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나이키 등 中서 불매운동, 파급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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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나이키 등 中서 불매운동, 파급 어디까지

Monday, Mar. 29, 2021 |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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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H&M, 아디다스, 뉴발란스, 푸마, 버버리, 이케아, 갭,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하루 아침에 중국인들에게 손절(?) 당했다. 해당 브랜드 모델을 하고 있는 중국인 연예인들은 개인 SNS를 통해 계약 파기 성명서를 올리고, 컬래버 취소 의사를 밝히는 것은 물론 중국인들의 주요 SNS인 웨이보에는 해당 브랜드들의 리스트가 공유되며 불매하자는 의견이 극에 달하고 있다.

중국 인기 스타이자 중국 내 나이키 모델로 활약하며 평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로 꾸미고 다녔던 배우 왕이보는 '나이키'와의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주말 공개된 사진에 정말 단 하나의 나이키도 착용하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 현재 국내에서 갓세븐으로 활동 중인 중국인 멤버 잭슨 역시 '아디다스'와 앰버서더 계약을 파기한다는 성명서를 SNS에 올렸다.

중국판 '프로듀스101'로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은 '푸마'와 스폰서십을 맺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공식 웨이보에서 푸마 관련 글과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다. 휴고보스의 중국 내 모델이었던 리이펑, 주정팅, 왕린카이도 해지 성명을 속속 발표했다.

한국에서 걸그룹 f(x)로 활동하던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 송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H&M과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출시했는데 24일 저녁 회사 SNS를 통해 '현재 H&M과는 협력 관계가 아니며, 중국과 중국의 인권에 대한 모든 공격에 단호하게 저항할 것이다. 중국과 중국인을 비방하기 위해 상업적 수단을 사용하는 행위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H&M 등 '인권탄압 면화 안 써!' VS 중국 '거짓주장, 그럴거면 나가!'

이유는 바로 중국 내 소수 민족이 살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 면화 사용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입장 때문이다. 시작은 H&M이었다. 지난해 신장 자치구 관련 성명문을 공개해, 인권 문제가 있는 신장에서 강제 노동으로 채취되고 만들어진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



뒤이어 문제가 된 나이키는 소비자들에 의해 제기된 '나이키 산둥성 공장에서 위구르인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의혹과 해당 공장에서 강제노동 반대 행위를 막았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가 이번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됐다. 중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동 착취 등 인권 탄압에 동조하지 않으며, 해당 지역에서 오는 어떠한 방직 가공품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인들이 이 일을 이제서야 문제삼는 진짜 이유는 지난 22일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과 캐나다 등이 신장 지역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에 있다. 이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대중 제재를 시작했고 미국은 지난 1월 신장 지역 면화와 토마토 상품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제 맞서 중국도 EU와 영국, 미국과 캐나다의 기관과 개인에게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등지의 입국 및 거래 금지를 확장시키는 등 맞불 제재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미국의 신장 지역 물품 수입 금지 조치 이후 최근까지 중국 내 서구 인사 중 50명 이상이 개인적으로 활동을 저지당하고 있는 상황. 28일에는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다음 제재 대상은 미국 주도의 반(反)중국 블록 '쿼드'(Quad))가 될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유럽연합ㆍ영국ㆍ미국ㆍ캐나다 VS 중국 '쌍방 제재' 이어져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 것을 사지 않을 거며 중국 땅에서 팔지말고 나가라'며 관련 브랜드들에 대한 불매 의사를 밝혔다. 가장 먼저 화풀이 대상이 된 H&M은 벌써 타오바오, 징동, 톈마오 등 온라인 몰에서 브랜드 관이 지워졌다. 중국 내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는 지도 서비스에서 H&M 매장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고,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기업은 앱스토어에서 H&M 다운을 차단시켰다. 중국 소비자들은 휴대폰에 다운 받은 H&M 앱을 지우는 인증샷을 속속 올리고 있으며, 공산당 매체인 인민일보는 H&M의 브랜드명을 'Huang Miu(엉터리다)'라는 표기로 바꿔 조롱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24일 밤부터는 언론과 연예인들이 대대적으로 #나는신장목화를지지한다 는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웨이보를 사용하는 한국 소비자라면 25일 오전에 해당 해시태그를 단 중국인들의 글이 대거 올라온 것을 발견하고 의아했을 것. 나이키 신발을 모아 불에 태우는 동영상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이 김에 해외 브랜드들을 중국 땅에서 몰아내자'며 신장 면화 사용을 거부한 브랜드를 찾아 리스트를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H&M그룹의 전 브랜드(H&M, 코스, 앤아더스토리즈, 칩먼데이, 위크데이, 아르켓 등)는 물론 나이키와 컨버스, 아디다스와 리복, 버버리, 유니클로와 GU, 랄프로렌, 라코스테, 타미힐피거, 갭, 푸마, 카파, C&A 등 상당수의 패션 및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이케아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이미 같은 성명을 내고 신장 면화 불매 의사를 밝혔던 터라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불매해야 할 규모가 생각보다 커진 상황.

구체적인 SNS 불매 운동은 처음엔 H&M, 나이키에 이어 주말 동안 아디다스, 컨버스 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연예인의 리스트를 만들어 그들이 해당 브랜드들과 계약을 해지 했는지, 어떤 의사를 밝혔는지를 일일이 체크하며 사상검증을 하는 일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휠라, USA 대만 중국 지역별 다른 대응으로 소비자 혼란

이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과 중국 내 브랜드 전개사의 입장 차이로 인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 바로 '휴고보스'와 '휠라'다. 이 사태가 벌어지자 마자 휴고보스는 중국 내 SNS를 통해 신장 면화 사용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글로벌 사이트에는 기존대로 신장의 인권 탄압 사태를 지적하는 성명서가 그대로 올라와 있던 것.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고 일이 커지자 중국 내 SNS에 올렸던 신장면화사용 지지 글을 삭제하고 글로벌 사이트와 같은 내용으로 다시 올렸다. 이 때문에 중국 내 모델들의 계약 해지도 더욱 화제를 모았다.

휠라는 지역마다 다른 대응을 보여 혼란을 빚고 있다. 휠라글로벌은 이미 지난해 신장 자치구 강제노역 관련 성명문을 발표하며 해당 지역의 면화 및 방직 가공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현재는 지역명을 삭제하고 강제노역 근절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남아있음), 대만의 휠라타이완은 지난 26일 '자사 상품에는 대만에서 생산한 면화와 남아시아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전하며 중국 본토 시장과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안타스포츠가 운영 중인 휠라차이나다. 최근 공식 웨이보를 통해 '신장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지속적으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휠라차이나의 대표 상품의 직물 원료가 신장의 장단면이다. 동시에 면화산업 비영리단체인 BCI(Better Cotton Initiative, 더 나은 면화 계획)에서 탈퇴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 (BCI는 신장 면화에 대한 승인을 중단해 최근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신장 면화 사용을 중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단체)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휠라코리아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자들 관심 '국내 브랜드들의 입장은?'으로 번져

최근 중국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서구 국가들과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쌍방 제재는 정치적 사건으로 눈에 크게 띈 것일 뿐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이번 글로벌 브랜드들의 신장 지역 면화 불매와 관련된 국내 브랜드들의 입장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내 매출로 기업을 키운 브랜드들은 물론 다운, 면 등 많은 패션 원자재를 중국에서 조달해 오는 브랜드들도 많기 때문.

복수의 패션 관계자는 "중국이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안되면 돈으로 때린다'는 그들의 반응에 국내 브랜드들이 글로벌 대형 브랜드들처럼 칼같이 대응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이미 중국 내 매출이 굉장히 큰 한 국내 패션 대기업은 매장에 신장 면화 사용을 지지한다는 팝업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아마도 이번 주에 중국을 거래국으로 둔 많은 브랜드들이 이 이슈에 대해 회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문제는 이번 문제를 대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세"라며 추가 의견을 냈다.

한 패션기업 임원은 "이번에 화제를 모은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지역은 물론 티베트와 홍콩 등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슬로건에 두들겨 맞고 하나씩 흡수됐다. 인접국의 정치적 이슈라고 치부하기에는 최근 한국에 대한 입장도 가볍게 보기 어렵다. 김치, 한복 등 한국의 문화가 중국의 것이라는 내용으로 유튜브나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국내 역사를 토대로 제작하는 드라마 등 콘텐츠에 직접 투자를 하며 내용에도 개입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거나 낮잡아 우스개거리로 만드는 것은 물론 조선의 의복이나 음식 사이에 은근슬쩍 중국 것을 끼워넣는 등 차근차근 스며들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이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 불거져

그는 "'그냥 드라마일 뿐인데 국민들이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는 제작사들의 안일한 생각에 오히려 깜짝 놀랐다. 드라마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은 더 나아가 원부자재 및 생산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패션까지 점점 이런 식의 압박이 들어올텐데 돈의 원리에 입각해서 움직이면 나중에 되돌리기 힘든 때가 올 것이다"라며 "패션도 콘텐츠다.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의 입장에도 관심이 많고,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영민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묵직한 한마디를 전했다.

물론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가장 큰 타깃이었던 H&M 역시 중국 전개사를 통해 "신장 위구르 소싱 중단은 국제 사회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자사의 공급망 정책은 어떤 정치색도 띄지 않는다. H&M은 중국에서 장기적 투자와 발전을 기대하고 있으며, 350개 이상의 (중국) 제조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작년 H&M의 중국 매출은 약 1조2500억원 수준이었다.

중국과 서구 사회 사이의 정치적 분쟁으로 일어난 패션 브랜드 불매 사태를 너무 확대해석한 것 아닌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패션=옷'만이 아니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한 가지 도구로도 활용이 가능한 시대에 이같은 염려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불과 4~5일 사이 일로 중국 내 불매 운동의 영향력이 어떤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도 불매 운동이 생각보다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 내 브랜드들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비즈=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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