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ㅣLF 헤지스 글로벌 CD
    “22주년 헤지스, 글로벌 향해 GO”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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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9.01조회수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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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F(대표 오규식, 김상균)의 대표 브랜드인 ‘헤지스’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훈이 2023년 F/W 컬렉션 품평회차 방한했다. 2019년부터 3년째 헤지스를 맡고 있는 그는 헤지스 본연의 헤리티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헤지스의 5개 브랜드(멘스, 레이디스, 골프, 액세서리, 키즈)가 하나의 DNA를 갖고 시즌별로 일관된 브랜드 스토리를 써 내려갈 때 비로소 브랜드 가치와 브랜드 파워가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Q. 김훈 CD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 뉴욕주립패션공과대학(FIT)을 졸업했다. 이후 ‘어반아웃피터스’ 디자인 디렉터, ‘폴로랄프로렌’ 시니어 디자인 디렉터, ‘타미힐피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2015년 ‘칼라거펠트’ 수석 디자이너를 지냈다. 미국에서 32년간 거주했으며 패션 디자이너로 27년간 일해왔다. ‘헤지스’ 탄생 20주년을 맞은 2020년 리뉴얼을 앞두고 헤지스에서 글로벌 CD를 물색하던 중 인연이 닿아 2019년부터 지금까지 3년째 함께하고 있다.

    Q. 헤지스 CD를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폴로랄프로렌, 타미힐피거, 아베크롬비 등 주로 트래디셔널(TD) 캐주얼 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헤지스는 글로벌 TD 브랜드의 경험이 있는 CD가 필요했고,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 브랜드를 맡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한국 브랜드의 디렉터는 처음인데 LF의 시스템이나 조직이 워낙 탄탄하고 각 브랜드의 디자인실장과 MD들도 협조를 잘해 줘서 짧은 기간 내 많은 일을 해나갈 수 있었다.

    Q. CD로서 주 역할은 무엇인가.

    헤지스는 2000년에 론칭한 브랜드로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했다. 글로벌 브랜드인 폴로, 타미힐피거, 라코스테는 물론 한국의 빈폴 등과 경쟁하며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복종별 5개 브랜드로 라인 익스텐션된 것도 각각의 경쟁력을 다 갖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내가 디렉터로서 할 일은 헤지스멘스, 헤지스레이디스, 헤지스골프, 헤지스액세서리, 헤지스키즈 등 5개 브랜드가 사업부별 혹은 계열사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헤지스’ 하면 딱 떠오르는 주 콘셉트를 잡아주는 것이다.

    브랜드 각각의 디자인이나 상품 구성을 따로따로 보면 좋은데 ‘헤지스’라는 이름으로 묶었을 때 시너지를 내려면 ‘브리티시 트래디셔널’이라는 우리의 콘셉트를 더 명확하게 제품에 녹여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부재했던 총괄 CD를 맡아 5개 브랜드의 상품기획팀이 모여서 회의하고, 원팀으로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의견을 조율한다.





    Q. 그동안 헤지스에서 어떤 성과를 냈나.

    헤지스는 명확한 콘셉트와 색깔을 지닌 브랜드다. 우리는 트렌드를 좇는 브랜드가 아니라 헤리티지를 지키는 브랜드임을 늘 얘기한다. 트래디셔널 디자인이라고 해서 올드하거나 식상하면 안 된다. 빈티지한 스타일과도 믹스 매치할 수 있는 ‘전통미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야 한다. 따라서 헤지스 본연의 컬러를 더 선명하게 내기 위해 ‘헤리아토’도 새롭게 정비했고, 로고에도 변화를 줬다.

    헤리아토는 헤지스가 론칭 20주년을 맞은 2020년 새로 개발해 현재까지 전 라인에 적용해 선보이고 있다. 헤리아토 로고 패턴은 헤지스의 과거 · 현재 · 미래를 연결하겠다는 의미이며 직선이 만나는 지점마다 세워진 ‘H’ 형태의 기둥은 브랜드 로고를 상징하는 동시에 헤지스의 주요 테마인 ‘로잉(rowing)’의 도전과 승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소요소가 어우러져 헤지스의 매출 파워도 높아졌으며 MZ세대 소비층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Q. 올 S/S에 아이코닉 티셔츠가 대박이 났는데….

    폴로, 라코스테, 타미힐피거 등 TD 캐주얼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은 단연 피케 티셔츠다. 헤지스 역시 ‘아이코닉 칼라 티셔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가장 전통적이면서 베이직한 상품인 아이코닉 티셔츠는 다양한 컬러와 소재로 내놨으며 올해 7차 리오더가 들어갈 만큼 성과가 좋았다. 가볍고 부드러운 수피마 코튼 소재를 사용하고 항균·소취 효과가 있는 디오더런트 테이프를 적용해 쾌적한 착용감을 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

    ‘런던투울서 캠페인’을 진행해 성별 · 인종 · 나이 등 정형화된 편견과 제약 없이 아이코닉 티셔츠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작년 판매 수량의 150% 증가한 매출 실적을 보였으며 성인 남녀와 키즈 라인까지 고른 판매율을 올렸다.

    Q. 헤지스의 라인 익스텐션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헤지스는 크게 5개 브랜드로 운영하면서 각각의 브랜드 내에 캡슐 컬렉션으로 영 타깃 아이템을 선보이면서 재미를 준다. 헤지스멘스는 2017년 온라인 기반의 영 라인 ‘피즈’를 론칭해 MZ세대를 확보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피즈는 헤지스 라인 가운데 하나라기보다는 독립된 영 캐주얼 브랜드로서 성장하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3월에는 MZ세대를 위한 유스(Youth) 캐주얼 ‘히스헤지스’를 론칭했다. 히스헤지스는 정통 스쿨 룩과 유스 컬처 기반의 스트리트 룩으로서 경쾌한 느낌을 준다. 기존 헤지스와 차별화된 개성 있는 스타일과 여유로운 핏을 강점으로 성별의 경계 없이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캐주얼을 제안하고 있다.

    헤지스는 계속 전진하는 브랜드이다. 안주하지 않는 브랜드로서 트래디셔널과 프로그레시브가 공존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한 세대에서 끝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서 비전을 그리고 있다.




    Q. 디지털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패션 디자인을 디지털화한다는 것은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기술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로스가 심한 소재와 부자재의 사용량을 줄여 친환경적이라고 본다. 헤지스 역시 패션과 첨단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프로세스를 계속해서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해 클로버추얼과 손잡고 3D 버추얼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샘플 제작, 품평회, 패션쇼 등을 진행했다. 제품 제작 단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런웨이, 화보, 영상 등 디지털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현대기술의 장점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실물 의류 샘플을 제작할 필요가 없어 친환경적이다. 이는 기존의 실물 샘플 제작 방식과 비교해 한 벌 제작할 때 유발되는 탄소배출 등 환경오염이 평균 5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헤지스는 버추얼 기술을 통해 섬유폐기물과 에너지 낭비를 줄여 나가고 있다.

    Q. 지속가능패션은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나.

    글로벌 패션 시장의 화두는 ESG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환경친화적인 패션이 부각되고 있다. 헤지스는 3D 가상 품평회와 가상 런웨이 등을 진행하면서 샘플을 제작하지 않고 기획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어느 정도 제거했다. 더불어 플라스틱과 사과껍질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의 사용, 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등을 추진해 새로운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그린 디자인’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 이는 헤지스에서 시작해서 LF 전사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LF의 변화로 인해 한국 패션계에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룰 것으로 본다.

    Q. 김 CD가 합류하면서 글로벌화도 구체화된 것 같다.

    헤지스는 해외 선진업체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소재와 디자인을 개발함으로써 품질의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있다. 어떤 부문에서는 글로벌 수준 이상의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또 해외 디자인 연구소 및 유명 패션 컨설팅 업체와의 지속적인 업무 제휴를 통해 해외 트렌드를 파악하며 공동으로 소재, 테마, 디자인을 개발한다. 글로벌 생산 업체의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디자인과 품질 수준 모두 글로벌 명품 브랜드 수준으로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헤지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보나.

    헤지스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시즌 기획을 글로벌 수주 시즌에 맞게 바꿔 놓았고, 온라인도 LF몰이 아닌 ‘헤지스닷컴’ 모노몰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헤지스닷컴은 해외에서도 직구가 가능한 몰로서 점차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중이다. 단순 커머스 쇼핑몰을 넘어 브랜드 커뮤니티로서 헤지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글로벌 고객에게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식사하기 전 모든 재료는 준비가 됐고, 어떻게 요리해서 즐길지 생각해야 할 때다. 헤지스는 현재 중국 · 대만 · 베트남 등 아시아에 진출해 고급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는 글로벌 브랜드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그래픽 디자이너와의 협업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패션마켓에서 인지도를 쌓는 일에 신경 쓸 생각이다.

    Q. 한국을 오가며 디렉팅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

    코로나19 여파로 입출국이 까다로워 사실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2주씩 격리 기간을 두면서도 방한해 브랜드 품평회를 했다.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 회의나 품평도 가능하지만 직접 보고 교감하고 느끼면서 하는 편이 훨씬 즐겁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목적도 F/W 컬렉션 프리뷰와 내년도 콘셉트를 잡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헤지스의 여러 임직원과 마주 보고 대화하면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거주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에 개인 오피스를 두고 왔다 갔다 한다. 브리티시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헤지스의 디자인은 주로 영국 영화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진행한다.

    Q. 랄프로렌, 타미힐피거 등에서 일할 때는 어땠나.

    전통 있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할 때 그들이 얼마나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지 알게 됐다. 트렌드가 아닌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어떻게 보존하고 상품에 접목해서 선보이는지가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올드한 느낌은 전혀 없지 않나. 여기에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을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 브랜드는 개인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등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 한국 브랜드는 팀으로서, 조직으로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문화가 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디자이너로 일했던 동료가 많았는데 근 30년이 지난 지금은 몇 명 남아 있지 않다. 그중에 내가 버티고 있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Q.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글로벌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건 도전이다. 언어 · 인종 ·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그 안에서 경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한 각오와 열정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우선 과거에 비해 K-패션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아시아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한 위치다. 언어의 장벽이 없고 글로벌 브랜드에서 요구하는 실력이 갖춰져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패션시장 자체가 국경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럭셔리한 명품 브랜드에서 충분히 일할 수 있다. 언어를 공부하고 글로벌 시장의 추이를 살피면서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쌓아간다면 원하는 브랜드에 입사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Q. 김 CD의 앞으로 계획은.

    지금은 헤지스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데 매진할 것이다. 한국 브랜드를 맡아 한국에 자주 와서 보고 경험하면서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을 갖고 K-콘텐츠도 다양하게 접하게 됐다. 이제 K-패션이 글로벌로 뻗어나가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본다. 헤지스를 통해서 한국 패션 브랜드가 얼마나 우수한지 알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기획력과 마케팅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겠다. 개인적으로는 헤지스에서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이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K-패션 브랜드와 작업하고 싶다. K-패션 브랜드의 디렉터를 지낸 것이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커리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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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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