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플랫폼 명품 · 진품 논란 – 무신사 vs 크림
국내 최고의 온라인 패션쇼핑몰 ‘무신사’가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을 상대로 돌이킬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들어갔다.
무신사가 판매하는 명품 티셔츠 ‘피어 오브 갓 에센셜’의 진위를 두고, 크림이 자사 홈페이지에 에센셜 셔츠의 가짜 제품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시작됐다. 국내 병행수입·리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동시에 ‘짝퉁’ 제품도 나날이 대규모로 온라인까지 침투하는 상황에서 진품 감정에 따른 분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예고된 분쟁이지만, 결국 패션계의 제 살 깎아 먹는 형국이다.
무신사는 크림의 모조품 판정에 강경하게 반발하며, 에센셜 공식 판매처 및 한국명품감정원의 진품 판정 결과를 제시하면서, 크림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다. 판매업체 판단의 공정성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한국명품감정원이라는 기관의 전문성조차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심지어 진품 감정에 대한 전문성이 거의 없는 사법기관에서 이러한 고난도 분쟁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패션제품의 판매는 보통 1회성 판매로 그쳤기 때문에 재판매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IT 발달에 따라 대규모의 재판매가 용이해지면서 재판매 플랫폼 업체 측에서는 진품의 검증이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됐다.
즉 정품 인증을 내세우는 만큼 가품을 걸러 내는지 여부가 소비자를 붙잡는 열쇠인 것이다. 물론 진품을 감정의 '전문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패션시장의 특성상 스피디하게 트렌디하게 변화무쌍하게 공급되는 패션제품의 진품을 일일이 제때 감정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리셀 시장에서는 이미 진품 분쟁에 대해 홍역을 치렀다. 2004년 보석 명품 브랜드 ‘티파니’가 초대형 온라인쇼핑몰 ‘이베이’에 위조품 판매 관련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무려 6년을 끌어오다가 이베이가 직접적으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로 종결됐다.
물론 이베이가 각 상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배상할 수 있다는 해석도 포함됐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2018년 11월 미국 굴지의 명품 리셀 플랫폼 ‘리얼리얼’(나스닥 시가총액 9000억원)에서 샤넬 로고가 찍힌 가짜 가방이 판매된다는 이유로 샤넬은 뉴욕 지방법원에 ‘상표권 침해’ ‘불공정 경쟁’ ‘허위 광고’ 등의 소송을 제기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양사 모두 사업의 사활을 걸고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외 OEM 주문의 경우, 제조업체별로 제품의 차이가 발생하기 쉽다. 그러므로 브랜드의 로고를 비롯해 디자인, 포장 상자, 재료, 바느질 상태까지 살펴보면서 진품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하지만 미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패션명품의 경우에도 감정 능력을 공인하는 기관은 없다. 루이비통과 프라다처럼 자주 거래되는 명품이 아니라 가끔 시장에 나오는 브랜드라면, 감정의 노하우가 쌓이기도 어렵다. 주로 '내부 연수'를 통해 재판매 플랫폼의 감정 능력을 배양하므로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감정 시스템은 커녕, 주먹구구라는 비난은 불가피하다.
편집숍 쇼핑몰과 재판매 플랫폼 사이의 알력과 분쟁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상생하며 소비자 권익도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양 당사자가 합동으로 진위 감정을 실시하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 PROFILE
• 건국대 교수 / 변호사
•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 패션협회 법률자문
•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 국립극단 이사
•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4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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