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하 l 전 신세계사이먼 대표
    아닌 것(Not)은 아닌 것(Not)이다.

    dhlrh
    |
    22.04.14조회수 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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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나온 출연자가 “가스라이팅이란 어떤 사람의 심리 상태에 조작을 가해 자신을 불신하고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하는 심리적 학대”라고 정의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매우 사랑한 나머지 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의도치 않게 가스라이팅해 자녀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험을 망쳤을 때, 아이들의 마음이 상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시험을 망쳐서 엄마가 속상할까 봐 마음이 안 좋다는 아이와 자신이 아빠한테 혼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아이가 있다. 둘 중 누가 더 바람직한 반응일까?

    일반적으로는 내가 시험을 망쳐서 엄마가 속상할까 봐 걱정하는 아이가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시험을 망쳐서 아빠한테 혼날까 봐 걱정하는 아이보다 바람직한 태도일 것 같지만 오히려 아빠한테 혼날 것을 걱정하는 아이가 바람직한 태도라고 한다.

    엄마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하는 아이는 ‘내 마음’보다 ‘엄마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기 때문에 아빠한테 혼이 날 ‘내 마음’, 즉 나를 걱정하는 쪽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시험을 망쳤을 때, 엄마가 아닌 아이를 주체로 반응을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이가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키울 수 있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많이 달라졌지만, 오래전 유교적 교육의 영향 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늘 나보다는 주변 사람 또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학습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항상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세상의 중심에 나 자신을 놓고 배려하고 생각하는 주체적인 태도와 주관적인 감정표현의 마음가짐이 항상 부족했다는 뜻이다.

    아마도 그 대표적인 우리나라 말이 ‘아무거나’일 것이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나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물어보면 나보다는 묻는 사람의 취향과 스타일을 배려해 ‘아무거나’라고 표현하며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더욱 분명해지는 사실은 좋아지는 것은 아직도 여전히 희미하지만, 싫어지는 것은 제법 분명해지는 점이다. 이제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가끔은 그런 문제로 상대방을 머쓱하게 할 때도 있지만 이젠 가능하면 나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누구한테라도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만 배려한 것에 대한 반동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야만 모든 관계나 만남에 진심이 있고 즐거운 만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해야 남들도, 주변 사람들도 나처럼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를 가질 것을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은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올해 트렌드는 ‘신념의 시대’라고 한다. 자신이 믿는 신념, 즉 어떤 것들에 자신의 진심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한다. 진심이 아닌 것에 대한 나의 신념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무엇에 나의 진심이 있는지를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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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 1987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 1996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입사
    • 2005년 해외사업부 상무
    • 2010년 국내 패션본부 본부장
    • 2012년 신세계톰보이 대표이사 겸직
    • 2016년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
    • 2020년 브런치 작가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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