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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입다! 패션에 살다!
건축을 입다! 패션에 살다!
박진희 l 콜롬비아대 교수
Saturday, Oct. 17, 2020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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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는다는 행위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용도를 넘어서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어떤 옷을 입느냐로 성격, 사회적 지위, 직업, 심지어 가치관까지 많은 것이 판단될 정도로 패션은 개인의 간판 역할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공간은 사무, 주거, 상점 등 특정 용도에 부합한가를 넘어서 공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공간의 상징성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절대 왕권의 고대 건축이나 통제하는 정치이념 아래에서 생겨난 파시스트 건축에서 그 특성을 잘 찾아볼 수 있다. 이후에 건축은 변화하는 가치에 맞추어 대량생산 시스템하에서 나온 모던 건축으로 발전되면서 경제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며 점점 상징성의 중요도를 잃게 되었다.
천편일률적인 백화점과 쇼핑몰의 공간이 나타난 이유도 이 경제성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파는 상품이 옷이든 건물이든 구매가 이뤄지는 공간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구매자들이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옷이 판매되는 공간인 상점은 구매자를 타깃 연령대나 상품가격에 따라 크게 나눴을 때 각각 선호하는 공간의 특성이 다르다. 타깃 연령대나 상품가격이 낮은 군의 구매자는 본인이 서비스보다 드러나는 공간을 선호한다. 제품을 착용한 본인의 모습을 직원의 개입 없이 충분히 편하게 볼 수 있고 사진을 찍어 남기거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 더 활동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 보통 거울 같은 반사되는 표면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타깃 연령대나 상품가격이 높은 군의 구매자에게 선호되는 공간은 서비스가 보이는 공간이다. 쇼핑하는 사람보다 쇼핑을 도와주는 직원 수가 많아야 하며, 자신이 필요한 것이 잘 세팅이 돼 그 공간 안에서 충분히 본인의 가치가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 한다. 매장은 구매공간에서 서비스 공간, 서비스 공간에서 체험 공간으로 역할이 변해 오며 공간이 주는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그에 따라 매장은 인터넷 플랫폼처럼 서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재확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띠게 된다. 이런 공간에서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실지로 구매는 온라인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매자와 소비자의 개념은 분리된다. 소비자들의 새로운 구매·소비 패턴에 의해 소비자와 만나는 공간은 빠르게 변화되길 요구받고 있다. 이제까지 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환경 변화로 공간에서 건축, 건축에서 도시로 넘나들며 패션산업이 만들어 갔던 환경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달라질 것이다.
소비자가 패션을 어떻게 경험하는가, 경험하는 공간은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가, 더 나아가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형은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건축과 패션 두 업계가 같이 심사숙고해야 할 시기다.
■ 박진희 l 콜롬비아대 교수 profile
•에스에스디 대표
•콜럼비아 대학교 겸임교수
•뉴욕시립대학 초빙석좌교수
•시카고 공과대학 모겐스턴췌어 교수
•서울시 공공건축가
•뉴욕건축가협회상 심사의원장
•하버드 건축 대학원 석사
•서울대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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