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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진출 '선택 아닌 필수'

Friday, Mar. 1, 2019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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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패션산업 판이 바뀐다





꽃피는 춘삼월이 도래했지만, 패션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거세다. 작년 F/W시즌 사활을 걸었던 롱패딩이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패션기업들의 경영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중견 기업체였던 연매출 2000억원 규모의 ‘오렌지팩토리’의 부도와 스포츠 토종기업 화승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원부자재 및 임가공 업체까지도 연쇄 도미노 충격을 먹었다.

특히 리테일 SPA의 오렌지팩토리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기각된 후 본격적인 청산작업에 들어갔으나 1월 실시된 법원경매에서 입찰자 없이 유찰되고 말았다. 2차, 3차 경매 마저도 유찰되면 오렌지팩토리의 채무 금액 1700억원 중 원부자재 업체들이 받은 어음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채무금액 1000억원 규모의 화승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이들의 고충은 극에 달했다. 제조 기반의 패션기업뿐만 아니라 리테일 기반의 패션기업까지 속속 무너지고, 이로 인해 원부자재와 임가공업체, 중간관리 매장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휘청거리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패션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청산작업 오렌지팩토리… 화승 기업회생절차 신청  

P2P 금융에 몸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연초 전화연락을 받았다. “지금 한국 제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데, 특히 패션기업들의 상황은 최악이다.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에서 국내 패션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 같다. 일부 패션기업에 한해 선제적 조치만 취하고 있지만 3월 말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 기업의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대대적인 후속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는 전언이다.  

한때 패션산업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10년 동안 패션산업은 히스토리와 럭셔리를 추구하는 하이엔드에서 자금력과 시스템을 앞세운 SPA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해외 브랜드들에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제도권 기업들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걸어 왔다.  

「시스템」 「시스템옴므」 佛 무대 데뷔 성공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시장진입 장벽이 낮기에 백화점에서 동대문에 이르기까지 살얼음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도 패션기업들이 제대로 ‘브랜딩’을 펼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변화된 소비자의 니즈를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남의 탓만 하면서 자구책을 찾는 노력을 소홀히 할 것인가? 이제 제도권 패션기업들은 한국 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음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암울한 소식이 판을 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 가지 낭보가 날아들었다. 하나는 한섬(대표 김형종)의 대표 브랜드인 「시스템」과 「시스템옴므」가 2019 F/W 파리패션위크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소식이다. 파리 무대 이후 곧바로 일주일간 쇼룸을 열어 바이어 대상 세일즈도 진행했다.  남녀 의류를 합쳐 총 200여벌을 선보인 이번 행사에는 14개국 40여개 백화점과 편집숍 등 패션 유통 바이어들이 쇼룸을 찾았다고 한다.

해외 바이어들은 「시스템」과 「시스템옴므」가 한국을 대표하는 영캐주얼 브랜드인 데다가 모두 한국에서 제조된다는 점 그리고 노세일 정책을 펼치며 오랜 기간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는 데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평이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잠재된 가능성을 점친 한섬은 앞으로 좀 더 과감하게 글로벌 진출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블랙야크」 ISPO 어워드 5년 연속 수상

또 하나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회장 강태선)가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박람회인 ISPO 뮌헨 2019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5년 연속 혁신적인 상품력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이다.  

2013년 ‘올해의 아시아 제품상’을 시작으로 2015년 이래 매년 ‘ISPO 어워드’를 수상한 「블랙야크」는 지난 7년간 총 24개로 단일 브랜드 누적 집계 기준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이어갔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북미를 넘어 스칸디나비아와 베네룩스 3국 등 28개국에 영업망을 확보하며 세계 시장으로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두 회사의 긍정적인 성과를 접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대한민국 패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풀을 갖췄다. 미국 뉴욕에 있는 유명 디자인학교인 퍼슨스와 FIT의 재학생 절반이 한국인 유학생이라는 말은 10년 넘게 유효하다. 외국인에게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인턴십 기회에서 여전히 한국인 유학생은 최우선 순위다. 그만큼 뛰어난 손재주와 디자인 감각뿐만 아니라 성실·근면의 인성도 갖췄기 때문이다.  

韓 패션산업 미래? 글로벌 스탠더드 갖춰야

반면 한국 패션산업의 구조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우리만의 리그에 너무 안주해 왔다. 가전, 자동차, 코스메틱산업 등은 처음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판이 짜여졌지만, 한국 패션산업은 따로 놀았다. 도매마켓부터 시작해 백화점의 특정 매입, 대리점의 위탁판매 시스템을 거치면서 한국 패션산업은 지난 50년 동안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패션산업은 연간 40조원 규모의 마켓 사이즈로 성장했지만, 마침내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내수시장은 ‘인구 수 5000만명’에 갇혔고, 신생아 출산 숫자 역시 작년 11월 기준 2만5000명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절벽에 봉착한 한국 마켓만 바라보다간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이제 우리가 취할 생존 전략은 세계무대로 나가는 것뿐이다. 확실한 경쟁우위의 뾰족한 상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전제조건은 글로벌 공급체계에 맞춰 상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2월에 F/W시즌 상품 수주회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타임스케줄이 최소 6개월 이상 앞당겨져야 한다. 이는 패션기업뿐만 아니라 원 · 부자재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조와 시스템이 맞물려 들어가야 가능하다.  이제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 역시 글로벌 수준의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다. 자금력과 인재풀을 갖춘 한국 패션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시스템만 다시 짠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 제2의 한섬, 블랙야크가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 패션비즈 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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