은 성적을 보인 「생로랑」 「보테가베네타」의 경우 의류와 잡화의 매출 비중을 균형 있게 가져간 것이 주효한 이유라고 바이어들은 입을 모은다.

    신세계 바이어는 “지난해에는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잇백’을 띄우지 못했다. 대다수의 클래식 1세대 명품 브랜드는 가방으로 매출을 견인하는데 이 부분이 확보되지 않아 고전했다. 사실 가방 등 잡화는 뜨내기 고객들의 매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도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브랜드는 지속성을 위해 RTW를 필수적으로 키워야 한다. 명품계의 절대강자로 일컬어지는 「샤넬」도 의류 컬렉션의 매출 비중 확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언급한다.

    해외직구 병행수입 등 유통환경 변화도 한몫



    갤러리아 바이어는 “과거 가방 등 레더굿스와 화장품이 명품 브랜드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면 이제 의류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루이뷔통」이 왜 여성복 디자이너인 니콜라 제스키에르를 디렉터로 낙점했겠는가. 의류 비중이 40% 수준이어야 불황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 「발렌티노」나 「보테가베네타」 등도 가방에서 빠지는 매출을 의류 품목이 잘 보완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관세청이 공개한 수출입무역통계에서도 가방 매출이 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입 브랜드 핸드백 수입액은 2009년 1억9385만 달러, 2010년 2억9519만 달러, 2011년 4억8461만 달러로 매년 50~60%씩 늘었지만, 2012년 5억6423만달러로 성장률이 16%대로 급감했으며 2013년 5억8768만달러로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역시 6억달러 수준으로 2% 남짓한 성장에 머물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시장은 화장품 잡화 의류 시계 보석순으로 성장해 나간다. 국내 명품시장이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현상이라고 본다. 「위블로」 「바쉐론콘스탄틴」 「반클리프&아펠」 등이 신흥 강자다.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성장세에 있다”라고 설명한다.







    「구치」 「크리스티앙디오르」 등 지사장 교체 줄이어



    유통가는 시계 브랜드 단독매장을 계속적으로 오픈하며 럭셔리 워치존 볼륨을 확대하는 추세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에비뉴엘에 「바쉐론콘스탄틴」 「브레게」 「블랑팡」 「IWC」 등 명품 시계 단독점을 대거 오픈했다. 특히 「바쉐론콘스탄틴」의 경우 매달 4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바쉐론콘스탄틴」 「IWC」 「반클리프&아펠」 「까르띠에」를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트코리아는 최근 2년 사이 외형이 2배 이상 커졌다. 영업이익은 4배나 증가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 새롭게 도입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의 세력 확장도 기존 명품 마켓의 판도에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브랜드를 요구하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최근 백화점들은 의류는 물론 시계, 슈즈, 백 등 편집숍들을 지속적으로 오픈하며 다양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을 구성하고 있다.

    매출증가폭이 작은 기존 브랜드보다는 새롭게 도입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을 강남권 및 주요 점포에 입점시키고, 전통 1세대 브랜드들은 지방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알렉산더왕」 「아크네스튜디오」 「이자벨마랑」 「쟈딕앤볼테르」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상승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비즈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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