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하고 ~ 드로우핏×오픈런P
    디자이너×브랜드 빌더, 시너지 업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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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3.23조회수 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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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 브랜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브랜드 빌더들이 여럿 증가하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자금 · 경영 · 독립성 등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과 맞는 투자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캐주얼에 이어 디자이너 브랜드로 옮겨 온 투자 붐! 스트리트 무드의 ‘키르시’ ‘커버낫’ 등 캐주얼 브랜드로 투자가 몰렸던 3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아직 성공이라 말하기는 이르지만 투자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곳도 여럿 있어 올해와 내년에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가격 경쟁으로 치닫게 되는 캐주얼 브랜드보다 확실한 무드가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지속성장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제품은 물론 전반적인 무드와 콘텐츠, 마케팅이 뒷받침되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투자해 함께 성장하려는 브랜드 빌더가 생겼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내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부분 투자 제의를 받는 상황이다.

    브랜드 투자 업무에 오래 몸담았던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 캐주얼 브랜드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졌지만, 캐주얼 브랜드의 주요 활동 무대인 온라인 마켓이 가격 세일로 인해 많이 무너진 상황이다. 2020년 말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에서 노세일을 진행하던 주요 파워 브랜드 모두 지난해에는 40% 이상의 세일을 진행했고, 이러한 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이제 웬만한 세일가로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대명 ~ 무신사, 스트리트 → 디자이너에 주목

    이어 “온라인 마켓은 비교하는 시장이기에 소비자의 습득력과 변심이 빠르게 일어난다. 아무리 좋아하는 브랜드도 한순간에 돌아서게 되고, 가격 또한 손해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캐주얼 브랜드는 재작년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세일을 진행하면서부터 계속 높은 할인을 해야 브랜드 매출 외형이 유지되고 있다. 점점 더 가격 경쟁으로 치달아 이익이 나지 않는 캐주얼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브랜딩이 된 디자이너 브랜드로 투자자가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투자 컴퍼니로는 하고앨엔에프, 오픈런프로젝트, 무신사, 코웰패션을 꼽을 수 있다. 신세계, LF, 삼성, 코오롱 등 대기업에서도 별도의 투자 법인 혹은 TF팀을 꾸려 브랜드 투자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조직에 대한 개입 없이 상대적으로 ‘순수’하게 투자를 진행하는 이들 4개 컴퍼니가 더 많은 브랜드와 M&A 계약을 체결하며 활발하게 투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명화학과 협업하고 있는 하고앨엔에프(대표 홍정우)가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 24개에 투자하며 주도권을 꽉 잡았다. ‘마뗑킴’ ‘보카바카’ ‘마가린핑거스’ 등 디자이너 브랜드에 집중 투자하며, 이들의 국내외 성장을 도울 계획이다. 하고앨엔에프는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K-패션의 중심은 여성복이라고 판단해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에 올인하고 있다.



    하고 24개, 오픈런 11개 등 협업 브랜드 증가

    유니섹스, 남성 디자이너부터 캐주얼까지 아우른 오픈런프로젝트(대표 박부택)도 작년 회사 설립 이후 총 11개 브랜드와 함께 성장세를 타고 있으며 이 중 ‘드로우핏’ ‘쿠어’ ‘노이어’ 등 컨템퍼러리 포지션의 브랜드가 높은 신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자체 플랫폼 무신사와의 시너지를 노리며 캐주얼 · 스트리트 브랜드에 전략적으로 협업해 온 무신사(대표 강정구 한문일)도 합작회사나 자회사를 통해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에 손을 뻗고 있으며, 골프웨어 브랜드 육성에 전문적인 노하우를 지닌 코웰패션(대표 임종민)도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하고앨엔에프와 오프런프로젝트의 활약이 돋보인다. 하고앨엔에프는 작년 여성 디자이너 쪽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했고 총 11개 컴퍼니와 24개 브랜드의 투자를 진행했다. 오픈런프로젝트는 작년 설립 이후 9개의 브랜드에 투자를 진행했고, 투자 브랜드가 평균 2배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과거 투자를 받기 두려워하거나 꺼리던 많은 패션 브랜드가 이들과 손을 잡은 건 두 대표가 패션업계에서 다양한 투자를 이미 경험해 본 만큼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많은 외부 투자 기관에서 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매출 규모에 맞춰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금액을 제시하지만 자본에 대한 인풋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홍정우, 박부택 등 M&A맨 주축 브랜드 영입

    하지만 이들은 패션업계에서 계속 몸담은 만큼 패션 산업에 대한 이해 그리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문제와 한계를 잘 안다. 이에 자본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약한 경영 전반에 관한 것들, 물류와 생산원가, 재무·회계,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함께 고민하고 서포트한다. 이들의 폭넓은 네트워크나 정보 공유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함께 맞춰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홍정우 하고앨엔에프 대표는 “결국 디자이너가 대표 겸 디자이너를 계속 맡아 주도적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가야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받아 크게 성공한 케이스가 드물며 여성 패션 디자이너 쪽에서는 아직 없다고 본다. 근래 회사에서 진행한 투자도 아직 초기 단계다. 어렵지만 이 브랜드의 지속 성장과 볼륨화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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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디자이너 국내 + 해외 홀세일 양손에

    이어 “국내 디자이너 마켓은 과거에 비해 확장했지만,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는 결국 글로벌을 같이 공략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와 해외 홀세일을 함께 잡아야 하고, 그래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브랜드의 부침과 비효율적인 경영을 함께 개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고앨엔에프는 현재까지 투자 브랜드의 매출을 합산해 평가했을 때 전년 대비 매출이 84% 신장했다. 각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강점을 살리면서도 그들이 잘 못하는 재무나 재고 관리 등을 가이드하면서 스몰 비즈니스라도 시스템을 갖고 체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제 여성복 브랜드 입장에서 하고와의 M&A를 선호하는 이유는 브랜드 성장 외에 다른 이유가 없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하고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의 성장이나 브랜드를 보유하기 위한 이유가 아닌, 디자이너를 대표로 그대로 인정하고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것을 큰 관여 없이 진행하게 하는 편이다. 디자이너는 투자를 진행한 이후에도 경영에 간섭을 받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지원을 받고 있다.

    자본 + 브랜드 성장 위한 다차원 지원 중요

    투자를 받은 한 브랜드 대표는 “브랜드의 연매출이 어느 정도 점프한 이후 여러 기업에서 투자 제안을 받았다. 기업 평가로 제안 받은 투자 금액은 높았지만 큰 매출 규모의 기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반면 하고앨엔에프는 여러 부문에서 경영 규모를 어떻게 키워가야 하고, 물량과 재고를 적정 수준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재무적인 도움을 많이 준다”라고 말했다.

    아직 투자를 진행한 지 만 1년이 안 됐지만 이 회사와 손잡은 이후 빠르게 고성장한 브랜드도 여럿이다. 하고의 투자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함에도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김다인 대표의 마뗑킴은 작년 연매출 1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4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작년 초 하고앨엔에프와 손을 잡았고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업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김다인 대표 마뗑킴 작년 매출 150억 껑충

    작년 하고의 투자를 유치한 브이에이치디자인(대표 서보람) 또한 연매출 15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빈티지헐리우드’ ‘하이칙스’ ‘보카바카’ 등 3개 브랜드를 전개 중인 이 회사는 올해 받은 투자를 시작으로 매출 볼륨 확대와 매스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투자를 받은 여러 브랜드 중에는 자금력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규모에서 갖게 되는 여러 불안정성, 외부에서 평가받는 회사의 가치 등을 고려해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운영을 위한 자본이 부족하지 않은 경우에도, 중소기업 규모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직원의 복지와 주먹구구식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명화학에서 많은 온라인 브랜드의 M&A를 이끌었던 박부택 대표는 홀로서기 이후 무신사의 투자를 받아 오프런프로젝트를 운영하며 9개의 브랜드와 손잡았다. 각 브랜드의 물류, 생산, 경영, 마케팅 등 보다 세부적인 브랜드 매니징을 펼친다.



    오픈런프로젝트 소속 9개 평균 200% 신장세

    이에 9개의 브랜드가 평균적으로 작년에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브랜드 결에 맞는 경영전략과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현재 캐주얼 스타일이 강한 브랜드부터 상대적으로 고가인 컨템퍼러리와 로고 플레이 중심의 스트리트 캐주얼까지 협력하는 등 브랜드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만큼 각 브랜드에 맞는 성장 전략을 제시한다.

    작년에는 개인 브랜드에서 지닌 문제점을 보완해 큰 매출 신장을 이끌어냈다. 국내와 해외 등 브랜드가 공략하는 마켓을 달리해 세분화해 접근한 점이 주효했다. 대표적인 마케팅 성공 사례는 오드스튜디오다. 오드스튜디오는 ‘ODSD’ 브랜드 로고 플레이를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다. 작년 오픈런프로젝트와 일본 마켓의 10대 후반을 집중 타깃해 마케팅을 펼친 결과, 일본 소비자의 마켓 셰어가 30%까지 올랐다. 총 매출도 전년 대비 5배나 뛰었다.

    고감도의 컨템퍼러리 브랜드 노이어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공략해 보다 본질적이고 자연 발생적인 바이럴에 집중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근본적인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했고 그 결과가 F/W 시즌에 연매출이 3배 점프했다.

    특히 베이직 컨템퍼러리 브랜드 드로우핏은 올해 1월 온라인에서 월 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3배 넘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오픈런프로젝트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는 등 컨템 & 디자이너 포지션의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ODSD 1020세대 여성 타깃 적중, 일본 시장도↑

    엠케이트렌드와 케이브랜즈 등 청바지를 비롯한 캐주얼 조닝에서 오랜 경력을 갖춘 박 대표는 대명화학이 온라인 브랜드 투자에 본격 페달을 밟을 때 가장 크게 조력했다. 첫 시작이었던 피스워커를 비롯 수많은 온라인 브랜드를 메이드하며 온라인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한계가 무엇인지 알며, 틈새를 잘 파고들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노하우도 상당하다.

    박부택 대표는 “오픈런프로젝트는 컨템퍼러리부터 캐주얼까지 각기 특색이 다른 9개의 브랜드와 협력하고 있고, 각 브랜드 특성에 맞춰 세밀한 전략을 짜고 있다. 각 브랜드 대표가 본인이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오픈런프로젝트의 역할이다.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마케팅이 특히 중요한 만큼 올해는 국내외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가격 중심의 브랜드보다 무드와 디자인이 뚜렷한 브랜드들에 대한 마켓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마켓 사이즈가 얼마만큼 커질지는 미지수지만, 오픈런프로젝트는 앞선 정보력과 마케팅 파워로 디자인 역량 있는 브랜드들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웨어까지 번진 투자 열풍, 코웰패션 가세

    골프웨어 시장이 붐업되고 기업이 아닌 개인이 처음 시작한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성공 반열에 오르자 골프웨어 라이선스 마켓의 리딩기업인 코웰패션도 신진 브랜드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해외 브랜드의 국내 라이선스 도입에 앞장서 온 만큼 로컬 브랜드에 투자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2020년 10월 페어라이어에 전략적인 지분투자를 진행했고 이후 페어라이어는 볼륨화에 시동을 걸었다. 투자로 볼륨 확장에 탄력을 받은 페어라이어는 작년 백화점과 부티크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해 30개점까지 확장했고, 온라인 매출을 확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작년에는 캘빈클라인골프에 투자해 올해 서서히 매장을 확장하며 성장하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패션마켓 베테랑이 전개하는 잡화 브랜드 ‘옘스코르’와 ‘분크’에 투자를 진행해 독자적인 운영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특히 석정혜 대표가 운영하는 분크는 투자를 받은 후 생산 납기일을 앞당기는 등 더 안정적이고 건전한 경영 구조를 갖추는 데 힘쓰고 있다.



    무신사, OEF · 비먼 등 여성 디자이너에 관심

    이미 커버낫, 앤더슨벨 등 여러 브랜드에 투자를 진행해 온 무신사는 근래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변화된 M&A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신사 플랫폼이 남성과 1020세대에 특히 강한 만큼 무신사는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에 주로 투자를 해왔는데, 현재는 이와 별개로 디자이너, 특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무신사는 아모레퍼시픽과의 합조 조합 ‘AP&M 뷰티 패션 합자조합’을 통해 작년 초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유어네임히얼에 전략적으로 투자했고, 이 회사의 세컨드 브랜드 ‘유어라이프히얼’을 독점 론칭했다. 최근에는 산하의 패션전문 투자 기업 ‘무신사파트너스’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를 투자 & 육성하는 ‘넥스트 패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최대 3억원의 투자금과 생산 대여금 지원,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 할인, 전담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작년 12월 처음 시범 운영하며 ‘오이에프(OEF)’ ‘비먼’ 2개 브랜드를 선발했다. 두 브랜드 모두 디자이너의 감각이 돋보이는 여성복 브랜드로, 무신사파트너스가 이제까지 진행한 투자 사례 브랜드와 다른, 디자이너 감성을 내세운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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