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세일 위축, 이커머스 급팽창~ DTC, 패션산업 혁신 촉매제로!

    정해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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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4.05조회수 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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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1
    패션 리테일, 이제 DTC모델로 전환









    전통적인 패션산업 내의 유통방식은 브랜드 → 리테일러(홀세일) → 소비자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방식을 무시하고 ‘브랜드나 제조업자가 중간단계 없이 직접 최종 고객에게(주로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DTC(또는 D2C, Direct-To-Consumer)라고 부른다.

    DTC의 부상은 2010년을 전후로 출현한 와비파커(Warby Parker)와 리포메이션(Reformation), 글로시에(Glossier) 같은 DTC 스타트업에서 비롯됐으며, 이들은 새로운 방식의 쇼핑 방법을 소개하면서 패션산업 내 디스럽터로 떠올랐다.

    이들의 성공이 패션산업에서 DTC 붐을 일으키면서 기존 홀세일로 판매하던 브랜드들이 DTC 모델로 전환하는 경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형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나이키나 리바이스, 구찌 같은 글로벌 브랜드까지 이제 많은 패션기업은 홀세일을 통하지 않고 DTC 유통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19와 이커머스 성장… DTC 모델 푸시

    2020년에 들이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커머스가 크게 늘어났고 많은 브랜드는 이를 계기로 DTC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얼룩진 지난해 영국 내 이커머스는 무려 46%나 성장해서 2008년 이후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ONS,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이를 반영하듯 대표적인 패션 이커머스 기업인 에이소스(ASOS)와 부후(Boohoo)의 지난 회계연도 매출이 각각 19%와 44% 성장했다.

    지난해 3월을 전후로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록다운이 시작되면서 백화점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들이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리테일러들이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커머스였다.

    특히 나이키는 DTC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통해 온라인 매출(2020년 6월∼8월)이 82%나 폭등하는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DTC의 대표적 스타트업 리테일러인 스티치픽스(Stitch Fix)도 당 회계연도 매출이 20∼25%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TC 매력… 높은 마진과 고객 인사이트 확보

    최근 몇 년간 패션 부문에서는 일반 브랜드도 DTC로 방향을 바꾸는 분위기다. 온라인 매장을 통해 상품을 직접 판매하고 브랜드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마케팅하면서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DTC로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마진을 늘리고 온라인 쇼핑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DTC로 판매할 경우 마진을 50∼85% 수준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나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홀세일 채널을 통해서는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소비자 행동에 대한 고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이는 특히 고객 유지에 도움이 돼 반복 구매를 도모할 수 있다. 이처럼 DTC는 장기적인 매출 성장과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DTC 통해 소비자 가격 낮추고 경쟁력 올리기도

    홀세일을 거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사업을 아예 DTC 모델로 전격 교체하는 브랜드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영국의 컨템퍼러리 세일웨어(sail wear) 브랜드인 ‘헨리 로이드(Henri Lloyd)’의 디지털 전환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0월 DTC 전환을 선언한 헨리 로이드는 기존 영국과 스웨덴에 소재하는 십여개의 직영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만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이러한 전략적인 변화를 통해서 헨리 로이드는 판매방식을 본질적으로 바꾸는 한편 기존보다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고자 한다. 홀세일을 생략함으로써 30∼40%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능성 재킷의 경우 기존 홀세일을 통한 소비자 가격이 109만원이었지만 DTC로 판매하면 63만원으로 낮아진다. 이처럼 DTC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질 좋은 상품을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서 밸류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케어링 ∼ 리바이스, DTC 주력하는 패션 기업

    프라다 · 구찌 · 코치 등 럭셔리 브랜드부터 리바이스 같은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규모의 대형 패션브랜드들 역시 DTC 전략을 운영한다. 지난 2018년 LVMH의 디올은 홀세일을 철수했으며 코치도 같은 해 북미 지역에서 홀세일 거래처 매장의 25%를 줄이는 등 장기적으로 DTC를 지향하고 있다. 케어링 그룹의 구찌도 지난해 홀세일 채널의 매출 비중을 줄일 것을 발표했다. 프라다도 2020 S/S 시즌부터 홀세일을 줄여서 현재 DTC 매출이 90%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리바이스의 CEO인 칩 버그(Chip Bergh)는 WWD의 리테일 서밋에서 ‘현재 추진 중인 DTC 주도형 전략은 명확하고 진정한 기회’라고 설명했다. 리바이스는 지난 5년간 DTC를 추진해 왔으며 그 결과 10년 전 26%에 지나지 않던 DTC 비중은 이제 약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아디다스와 투미(Tumi, 쌤소나이트가 2016년 인수)는 DTC 비중이 높은 브랜드로 알려졌는데 투미는 75%, 아디다스는 60%의 매출이 DTC에서 나온다. 이렇게 대형 패션 브랜드들이 DTC로 움직이는 것은 소비자 구매행동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2019년 미국인들의 40%는 DTC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5년까지 50% 비중으로 오를 것이라고 한다(Diffusion PR). DTC는 이제 미래를 향한 전략이 되고 있다.






    온라인 리테일러들… 컨세션 방식으로 전환

    홀세일로 상품을 파는 것을 피하는 것은 브랜드만이 아니다. 멀티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고 에디팅해서 판매하는 온라인 패션리테일러들 역시 홀세일로 구매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구매한 상품을 2.5∼3.4배의 가격(소매가)으로 판매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제는 파페치(Farfetch)나 잘란도(Zalando) 방식의 마켓플레이스로 움직이고 있다. 매입한 재고를 운영하는 모델은 마진은 높지만 재고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제공하되 재고 관리를 운영할 필요도 없이 상품이 팔리면 그에 대한 커미션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온라인 버전의 위탁 운영은 브랜딩을 컨트롤하고자 하는 대형 브랜드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 프라다와 네타포르테의 딜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프라다와 미우미우 상품을 네타포르테(net-a-porter)에서 판매하되 판매 국가는 프라다가 제한하며 드롭시핑(dropshipping, 오더를 받으면 브랜드에서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 대신 네타포르테는 판매에 대한 커미션을 받게 된다. 이를 통해서 프라다는 네타포르테의 글로벌 고객에게 노출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네타포르테는 바잉할 필요 없이 프라다와 미우미우 상품을 사이트에서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윈윈 파트너십을 지향한다.






    홀세일에 비해서 많은 투자가 필요한 DTC

    DTC 모델은 서비스와 상품, 브랜딩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고 마진이 높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홀세일에 비해서 많은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그저 웹사이트에 상품을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판매에 필요한 상품을 미리 생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웹사이트 관리, 고객서비스, 물류관리 및 배송, 디지털 마케팅 등에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브랜드가 홀세일을 줄이고 매출의 대부분(50∼80%)을 DTC에서 만들고자 하는데 이러한 규모의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채널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오더 관리를 위한 배송, 물류관리, 창고 등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떠오른다. 이를 직접 관리하게 되면 인프라가 필요하고 제3자에게 의뢰하면 비용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소형 브랜드의 경우 홀세일과 DTC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홀세일의 매력은 선주문 형식으로 재고의 염려가 없고 생산비용을 보증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홀세일은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DTC는 미래 지향적 리테일?

    2020년은 DTC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DTC를 향한 움직임은 속도를 내게 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DTC 온라인 매출이 24.3% 성장한 20조원을 기록해서 사상 최대 성장치를 보였다(eMarketer). 특히 중간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고객들과 연계할 수 있다는 매력은 그동안 판로를 고민하던 많은 제조업자가 DTC로 전환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영국의 500대 제조회사들 중 73%는 이미 DTC를 전략의 일부로 채택했으며, 이를 통해서 매출과 고객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2025년까지 DTC를 통해 매출이 55%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홀세일 생략으로 20조5600억원의 이익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스타트업, 영디자이너, 럭셔리 하우스, 글로벌 패션그룹 등 다양한 규모의 패션 브랜드는 이제 DTC를 리테일의 메인 채널로 삼고 있다. 동시에 DTC 방식을 바탕으로 프리오더(pre-order), 서브스크립션 박스, 리세일(resale) 플랫폼 등 새로운 패션사업을 만들어 내면서 2020년대 패션산업의 진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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