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특수'... 셀렉온 등, 불황 속 웃는 국내 럭셔리 플랫폼

    이광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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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조회수 1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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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확산 초기, 전문가들은 럭셔리 산업이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는 2019년 말 럭셔리 산업의 장기적 성장을 예측했으나, 2020년 1분기엔 올해 럭셔리 매출이 20~35%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특히 전 세계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국 시장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명품 매장 앞에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현상이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개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하였으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32.5% 급증해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명품에 대한 소비 열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계속됐다. 샤넬과 디올, 루이비통 등의 주요 브랜드가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명품 소비 증가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해소하려는 보상 소비(보복 소비)가 늘어난 점과, 휴가철에도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면서 모아뒀던 여행 자금을 명품 구매에 쓰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와 맞물려 온라인/모바일 채널의 명품 판매 또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과거 파페치, 매치스패션, 리볼브닷컴 등 해외 유명 플랫폼을 통해 명품을 직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셀렉온,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의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용 편의성 측면에서 훨씬 뛰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대표적인 해외 명품 유통 플랫폼 중 하나인 ‘파페치(Farfetch)’는 올해 2분기에만 3,650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깃팅과 디자이너 별 큐레이션 등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6월 기준 1,300여 개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며 190여 개 국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가 없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쟁 플랫폼이 늘어나며 갈수록 영업 손실이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만 1,40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65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매치스패션(Matches Fashion)’은 1980년대 영국의 오프라인 편집샵으로 시작해 온라인으로 진출한 플랫폼이다. 매거진을 비롯한 콘텐츠를 내세워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파페치의 가장 큰 경쟁업체로 꼽히나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는 입점해있지 않아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평.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 투자를 줄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6개 국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결제 통화는 3종류(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유로화)만을 제공한다.

    미국의 ‘리볼브(Revolve)’는 가장 성공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용한 기업으로 꼽힌다. 매년 바하마, 로스앤젤레스 등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행사를 기획하여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리볼브의 제품을 입고 친분을 쌓는 모습을 SNS 콘텐츠로 송출한다. 의류, 잡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코스메틱 브랜드를 보유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500여 개 브랜드 제품을 전 세계 어디에나 배송하며, 홈페이지에서 11개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약 6천억 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 480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8% 수준.





    자안그룹이 운영하는 럭셔리 플랫폼 ‘셀렉온(CELECON)’은 글로벌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명품 화장품 및 K-뷰티 브랜드 등 1,00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 올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럭셔리 전문 MD들이 직접 소싱하는 아이템과 기획전, 이벤트 등의 콘텐츠가 해외 플랫폼에 비해 국내 MZ세대 소비자의 취향을 더욱 정확히 꿰뚫은 덕이다. 아시아인의 정서에 보다 적합한 UI/UX, 번역투가 아닌 매끄러운 언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간편 결제 수단, 국내에서 이뤄지는 교환/반품 등의 CS도 빼놓을 수 없는 편의 요소로 꼽힌다. 특히 해외 플랫폼에서 지원되지 않는 국내 카드사 무이자 할부는 사회 초년생인 MZ세대에게 필수 혜택이다. 셀렉온의 작년 거래액은 약 1,000억 원을 달성했다. 자안그룹의 작년 매출액은 약 496억 원, 영업이익은 약 150억 원으로 약 3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플랫폼 기업과 달리 단순히 유통 중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보유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여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음 달 라이브 커머스 분야에 신규 진출 예정인데,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커머스 스타일인 만큼 이로 인한 매출액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국내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들이 약진 중이다. 발란은 현지 부티크와의 협업으로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하고 상품의 포장과 디테일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머스트잇은 매출의 대부분이 10대~20대로부터 고객으로부터 창출되는 만큼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감각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트렌비는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부터 아울렛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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