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불매운동, 법의 함정
    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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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8조회수 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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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참 험해졌다. 뭔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불매운동부터 일단 들먹이고 보는 세상이다. 소비자의 권리가 중요하다지만, 과연 어디까지 옳은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최근 BTS나 블랙핑크 등 한류스타들이 6·25전쟁이나 판다와 같은 정치적 · 역사적 · 문화적인 이견에서 비롯된 석연찮은 이유로 중국 누리꾼들과 불편한 관계에 빠지면서 이들이 광고모델로 나오는 휠라 등의 제품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돌체앤가바나’는 젓가락으로 피자를 먹는 장면을 공개했는데 중국인을 무시한다고 느꼈던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이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야기했고 아직까지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미국 중저가 브랜드 ‘갭’의 경우, 2018년 대만이 그려지지 않은 중국 지도의 티셔츠 디자인 때문에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에 한동안 시달리면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불매운동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청와대 인사들이 앞장서서 2019년 죽창가 소동까지 일으킨 ‘NO 재팬’ 일본 불매운동으로 유니클로와 데상트를 비롯한 일본계 패션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일본 패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의 대표 브랜드 ‘지유’(GU)도 불매운동과 코비드19 여파로 인해 올해 8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일본계 패션업체라도 ABC마트와 아식스스포츠는 별다른 타격 없이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ABC마트와 아식스가 일본계 기업인지 잘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한국인들의 불매운동은 곧 끝날 것”이라며 거만하게 나왔던 유니클로가 일본의 대표격으로 뭇매를 맞았기 때문에 불매운동 표적을 용케 피해갈 수 있었다. 화해보다 갈등을 더 조장하므로 무척 불미스러운 불매운동…. 엄연히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불매운동도 무소불위의 권력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적법성의 테두리에서만 가능하다. 2010년 광고중단 등 불매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은 항소심까지 강요죄가 인정됐다.

    ‘언소주’는 조선일보 등에 대한 광고를 중단할 때까지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예정에 없던 광고를 한겨레 등에 게재하게 했던 것이다.

    불매운동은 헌법상 언론 및 결사의 자유, 소비자보호운동으로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이지만 불매운동을 통해 타인의 의사결정과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할 경우 형법상 강요죄 또는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불매운동이 소비자의 권익수호와 직접적 관련이 없거나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만든다면, 형법상 책임이 발생함과 동시에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하게 된다. 유니클로 불매운동 당시 일부 과격주의자들이 유니클로 매장에 손님이 드나드는지 감시하며 ‘순찰 중, 이상 무’ 게시글을 올리는 행위마저 등장했는데, 이는 법률을 떠나 시대착오적인 무지일 뿐이다.

    오늘날 패션업체들이 겪는 위험이 국가 간 불매운동까지 확대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불매운동은 최후의 수단인 만큼 상호 자제해야 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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