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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알쓸패잡]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예술 vs 상품? 패션 브랜드와 NFT 전쟁!
Monday, Mar. 6, 2023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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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셰익스피어의 질문이 난데없이 튀어나온다. 이제는 ‘예술이냐? 상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NFT라는 새로운 물결의 등장과 함께 패션 브랜드는 같은 패션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NFT 제작자와 상대해야 한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버킨백 NFT’를 제작한 NFT 예술가 ‘메이슨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다. 법원 판결에서 예술과 상품 사이의 경계가 드디어 제시된 것이다. 최근 NFT의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잡음이 잦아지면서 NFT 제작에 있어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첫 판례가 일단 나온 셈이다. NFT를 본격 준비하는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도 주목해야 할 판례다.
로스차일드는 2021년 ‘메타 버킨스 NFT’를 제작해 무려 10억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메타 버킨스는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동일한 디자인에 모피만 덮은 형태의 NFT다. 에르메스는 “동의도 없이 자사의 상품권을 침해해 수익을 창출했고, 버킨이라는 상품명으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줬다”라고 주장하며, 로스차일드를 상대로 2022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로스차일드는 자신의 작품은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즉 예술가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동의 없이도 널리 알려진 브랜드를 활용한 예술품을 제작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이 구현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차용예술 또는 패러디 등에서도 대두되는 이 쟁점에 대해 미국 판례는 전통적으로 지식재산권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로스차일드는 앤디워홀의 캠벨 통조림같이 기존 유명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에르메스는 ‘메타 버킨스 NFT’가 고가로 판매된 이유는 예술성보다 ‘버킨백’의 브랜드 가치 덕분이라는 논거하에 로스차일드가 NFT 프로젝트명에 ‘버킨’을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은 상표 도용이며, SNS 등에 ‘버킨’이름을 사용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에르메스가 메타 버킨스에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에르메스를 비롯한 다른 명품 브랜드도 메타버스 등에서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활용한 NFT를 판매한다는 상황도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됐다.
치열한 공방 끝에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에르메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로스차일드가 무단으로 에르메스 상표를 이용해 ‘메타 버킨스 NFT’를 제작 · 판매했으므로 에르메스에 13만3000달러(약 1억68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 근거는 “예술 작품 등 각종 수집품과 결합해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은 디지털 자산인 NFT는 예술품보다는 모방을 금지하기 위해 엄격한 상표법의 적용을 받는 상품과 더 유사하다”라는 점이다.
이 판결은 단순히 NFT산업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 시장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명품 브랜드와 NFT 제작자 사이의 소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아가 뉴스 등에서 무단 도용이 문제가 된 사안들이 시비 차원을 넘어 이제 각국 법원에서 줄소송으로 가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동안 NFT 제작자들은 유명한 명품 이미지를 활용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작품도 많이 팔았다. 이제부터 상표 소송과 손해배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 IP로 NFT를 제작할 때 조심해야 한다. 반면 명품 브랜드는 자체 NFT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이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예술이냐? 상품이냐? 최종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상급심 법원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신봉하는 여신의 손을 들어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3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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