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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산업 販이 바뀐다 ··· 양극화 심화 '가성비가 답이다'

Monday, Apr. 1, 2019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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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價性比, 가격 대비 성능비)가 이토록 한국 패션시장을 강타할 줄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금 한국 패션시장은 시스템적으로 가성비를 구현한 패션기업과 그렇지 못한 패션기업으로 희비가 극명하게 나눠졌다.  

높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지속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패션기업은 2010년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 경기불황 흐름과 무관하게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제도권 기업들은 5~10년 전으로 실적이 후퇴했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사회 경제적인 흐름도 패션시장이 양분화되는 데 크게 일조하는 분위기다. 실제 마의 고지로 여겨졌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가 마침내 지난해 돌파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상징적 숫자인 GNI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했으나 이를 체감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해졌다고 하소연한다. 왜일까? 소득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상위 10% 집단의 소득비중은 50%를 훌쩍 넘어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총소득 3만 달러 돌파… 패션소비 양극화 심화

빈부격차가 커진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소비 양극화 현상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매출은 명품과 화장품 등의 호조로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명품 카테고리는 빅3 모두 10%대의 높은 신장을 나타냈다.

이들 명품 시장은 히스토리와 아이덴티티로 무장한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만큼 국내 패션기업들은 ‘가성비’를 무기로 싸울 수 밖에 없다. 제도권 브랜드 중 브랜딩이 어느 정도 구축된 경우 콘셉트를 더욱 더 강화하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혹은 고부가가치 브랜드로 키워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내 패션 브랜드 중 그리 기대주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대다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소득양극화, 소비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짜야 한다.

「스파오」「탑텐」「쉬즈미스」「휠라」 상승가도

이랜드월드(대표 김일규)의 「스파오」를 비롯해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 인동FN(대표 장기권)의 「쉬즈미스」, 휠라코리아(대표 윤근창)의 「휠라」 등은 가성비를 시스템적, 구조적으로 만들어 내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표주자들이다.  

이들은 안정된 생산기지 구축의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또는 카테고리킬러형 아이템 전략을 통해 가성비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고객 중심, 소비자 중심의 상품기획을 얹히자 소비자들은 뜨겁게 호응했고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최근 5년 사이에 이들 브랜드들이 연매출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훌쩍 성장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가 작년 한 해 보여준 성과는 대단했다. 전국 톱 매출 점포인 명동점은 월매출 29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강남점과 가로수길점 등
A급 점포 또한 월평균 20억원을 자랑한다. 지난해 3500억원을 달성한 「스파오」는 오는 2022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해 「유니클로」와 전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랜드 베트남 탕콤 공장, 3일 안에 생산 완료  

폭발적으로 판매되는 「스파오」의 물량을 무리 없이 공급하는 데 일등공신은 이랜드의 해외생산 기지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탕콤 공장은 8만㎡ 규모에 4000명의 직원이 이랜드 PB를 담당하고 있다. 연간 2400만장의 생산 캐파다. 「스파오」는 순간순간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신속반응(QR) 공정으로 생산 주문 즉시 탕콤 공장에서 원부자재를 투입한다.  

국내 매장의 판매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로 원부자재를 미리 준비해 놓고 있어 딜레이 없는 즉각 생산이 가능하다. 총 2~3일 안에 5000장이 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으며 5일 안에 한국 「스파오」 매장에 입고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다.  

신성통상이 야심차게 선보인 토종 SPA 「탑텐」과 「탑텐키즈」 역시 미얀마 생산기지를 통해 시장의 판을 흔드는 가성비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들은 2017년 말 품절대란을 일으켰던 ‘평창롱패딩’을 만든 곳으로 화제가 되면서 소비자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확보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캐주얼과 국내 SPA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롱패딩 판매를 마쳤다. 「탑텐」은 캐주얼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예상치 못한 14만9900원이라는 파격가에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평창롱패딩’보다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업그레드된 상품을 동일 가격대에 내놓자 패션 브랜드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신성통상, 평창롱패딩으로 ‘가성비 갑’ 인정  

「유니클로」의 세컨드 브랜드인 「GU」 론칭 시점에는 ‘롱패딩 1+1’ 전략으로 분위기를 완전 압도했다. ‘가성비 갑’의 상품으로 「유니클로」와 「GU」의 대항마가 된 것이다. ‘평창롱패딩’ 마케팅 효과를 바탕으로 해서 대량 기획생산에 잘 훈련된 신성통상의 저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이들은 롱패딩 35만장 외에도 경량패딩 20만장, 리넨 55만장 등 시즌별 주력 소재를 선정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고 분위기를 완전 반전시켰다. 신성통상은 ‘가성비 갑’의 상품을 만드는 곳으로 이슈가 되면서 지난해 「탑텐」 2500억원, 「탑텐키즈」 3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단일 브랜드로 마의 고지로 일컬어지는 3000억원 돌파를 예고했다.  

여성복 전문기업 인동FN도 불황기에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7년 2250억원, 2018년 26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2900억원(「쉬즈미스」 1700억원, 「리스트」 1200억원)에 도전한다.  
  
가성비 탑재 인동FN, 여성복 시장서 호황

최근 3년 동안 여성복업계를 통틀어 인동만큼 호황을 누린 곳도 없다. 1997년 론칭해 20년차를 넘긴 「쉬즈미스」, 2003년 출범해 15주년을 맞은 「리스트」 2개 브랜드를 각각 1000억원대로 키운 인동의 경쟁력 역시 원가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베트남 생산라인의 탄탄한 소싱력을 기반으로 2개 브랜드 모두 뛰어난 가성비를 통해 여심잡기에 성공했다.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와 가성비로 승부수를 던져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다. 현재 전용 공장에서 80% 물량을 소화하는 이 회사는 완전한 자가공장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여성복 전문기업들 가운데 제조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을 가진 회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키워 갈 요량이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가성비’에 맞춰진 시대 흐름과 단지 가격싸움에 그치지 않고 상품력을 보강하는 데 고삐를 놓지 않았던 장기권 대표의 끈질긴 열정 덕에 인동FN의 이미지는 ‘싼 가격’에서 ‘착한 가격(가치)’으로 변신했다.    

「휠라」 어글리 슈즈 ‘가성비 갑 운동화'

1020세대를 위한 브랜드로 완벽하게 부활한 휠라코리아의 핵심 비밀병기에는 가성비 갑으로 불리는 운동화들이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제품인 테니스화를 모티브로 한 ‘코트디럭스’는 디자인과 품질력에 가격 합리성까지 갖춰 자연스레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한몫했다.  

‘코트디럭스’의 소비자가는 6만9000원으로, 과거에 출시됐던 기존 자사 제품이나 현재 여타 스포츠 브랜드가 출시 중인 코트화 정상 소비자가와 비교해도 평균 3만~4만 원 저렴했다. 이러한 이유로 1020대에게 ‘가성비 갑 운동화’로 불리며 대표 신발로 자리매김했다.

‘코트디럭스’를 이어 ‘디스럽터2’라는 메가 히트작이 연이어 탄생했다. 스트리트 무드에 딱 맞는 레트로풍 슈즈 ‘디스럽터2’의 경우 전 세계에서 무려 1000만족을 판매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6월 출시해 지난해까지 150만족을 판매했다. ‘디스럽터2’의 가격 역시 6만9000원으로 「휠라」의 착한 가격 정책을 잇는 대표 모델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합리적인 가격대  

이렇게 「휠라」가 합리적인 착한 가격 정책으로 잇따라 히트 아이템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휠라는 ‘소싱력 강화’와 ‘홀세일(도매형태) 유통 병행’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운용 가능한 안정적인 비즈니스 기반을 갖췄다. 단순한 할인이나 저가 정책과 확연히 구분되는,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 출시가 가능한 환경 구축에 매진했다.

제품 생산부터 판매 단계까지의 가격정책, 신발 제조 공급 패러다임을 재정립한 「휠라」의 혁신은 단순한 할인이나 저가 정책과 달리 “지속되는 불황 속에서 국내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 혁신’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조명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패션시장을 지배했던 개념은 ‘럭셔리(Luxury)’였다. 당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누가 더 최고급 소재를 사용해 최고가를 만들어 내느냐 경쟁에 내몰렸다.  

2010년 기점, 한국 패션시장 럭셔리↓ 가성비↑

너무 얇아서 슈트 팬츠에 적합하지 않는 울200수 소재도 당시 신사복 브랜드들은 경쟁적으로 사용했고 홍보 마케팅 메뉴에 단골로 등장했다.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나 필요로 하는 고기능성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 간에 치열한 로비경쟁을 벌인 ‘웃픈’ 현실도 비일비재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의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옷값 형성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결국 럭셔리로 치닫던 한국 패션시장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SPA가 들어오면서 가성비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패드(fad) 현상처럼 잠깐 반짝하고 지나갈 줄 알았던 가성비 개념은 커다란 주류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국경제는 미 • 중 무역전쟁과 같은 대외적인 변수들까지 작용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얄팍하게 만들었고, 가성비 개념이 깊게 뿌리내리는 데 기폭제가 됐다.    

더 이상 혁신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가성비’가 답이다. 이를 구현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 간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과 장기권 인동FN 사장은 이구동성으로 이를 강조한다.  

“이제 한국 패션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브랜드 운영이 가능해져야 한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전 세계 최고가 옷값이라는 불명예를 버리고 이제 국내 소비자들에게 그 혜택을 환원할 수 있도록 좋은 디자인과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시해 가치 소비에 일조해야 한다.” 그들의 진심과 마음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시간차에 불과할 뿐이다.  












■ 패션비즈 2019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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