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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공 개념 ‘버려야 산다’

Friday, Feb. 8, 2019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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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의 신화, 다다익선*의 논리~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휠라」와 ‘보헤미안랩소디’의 성공은 소비자를 겨냥한 명확한 타깃 설정과 그들이 원하는 상품, 가성비, 유통채널, 마케팅 방식에 집중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유지함으로써 가능했다.




“2018년 한국 영화산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졌다. 한국영화 흥행 톱 50 중 제작비 100억원 이상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가 18편이나 되지만 이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은 단 3편에 불과하다.

이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까지 담보해 왔던 흥행보증 데이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화산업 전문 매거진인 <더스크린>의 박혜은 CCO가 한 사교모임에서 풀어놓는 영화산업에 대한 설명이 귀에 쏙 와닿는다.

“과거에는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시대극이나 액션물, A급 스타파워를 내세운 마케팅이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시도의 적중률이 높지 않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취향이 바뀌었고, 블록버스터 드라마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영화산업에 몸담고 있는 제작자나 투자자 모두 새로운 관점과 시각이 요구된다.” 그녀의 거침없는 설명이 이어졌다.  

어쩌면 이렇게도 한국 영화산업의 현주소가 국내 패션산업과 똑 닮았을까? 작년 한국 패션산업은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대다수 패션기업들의 실적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곳저곳에서 부도, M&A 등이 요동을 치며 1년 내내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수백억원의 투자가 이뤄진 겨울 패딩 판매 전략은 불과 1년 만에 완전 다른 결과물을 낳았다.  

한국 패션 & 영화 산업 → ‘대마불사 신화’ 붕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준비했던 패딩 물량은 한반도를 뒤덮기에 충분했으나, 한파가 몰아쳤던 2017년과 달리 작년 날씨는 온화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등과 맞물려 롱패딩에 쏠렸던 소비자들의 관심 역시 빠르게 이탈했다. 결국 패션기업들은 올인했던 롱패딩 판매가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자 물량 밀어내기에 나섰고, 연초부터 ‘1+1’과 같은 대대적인 판촉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브랜딩’은 실종했고 ‘가격소구’만이 판을 쳤다. 지속성장보다는 당장 살아남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판촉행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브랜드 간 차별화 없이 넘쳐 나는 재고물량으로 결국 가격할인에 매달리는 이런 모순을 과연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작년 10월31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돌풍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개봉 이후 ‘마의 1주’를 넘겨 장기 집권에 들어간 이 영화는 1월 중순 현재 10주째 박스오피스 5위권에 랭크되는 등 시쳇말로 완전 ‘초대박’을 쳤다. 제작사이자 보급사인 20세기폭스 측은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예측했으나 실제 뚜껑을 연 결과 거의 10배에 달하는 98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휠라」 & 보헤미안 랩소디 성공 비결 ‘일맥상통’  

이 영화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를 기억하는 4050관객이 영화를 통해 본 감동과 감흥을 자발적으로 SNS에 올리면서 1030세대로 확산됐다. 상영관도 싱어롱뿐만 아니라 스크린X,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전문관 등으로 확대되면서 N차 고객까지 수없이 등장했다. 무려 50번을 본 관객도 있다고 하니, 엄청난 팬덤을 형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박은혜 편집장은 정확한 타깃층 설정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들면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이 영화는 ‘퀸’의 음악을 기억하는 관객층을 타깃으로 잘 기획됐고, 만들어졌고, 정확하게 적중했다. 여기에 ‘생활 밀착 스토리텔링’ ‘오감 자극’ 등과 같은 훌륭한 디테일 요소가 감칠맛을 더했다.  

작년 한 해 대다수 패션기업들이 사상최악의 실적으로 힘들어했지만 휠라코리아(대표 윤근창)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휠라코리아의 본격적인 상승세는 지난해 절정을 이뤘다.  

“모두 만족시키려 들면,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

실제 2017년 말 시총 1조원을 넘지 못하던 휠라코리아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해 2019년 1월 중순 기준 무려 3조원을 기록했다. 국내 패션 상장기업 중 최고의 밸류에이션이다. 작년 ‘1조클럽’에 나란히 올랐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고, 에프앤에프는 롱패딩 판매부진으로 시총 규모가 반토막이 났지만 휠라코리아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대박 성공 뒤에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 요소가 있다. 성공이라는 열매를 따기까지 기다린 인내심이 뒷받침됐다는 점이다. 「휠라」는 신세대 소비층으로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대대적인 변신 작업에 들어가면서 브랜드명 빼고 모든 것을 바꿨다.

상품과 유통채널, 마케팅까지 획기적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 2016년 첫선을 내놓았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확 바뀐 디자인에 기존 고객층은 이탈했고, 신세대 소비자층은 아직 반신반의하며 지켜보는 18개월 동안 휠라코리아는 허벅지를 찌르는 심정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을 참지 못하고 「휠라」가 흔들렸다면 지금의 성공을 결코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휠라」와 ‘보헤미안랩소디’의 성공은 소비자를 겨냥한 명확한 타깃 설정과 그들이 원하는 상품, 가성비, 유통채널, 마케팅 방식에 집중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가능했다. 대마불사의 신화나 다다익선과 같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버리고, 변화한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패션산업이든 영화산업이든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은 바로 소비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 : ‘큰 말은 죽지 않는다’란 한자성어로 대마가 위태롭게 보여도 필경 살 길이 생겨 죽지 않는다는 격언.
*다다익선(多多益善) :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좋다는 뜻의 한자성어.










■ 패션비즈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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