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br> 지구 어딘가에서는 우리도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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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패잡] 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지구 어딘가에서는 우리도 송혜교?

Thursday, Oct. 26, 2023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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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학교를 다닐 때다. 책갈피에 끼워 둔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졌다. 고등학교 동창이 예전 사진을 몇 장 발견했다며 낭만적으로 손편지와 함께 보내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친구들 표정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종종 보려고 책에 넣어뒀는데 마침 실수로 떨어뜨렸다. 옆에 있던 멕시코인 친구가 사진을 주워 주면서 “한국 학생들은 교복을 입어?”라고 물으며 사진 속 친구들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이 왜 궁금해?” “한국 사람 이름 발음이 궁금해. 어떤 이름들이 있는지 알고 싶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얘는 김정미, 이 친구는 박소현, 내 왼쪽에 있는 얘는 강지영이야.” 그런데 친구의 반응이 격했다. “이 친구 이름이 뭐라고?” 친구는 내게 김정미라는 이름을 천천히 또박또박 여러 번 발음해 달라고 했다.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했지만 몇 번 더 반복했다. “발음이 아주 예뻐. 지금까지 들어본 외국 이름 중에서 제일 듣기 좋은 거 같아.” 멕시코의 주 언어인 스페인어에는 ㅈ(지읒) 발음이 없고 모음 ㅓ(어)도 없다. 그래서 내 이름 ‘정화’는 ‘촌후아’ 혹은 ‘숀후아’ 또는 스페인어식 알파벳 발음 그대로 ‘헤온그와(Jeonghwa)’라고 부른다. 스페인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정'이 이국적인 발음이라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정미라는 발음을 그렇게까지 예뻐하다니 신기했다.

나는 해외 여러 나라에서 학교와 회사를 다녔다. 취업한 뒤에는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씩 해외에서 머무르기도 했다. 그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가 취향에는 딱히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 하나, 코 모양 하나도 나라마다 사람마다 예쁨의 척도가 달랐다. 한국에서 나는 평범하고 흔한 외모였다. 멕시코에서도 내 얼굴은 딱히 예쁜 것도 못난 것도 아닌, 그저 전형적인 동양 여자 축에 들었다. 그런데 콜롬비아에서는 희한하게도 ‘아주 예쁜 여자’ 대우를 받았다.

그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미스터리 중 하나다. 콜롬비아에서 1년 몇 개월을 지내는 동안 나는 일생에 다시없을, 예쁜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호사를 다 누렸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예쁜 여자와 평범한 여자의 페르소나 사이에서 오가다 취향의 다양성에 대해 배우게 됐다. 절대적 기준이라는 게 없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얼마 전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시끌벅적 떠들며 놀다가 잠시 쉬는 중에 TV를 켰더니 송혜교와 송중기가 화면에 나타났다. 2016년에 나를 설레게 했던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를 한 채널에서 재방송 중이었다. 모두가 20분 정도 드라마에 집중했다. 송중기가 아주 멋지게 나오는 장면을 보며 한 친구가 “우리도 송중기 같은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자”라고 외쳤다. 그랬더니 다른 한 친구가 장난스럽게 “우리는 송혜교가 아니기 때문에 송중기를 못 만나. 송중기 같은 남자를 만나려면 우리가 송혜교여야 해”라며 동심을 파괴했다. 한때 콜롬비아에서 예쁜 여자로 살아 본 신비한 경험을 한 나는 그 친구에게 반격을 했다. “지구 어딘가에서는 우리도 송혜교일 수 있어.”

요즘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행하는 패션 스타일이 묘하게 다양해진 게 보인다. 시즌별로 유행하는 옷은 분명히 눈에 띈다.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이 유사한 디자인의 옷을 비슷한 시기에 입고 다니는 건 여전하다. 그렇지만 묘하게 취향이 다양해졌다. 유행을 따른 듯 안 따른 듯한 차림도 꽤 보이고 유행과 전혀 상관없는 멋지고 예쁜 패션, 각자의 분위기와 체형의 장점을 잘 살린 스타일도 제법 많이 보인다. 패션에는 기준이 없다. 다양한 예쁨, 각양각색의 멋짐만이 있을 뿐이다.

■ 이정화 l 마혼코리아 대표 Profile

- 현 Mahon Korea 대표
- 현 Golden Egg Enterprise 대표
- 동원그룹, LG전자, 한솔섬유 근무
- 스페인 IE Business School MBA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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