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韓 브랜드에 무장해제! 일본 진출 속도 UP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4.04.08 ∙ 조회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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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는 일본 도쿄 시부야. 하나의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고 늘 다양한 스타일링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에 코로나19 시기 이후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스타일이 있다. 바로 한국식 화장과 스타일링을 한 젊은 층이다. 3월 중순 기준 현지에서는 제니(샤넬), 지수(디올뷰티), 트와이스 다현(마이클코어스), 손흥민&전지현(버버리), 사나와 정국의 개인 활동 옥외광고 등 K 스타의 모습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인근에 맥도날드가 자리하고 있던 곳에는 곧 국내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들어설 예정이고, 2층 규모의 ‘에이랜드’ 매장은 4년째 일본 젊은 소비자로 북적이는 공간이다. 핫한 미야시타파크 2층에는 ‘젝시믹스’가 레깅스로 일본 여성들과 소통 중이다. 인근에 있는 전통의 프리미엄 유통인 신주쿠 이세탄백화점에는 한국 여성복 ‘쿠메’가 연초에 이어 두번째 팝업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이칸야마 역 인근에는 오는 5월 ‘마르디메크르디’가 2층 규모 단독 플래그십스토어 개점을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이며, 젝시믹스는 곧 오사카 지역에 정식 매장을 오픈한다. 국내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 ‘아모멘토’도 일본 진출을 논의 중이고, 2월 초 진행한 쇼룸에 일본 유력 유통 바이어 150명이 참석해 화제를 모은 무신사는 올 하반기 롯데면세점 도큐플라자 긴자점에 해외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내수 특화 일본, 한국 브랜드 진입 장벽 허물어


내수에 특화돼 진입 장벽 높던 일본 시장이 갑자기 한국 브랜드에 무장해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9년부터 최근 5년 사이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 관계자들은 ‘SPA 역풍을 맞은 상태’라고 일본 패션 시장을 진단했다. 일본은 과거부터 개인의 개성을 중시한 다양한 스타일링이 혼재한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유니클로’를 필두로 한 SPA 브랜드의 강세 이후 역풍을 맞은 상태라는 것이다.


유니크한 내수 브랜드들이 SPA에 밀려 자리를 잃은 사이 코로나19가 끝났다. 증가한 소비심리를 채울 수 있을만한 매력적인 브랜드가 없던 중 K팝과 K뷰티로 한국을 접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식 스타일이 인기를 끌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부지런히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 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MZ 세대 소비자의 급부상으로 새로운 MD가 필요해진 일본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라쿠텐, 아마존, 큐텐 등 온라인을 통해 검증된 한국 브랜드를 오프라인 팝업으로 테스트를 하게 됐고, 합격점을 받은 브랜드들의 진출이 속도를 얻게 된 것이 현재 상황이다. 특히 일본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와 매력적인 오프라인 공간 구성 등은 젊고 깐깐한 일본 소비자들의 접근 장벽을 허문 주요 인기 요인이라고 한다.


韓 브랜드 기회요소, 온라인·가격·K콘텐츠 등


내수, 오프라인, 중고가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기회 요소는 명확해 보인다. △탁월한 온라인 전개 능력 △합리적인 가격대와 유연한 판매전략 △넓은 상품 라인 및 탁월한 공간 연출 능력 등이다. 진입 장벽이 높아 리스크 대비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과거와 달리 무신사,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가 일본 진출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서 시도해 볼 채널도 다양해졌다.


그래서일까. 대형 브랜드들의 진출 시도에도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일본 패션 시장의 높은 벽이 2019년 이후 중소 규모 한국 브랜드들에게는 비교적 너그러워졌다. 온라인 라쿠텐이나 큐텐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오프라인 팝업과 정식 매장을 속속 내놨고, 최근 5년 사이 성과를 거두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시장에서만 1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젝시믹스’와 ‘모이몰른’부터 한국 패션 브랜드로 편집숍 왕국인 일본 시장에 도전한 ‘에이랜드’, 플래그십스토어로 자사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시작한 ‘널디’, 한국은 물론 일본의 MZ까지 사로잡은 ‘마뗑킴’까지 인상 깊은 오프라인 활약상을 남긴 브랜드를 하나하나 손꼽을 수 있을 정도다. (아래 도표 참고)


한큐·아다스트리아 등 현지 유통 러브콜 활발


일본 오프라인에서 활약 중인 한국 브랜드 담당자들은 핵심 매장을 오픈하는데 ‘일본 유통사의 러브콜’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작년 ‘젠틀몬스터’를 시작으로 올해 마뗑킴, 안다르, 알브이엔의 팝업스토어를 유치한 한큐백화점 오사카 우메다 본점을 필두로 현지 패션 유통 기업인 아다스트리아는 에이랜드와 스컬프터의 현지 입성을 도왔다.


202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신발 브랜드 ‘아키클래식’은 다른 마케팅 없이 지풋, 치요다, 메가, 무라사키 등 다양한 일본 슈즈 및 의류 편집숍에 홀세일을 진행해 현재 약 700여개 지점에 입점한 상태다. 올해는 일본 유명 아이돌을 모델로 활용해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주력할 계획이다.


패션은 아니지만 국내 H&B숍 1위인 올리브영은 일본 뷰티 성지인 ‘앳코스메’를 통해 PB인 ‘웨이크메이크’ ‘바이오힐보’ ‘브링그린’의 일본 입성에 성공했다. 무신사 역시 자사 코스메틱 브랜드 ‘오드타입’으로 지난 4월 앳코스메 도쿄 플래그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무신사·더현대 등 국내 유통사, 일본 진출 플랫폼 자처


가까운 나라이긴 하지만 일본 시장에 브랜드를 선보이기 위해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판매 시기나 판매량에 맞춰 상품을 보내는 물류 및 재고 관리 비용, 현지 오프라인 매장 관리 인원의 임금과 마케팅 비용 등 기본적인 것만 생각해도 바다를 건너기에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


여기에 현지 소비자의 니즈, 국내와는 다른 비즈니스 매너 등도 단기간에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파트너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2020년 에이랜드를 시작으로, 2021년 무신사, 작년 누구, 올해 현대백화점까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패션 전문 유통사들이 일본 진출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섰다.


단일 편집숍에서 대형 백화점까지 규모도 훨씬 커졌다. 온라인에만 몰두했던 지그재그글로벌(전 나우나우), 브랜디 재팬 등 기존 한국발 패션 플랫폼들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오프라인 콘텐츠와 SNS 활용을 주무기로 일본 소비자들에게 한국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 뿐 아니라 F&B나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한국의 콘텐츠가 일본으로 향할 수 있는 더 큰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좋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일본 시장에 온 관심이 쏠린 올해, 기회를 잡아 제 2의 젝시믹스, 모이몰른 같은 성공 사례가 더욱 풍성해지길 바라본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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