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BR>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산 옷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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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산 옷을 알고 있다

Monday, May 1, 2023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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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이 한 마디만으로도 무척 섬뜩하고 공포스럽다. 1997년 출시된 동명의 공포영화처럼 지금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보다. 올해 초 모든 분야를 강타하기 시작한 챗GPT의 열풍은 패션 산업에서도 엄청나게 몰아치고 있다.

챗GPT는 잘 쓰면 약이요, 잘 못 쓰면 독이 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챗GPT는 대통령 신년 연설에서 그 영향력을 소개한 이후,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챗GPT는 분명 혁신적 기술이자 시스템이다. 패션산업도 이미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테크놀로지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은 패션 실무자들에게도 익숙한 기술이다.

어마어마한 빅데이터에 기반해 과거보다 더 정교하게 소비자 취향을 파악하고 맞춤형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텍스트에 기반했던 과거와는 달리, AR과 VR 기술까지 동원된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 수요를 이끌어 제품을 추천하는 단계에까지 AI의 코디/피팅 서비스가 등장하게 됐다. AI가 유명 디자이너나 톱 클래스 패션 스타일리스트를 능가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패션은 타이밍 싸움이다. 판매 주기가 그 어떤 상품보다도 빠르다. 또한 구매 취향과 가격대 등이 어떤 상품보다 세밀하고 까다롭다. 그러다 보니 시장 조사의 정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해당 데이터의 양과 질 수준이 갈수록 높아진다. 과거에는 구매제품, 구매시기, 구매량 등 비교적 단순한 판매자료에만 의존해 시장을 분석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제는 비약적으로 발달한 AI의 인식/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판매장소의 CCTV 등을 통해 제품 소재, 컬러, 디자인, 구매자의 체격 등 개인 성향까지 더 다양한 데이터를 풀어낸다. AI가 이룩한 혁신은 패션산업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패션의 기획, 유통단계에서 최적 제품의 제조 및 판매 시기, 판매량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과정에서 해당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가능한 구체적으로 수집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AI의 결정판인 챗GPT는 방대한 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진화 중이다. 하지만 갈수록 개인정보 보호는 강화되는데, 챗GPT의 무분별한 정보 수집이 거대한 장애다. 미국에서 라코스테, 아디다스, 크록스 등의 사업체가 소비자와의 상담 과정(챗봇 포함)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캘리포니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 수집의 위법성을 이유로 챗GPT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국내외 많은 기업도 고심 중이다. 챗GPT의 활성화를 위해 AI학습용 공개 정보나 사용자가 생성한 데이터가 과도하게 수집되면서 많은 폐해를 낳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올 상반기까지 데이터 수집-AI학습-서비스 제공 등 전 과정의 개인정보 보호원칙과 데이터 처리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 패션산업에서도 올해 9월부터 도입 예정인 개인정보전송요구권(자신의 데이터를 원하는 곳으로 전송해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권리)에 대비해 산업 차원의 정책 및 사업체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방비 상태라면 챗GPT는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다. 급격한 변화와 획기적 혁신에는 잡음과 모순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챗GPT로 인해 ‘무엇을 얻는지’보다 ‘무엇을 잃고 조심해야 하는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아디다스 등이 저지른 개인정보 사건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챗GPT는 우리가 지난여름에 산 옷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챗GPT가 지난여름에 수집한 정보의 문제점을 알아내야 한다.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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