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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패잡_패션과 공간 >

박진희 l 콜롬비아대 교수
감각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공간 개념

Thursday, Jan. 14, 2021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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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일어난 많은 변화 중 하나는 공간에 대한 것으로 사람들이 가상의 매체로 교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놀랄 만한 속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전화나 이메일로 할 수 있는 얘기를 커피나 식사나 술자리를 통해서 얼굴을 맞대고 해야 안심이 될 정도로 대면소통을 중요시했던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제는 바로 옆에 함께 있는 사람보다 스크린을 통해 소통하고 있는 상대와 더 친밀함을 느끼는 것이 생경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감각기관으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없다면 그 무엇으로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많은 공간이 VR과 AR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고, 실제로 그 부분의 변화는 <브로카의 뇌>의 저자 칼 세이건이 이미 수십 년 전에 예상했던 공상과학소설의 현실화만큼은 아니지만 예상궤도에서 이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실체 없이 감각만 남아 있는 공간도 가능하지 않을까?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기술력으로 다양한 기능의 LED 전구, 방향성 스피커, 마이크로 센서, 마이크로 벤틸레이터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오감이 살아 있는 공간은 그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기억을 풍요롭게 만든다. 시각적으로 흥미롭거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요소들이 있고, 좋은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가 들리고, 만지면 기분 좋은 촉감의 소파에 앉아서, 촉촉한 공기에 좋은 향기가 살짝 불어오는 공간은 정교한 계산과 작동을 통해 마치 하나의 교향악을 듣고 나오는 듯한 감동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런 감각 마케팅을 만들어내는 공간에 반드시 결부돼야 하는 것은 경험에서 오는 감흥을 증폭하는 브랜드의 철학이다. 그 철학은 스토리로 시작해 히스토리가 되고, 히스토리에서 컬처로 숙성이 되면 견고한 팬덤을 형성한다. 이제까지 공간 마케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점에 들어가면 브랜드의 색감, 마감재, 장식품 등을 배경으로 상품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상품과 디스플레이 형태만 조금 다를 뿐, 비슷비슷한 음악에 비슷비슷한 공간감과 동선, 레이아웃 등이 반복돼 있다. 신이 나서 쇼핑을 나섰다가 쇼핑몰의 몇몇 상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쉬이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젝터나 3D 맵핑 기법으로 정교하게 공간과 맞추면 같은 공간이 특별한 리노베이션 공사 없이 다른 공간으로 시시각각 변하게 할 수도 있다. 그에 맞춰 음향과 향기 마케팅 등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을 통해서 각인되는 이미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만큼 공간을 만드는 새로운 기술과 그로 인해 바뀌게 될 우리의 생활환경은 이런 우울한 시기에 큰 설렘을 준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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