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헌 이나영 손승원…
    스포츠 수장 교체, 뉴 리더십 주목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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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6.13조회수 15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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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애슬레저 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브랜드 투톱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굳건했던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년 사이 글로벌 브랜드의 수장이 대거 교체됐다.

    최근 1년간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의 주요 브랜드들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면서 전략에 어떤 변화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국내 스포츠 시장은 굳건하게 자리 잡은 나이키-아디다스 투톱 체제 아래 글로벌 브랜드 간 2군 싸움이 치열한,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인식됐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애슬레저 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브랜드 투톱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굳건했던 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계약 기간이 끝난 CEO의 교체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위해 리더를 바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처음으로 오너 경영 체제를 벗어난 휠라코리아의 김지헌 대표, 새로운 여성 리더로 주목받는 이나영 푸마코리아 대표, 첫 리더십 변화로 묵직한 책임을 짊어지게 된 데상트코리아의 손승원 대표, 룰루레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익스트림스포츠 컴퍼니의 성장을 책임질 이훈 퀵실버록시코리아 대표, 글로벌 2대 톱 브랜드의 한국 지사장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 국내 스포츠 영업통으로 보수적인 일본계 브랜드에 변화를 가져올 김원무 아식스코리아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매뉴얼과 로컬 전략의 하모니 기대

    김지헌 대표는 지난 5월 1일 자로 ‘휠라’의 국내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오너인 윤근창 대표는 지주사인 휠라홀딩스를 맡아 글로벌 사업 부문에 주력하고, 김 대표는 ‘5개년 중장기 전략’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실행시킬 예정이다.

    김 대표는 2003년 이랜드그룹에 입사해 푸마와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비즈니스를 이끈 인물이다. 특히 뉴발란스 사업 총괄로 3년 동안 매출을 150% 이상 끌어 올린 성과로 유명하며, 이후 이랜드그룹 스포츠 비즈니스를 총괄하면서 각 브랜드의 리테일 사업 운영과 함께 이커머스 확대, 옴니채널 구축, 오프라인 멀티브랜드 리테일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0년 이상의 스포츠 시장 경험으로 스포츠 및 유통 비즈니스 전반에 폭넓은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휠라가 야심 차게 내놓은 그룹 5개년 전략과 같은 새로운 방향에 맞춰 단계별 목표 달성에 집중할 예정이다. 접근성 좋은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 지향점을 바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헌 대표, 휠라 리포지셔닝 및 이미지 제고

    이나영 푸마코리아 대표도 20년 넘게 스포츠 용품과 F&B 업계에서 활약한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다. 2020년 푸마코리아에 합류하기 전 10년 동안 리복과 아디다스의 국내 및 글로벌 지사에서 마케팅을 맡아 활약한 것으로 유명하다. 푸마에서도 국내 시장에 잘 맞는 마케팅과 영업 전략으로 최근 새로운 흐름을 견인했다.

    이 대표는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스포츠용품 및 스포츠웨어 업계의 성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했지만 그중에서도 푸마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혁신을 지속해 왔다”라며 “올해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영업 및 마케팅을 강화하는 공격적인 사업 전개로 실적 향상은 물론 국내 스포츠 브랜드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대표가 된 이후 첫 번째 성과로 최근 배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가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년간 아식스가 후원사였으나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새롭게 푸마를 파트너사로 선정했다. 브랜드로서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배구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게 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가 새로운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략 현지화 능한 이나영 대표 푸마 성장 견인

    특히 이번 유니폼 제작에 글로벌 디자이너로 부상한 우영미 디자이너가 참여해 한국의 전통 문창살에서 영감을 받아 스포티하고 세련된 그래픽을 적용하며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 푸마 독자 기술인 드라이셀(DRYCELL)을 적용해 장시간 착용에도 쾌적하고 경기력을 높여줄 수 있는 경기복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갖고 있는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의 풍부한 경험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바탕으로 로컬 맞춤 전략을 펼쳐 앞으로 더욱 빠른 시장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 1차 목표다. 한국인 최초 대표로서 상품뿐 아니라 조직과 경영 문화에도 빠른 대응 전략을 1순위로 정해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 상품 생산 등의 현지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데상트코리아의 수장이 된 손승원 대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데상트코리아의 카리스마로 자리했던 김훈도 사장 퇴임으로 손 대표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전임 대표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조직을 이끌면서 브랜드의 안정적 성장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승원 대표, 당면 과제는 데상트 안정 & 성장

    이미 2009년부터 데상트코리아의 성장을 함께해 온 그에 대한 신뢰도 탄탄하다. 경영기획팀 리더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도 함께 진행한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데상트코리아만의 기업 문화나 내부 시스템 구축에도 오랜 시간 공을 들였기에 잘 구축된 인프라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선보이는 데 주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 홍보팀 등 일부 부서에 변동이 있는 상태로 조만간 내부 안정이 이뤄지면 작년부터 되살아난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톱 스포츠웨어 전개사의 수장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 있는 액션 스포츠 전문기업 퀵실버록시코리아도 지난 3월 새로운 대표를 맞이했다. 바로 룰루레몬애틀리카코리아의 지사장으로 유명했던 이훈 대표다. 이 대표는 LG백화점 바이어로 시작해 프라다코리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아디다스코리아, 랄프로렌코리아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마케팅과 리테일 디렉터를 지낸 인물이다.



    컬처 & 코어 공략 밑그림 짜는 이훈 대표

    전 직장이었던 룰루레몬코리아에서는 2019년부터 약 3년 동안 오프라인 핵심 점포 확장과 함께 공격적인 컬처 마케팅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특히 컨템퍼러리 여성복 시장이 확대되는 사이 스포츠 브랜드 최초로 컨템 여성복 조닝에 입성하며 보더리스 전략으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소비층에 맞는 유통과 마케팅 전략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것.

    퀵실버록시코리아는 이런 그에게 또 다른 문화 마케팅과 유통 콘텐츠를 선보일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핑과 언더그라운드 컬처에 관심이 높아 회사의 주요 마켓인 스케이트보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황. 우선 상반기에는 스케이트보드 마켓을 타깃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적중률 높은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벌써 주요 브랜드인 ‘DC’와 ‘엘리먼트’를 중심으로 용품과 신발 등 주요 카테고리를 확대해 선보이면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어패럴 라인과 모자를 추가 제안한다. 마케팅 역시 브랜드들이 포진해 있는 코어 타깃에 맞춰 서브 컬처 및 해당 크루들과 함께하는 문화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유통도 기존 온라인과 편집숍 등 외에 좀 더 코어와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피터 곽 대표, 아디다스코리아 구원투수로

    작년 11월 아디다스코리아의 새로운 대표로 등장한 피터 곽 대표의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다양한 상품 및 유통 전략으로 ‘나이키’의 국내 성장을 이끈 그의 리더십이 2016년 국내 매출 1조를 찍고, 2020년 기준 추정 매출 7000억원으로 떨어진 아디다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감이 커진 상황.

    한 스포츠 담당 백화점 바이어는 아디다스의 최근 상황에 대해 “작년부터 매출이 많이 빠지면서 스포츠 투톱으로서 위치가 애매해졌다. 신상품이나 마케팅 전략 등 전반적으로 국내 시장의 상황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분위기라 소비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 보인다”라며 “일부 이슈 상품 외에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뉴발란스 등 타 브랜드로 많이 넘어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마켓에서 일찌감치 움직여 선점하고 있던 우먼스 마켓과 키즈 시장에 대한 대응도 약화돼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나 캐주얼 브랜드에 자리를 내줬다. 2018년부터 아시아 조직 변화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내부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피터 곽 대표가 아디다스코리아의 새로운 구원투수가 될지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아식스 선호도 확장 일등 공신, 김원무 대표

    실제로 곽 대표 취임 이후 아디다스는 BLS 등 복합형 프리미엄 매장으로 유통가 니즈에 대응하고, 2017년 이후 중단됐던 K-리그 스폰서십을 되살리는 등 로컬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올 시즌부터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 2개 구단과 스폰서십을 맺으며 울산과는 4년 만에, 전북과는 19년 만에 재결합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곽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은 ‘스포츠로 하나 되는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과 혁신의 여정”이라고 말하며 윈윈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기존에도 아디다스는 공인구를 비롯해 유스나 일부 선수를 지원하는 등 국내 축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왔지만, 내부 정책 변화로 인해 이번처럼 적극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작년 5월 취임한 김원무 아식스코리아 대표는 조금씩 성과를 올리며 활약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0년 매출 999억원,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했던 아식스코리아가 지난해 매출이 소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를 털어냈기 때문이다. 아직 어깨는 무겁지만 마켓에서는 여러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보수적인 글로벌 기업, 급진적 변화 어려워

    먼저 대중의 접근성이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2018년부터 글로벌 디렉터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디자인 큐레이션에 참여한 신발이 품절 대란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핫 아이템으로 아식스 신발이 떠올랐다. 완판되고 리세일되는 이슈가 생기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패션화로써 아식스 신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를 국내 브랜드 ‘키르시’와의 협업을 통해 1020세대까지 인지도를 확산하는 데 성공했다.

    어글리 슈즈 열풍을 이어 힙한 신발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영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에서 세일즈 및 리테일을 담당했던 김 대표의 노하우가 없었다면 적절한 물량 수급과 빠른 공급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김 대표는 과거 나이키스포츠코리아, 푸마코리아, 인터스포츠아시아퍼시픽 세일즈 및 리테일 팀장을 지내며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영업을 경험했다. 여기에 2013년부터 아웃도어 네파에서 백화점 및 유통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다 영업 총괄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네파는 까다로운 인사관리로 유명했는데, 내부 인물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기존 인력인 그를 승진시켜 주요 파트를 맡기며 기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포츠 시장, 선두 ~ 중진 폭넓은 격전 예상

    그가 오랜 시간 쌓아온 이런 노하우가 아식스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게 한다. 아직도 실적에 대한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 취임 때 “전반적인 세일즈 영역뿐 아니라 물량 계획과 효과적인 마케팅을 통해 사업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한 공약을 빠르게 하나씩 지키고 있다. 보수적인 일본계 스포츠 회사지만 보다 로컬 친화적인 전략으로 변화를 노린다.

    이런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의 리더십 교체로 인해 올해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은 선두권 브랜드는 물론 1000억~1500억원대 중진 시장에도 치열한 격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마켓 전환은 오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는 동안 빠르게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한국발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생겨난 의외의 현상이다.

    젝시믹스, 널디, 뮬라 등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층의 니즈에 적극 대응하며 온라인을 넘어 대형 유통 조닝에서까지 메인 자리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선두권 글로벌 브랜드들의 리더십 변화로 인한 전략 전환과 약진하는 국내 브랜드들의 성장세로 올해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이 어떤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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