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버블’ 어찌 하오리까?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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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01.12조회수 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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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의 A급 상권이 매출보장의 병폐로 곪아가고 있다. 일부 브랜드와 대리점주 사이에서 있어 온 이 관행은 요즘 경기경색과 맞물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리점주가 오히려 브랜드에 지급담보를 요구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A사의 영업과장 B씨는 최근 들어 대리점주들의 끝 모를 요구에 한숨을 내쉰다.
    “대리점 오픈 계약조건에서 100% 인테리어 본사지원과 일정부분 매출보장은 기본이다. 하지만 지방 A급 상권 점주들의 경우 한술 더 떠 턱없이 높은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탓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심한 경우 기업의 부도를 우려해 역으로 브랜드에 담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경기경색으로 가뜩이나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없는데 콧대 높은 점주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영업환경이 더더욱 악화되고 있다.”
    B씨가 말한 매출보장은 대리점주에게 돌아가는 수익과 직결된다. 가령 30%의 고정 마진제에서 브랜드 측이 점주에게 월 3000만원의 매출을 보장해 줄 경우 월매출이 3000만원을 밑돌더라도 이 매장의 점주는 최소한 900만원의 수익을 보장받는 것이다. 보통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회사가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때 유통망 확보를 목적으로 암암리에 행해지던 일종의 편법인데 요즘 들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특급 가두점, 이제 12시 지난 신데렐라?

    점주들의 무리한 요구는 지방의 ‘이름난’ 상권일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고, 매출보장을 넘어 수익보장을 주장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수익보장은 매출보장에서 더 나아가 점주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같은 요구는 청주 성안길과 광주 충장로, 대구 동성로 등 전통적인 지방 A급 상권에서 주로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청주는 3000만원, 광주와 대구는 2000만원이 암묵적인 ‘공시 수익 가격대’다. 이밖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주와 죽전, 진주, 문정동 등 각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상권들에서 이같은 사례가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30~35%의 대리점 마진을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30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해줄 경우 해당 점포에서 한 달 평균 1억원의 매출이 나와야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무리 A급 상권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서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매출액이다. 경영악화의 지속으로 약소기업의 줄도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점주들이 매장 오픈 시 브랜드에 지급담보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속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와 ‘객’이 전도된 것.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점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이미 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일정부분 보장된 만큼 판매에 힘을 기울이지 않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또 ‘매출이 잘 나오더라도 매출보장이 이뤄진 상태에서 거둬들인 매출을 순진(?)하게 브랜드에 알리는 점주가 과연 몇이나 될까?’라는 의문 속에서 서로간의 믿음이 깨지고,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매출보장이나 수익보장은 서로 상생해야 할 브랜드와 대리점주 간의 관계에서 어찌 보면 일방적인 요구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행을 살펴보면 이같은 문제점을 먼저 야기한 것은 브랜드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중소기업보다 시장을 선도해야 할 대기업에서 행해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 충격은 크다.

    다브랜드 보유 기업들의 관행 ‘충격’

    로드숍 유통채널이 주력인 C사는 지난해 S/S시즌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며 지방상권 중 부산 광복동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이후 광복동 매장에서 월평균 7000만원대의 좋은 매출을 올렸고,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기 시작해 F/W시즌 시작과 함께 30개의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광복동 매장을 정리했다.
    이 브랜드의 사업부장은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탓에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었다. 또한 롯데 부산본점 외에도 지난해 오픈한 롯데 센텀시티점과 올해 3월 오픈 예정인 신세계 센텀시티점 등 대형유통의 지속적인 등장을 감안할 때 이 상권의 메리트는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C사의 지적에 대한 점주 반응은 어떨까? 매장을 운영하던 D씨는 “처음 브랜드 측에서 매장 전환을 권유했을 때 월 2000만원의 수익보장과 인테리어 100% 지원으로 접근했다. 서로가 힘든 상황에서 런칭 초기 오픈 매장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약속을 제대로 이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 브랜드가 약속을 지키더라도 가게월세와 직원임금, 세금과 관리비를 포함하면 계산이 안되는 상황이다. 아무리 대기업 패션업체이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수 있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百 청주시 출사표, 점주들 긴장

    최근 들어 매출보장이 수면 위로 올라올 만큼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점주들이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7~8년 전만 하더라도 대전 은행동은 ‘알아주는 상권’으로 통했다. 캐주얼과 여성복에서 지방상권의 등급을 매길 때 항상 붉은 색 사인펜으로 표시되던 곳이다. 그러나 롯데 대전점과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이 등장한 이후 이제는 잊혀진 상권이 됐다. 전통의 가두문화를 자랑하는 진주도 지난해 갤러리아 진주점이 오픈하면서 조금씩 가두상권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현재 매출보장의 수위가 가장 높은 지역인 청주의 경우 대리점주가 이같은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주는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점에 이어 오는 2010년 말께 현대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청주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현대는 예정 공사기간을 2년으로 명시했다. 청주시에 사상 처음으로 들어서는 백화점으로 2만7388m²의 부지에 총 12개층, 연면적 10만5874m²의 규모로 오픈할 예정이다. 빅3 백화점이 들어서면 청주 대리점 상권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어쨌든 대리점의 ‘거품’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될 뿐이다. 물론 수요와 공급이라는 불변의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브랜드의 절대공급이 줄어들면 이같은 시장거품은 언젠가 정화될 것이다. 기업의 부도와 중단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브랜드와 대리점주 모두가 한발씩 물러서 공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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