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l 한국오라클 컨설턴트
    패션에서 ‘삼성전자 SCM’ 실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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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3.18조회수 8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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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늘어날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얼마로 정할지, 그간 쌓인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클 시기다. 최근 S & OP(Sales & Operations Planning)에 대해 문의가 있어 과거 J사에서 도입했다 실패로 끝난 SCM(Supply Chain Management)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때 이슈는 ‘삼성전자의 SCM이 패션업에 맞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어떤 점이 맞지 않았다는 것일까. 삼성전자의 4대 원칙은 ①No Forecast, No Allocation ②주 단위 RTF 중심 운영 ③재고 제로화 지향 ④글로벌 공급 / 글로벌 조직이며 ‘3일 확정체제 생산’이 핵심이다.

    2018년부터는 ‘1일 확정체제’로 바뀌면서 ‘유연한’ 생산의 SCM이 정착됐다. 현재 매출 61조원의 삼성전자는 판매채널에서 주별 판매량을 입력해 주면 판매 계획을 세우고 S&OP회의에서 확정하고 주별 생산계획으로 연결된다.

    이때 판매량 예측이 없으면 생산하지 않고 채널에 할당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첫 번째 No Forecast, No Allocation 원칙이다. 삼성전자처럼 매장에서 주별 판매량 예측을 하지 않으면 초도배분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반면 많은 패션기업의 매출은 많아야 수 천 억원 규모에 SKU별 기획량은 50장에서 1만장 정도로 작다. QR이나 스폿생산으로 최적화하고 판매는 주말에 고객이 방문해서 구입해 주길 기다리는 형태로 매출이 일어난다. 매장은 초도물량으로 판매를 하면서 결품 시에는 창고나 타 매장에서 끌어다가 판매한다.

    패션 상품의 주별 판매량은 숫자가 작고 언제 팔릴지는 모르지만, 한 시즌의 SKU별 판매량은 전년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MD와 영업이 판매계획을 세울 수는 있지만 매장이 주별로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또 배분이 중요한데 생산량이 적을 경우 K사처럼 소규모 매장에 SKU별 Full Assortment가 아니라 ‘지그재그 배분’으로 한 컬러만 보내거나 유사한 스타일의 SKU를 묶은 후 한 종류의 스타일만 보내는 방식을 써서 골고루 배분할 수 있다.

    할인 말고는 판촉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량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것을 SCM의 기본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인 ‘주 단위 RTF(Return to Forecast)’는 공장의 공급량과 예측량을 감안한 주별 판매가능 수량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예측은 10개인데 재고가 3개라면 생산량은 7개가 되는데, 공장에서 5개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RTF는 8개다. 패션에서는 100장 생산해 달라고 했더니 공장에서 97장이나 빽빽한 재단으로 105장을 생산했다면 RTF는 97장과 105장이 된다. 결국 삼성전자 SCM의 핵심도 판매계획 기반으로 재고 최소화를 위해 시스템으로 통합관리하고 EIS 대시보드나 BI(Business Intelligence)시스템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또 다른 패션 대기업 L사 경우는 판매계획, 생산계획, 초도배분 시스템을 LE(Logistics Execution)까지 연계해 구축하려는 로드맵이었지만 SCM팀이 3년 만에 해체되면서 시스템 구축과 SCM이 중단됐다. 비록 삼성전자식 SCM이 패션업과 맞지 않아 실패했지만, 물류는 실시간 배송추적이 가능하듯이 판매와 재고를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SCM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재개되길 기대해 본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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