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패션 기업 핵심은?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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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1.01조회수 1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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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화 – 세분화 – 다각화, 3化 집중





    한국 패션산업이 언제쯤 불황의 깊은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희망적인 징조보다는 암울한 징후가 곳곳에서 엄습해 온다. 소비 심리와 날씨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패션산업은 사상최대 가계부채와 11월 금리인상 조짐, 사상최악의 청년 실업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도입, 52시간 근무시간 단축 등 줄줄이 이어진 불안한 경제여건으로 좌불안석이다. 추석 이후 급격하게 쌀쌀해진 때이른 추위만이 유일한 호재거리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디지털시대에 전근대적인 ‘천수답’ 형태로 비즈니스가 자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저수지나 지하수 펌프 등의 관개시설을 미리 준비한 곳들은 다른 게임을 펼치기도 하지만 대다수 제도권 패션기업들은 아직도 빗물에 의존하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매몰돼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패션 상장기업 40개사 기준 최근 두 달 동안 시가총액은 35조4827억원(8월10일 종가 기준)에서 34조5407억원(10월12일 종가 기준)으로 2.7% 하락했다. 10월1일자로 코스피 시장에 IPO를 단행한 크리스F&C의 시총 포함 942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패션사업이 본격적인 성수기 시즌이 시작됐음에도 시총이 하락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패션 상장기업 40개사 시총 34조5000억원

    이들 40개 패션상장기업 가운데 대다수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음에도 휠라코리아(대표 윤근창)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차정, 이하 SI)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 BYC(대표 유중화) 인디에프(대표 손수근) 좋은사람들(대표 조민) 등 6개사는 상승세를 탔다. 특히 휠라, SI, F&F 등 3개사는 올해 모두 시총 ‘1조클럽’에 가입하는 등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패션시장에서 ‘군계삼학’으로 빛났다.

    휠라는 올해 초 시총 1조 돌파의 기쁨을 무색하게 만들며 단숨에 2조원대를 돌파하고, 이제 3조원대를 바라보는 등 매서운 기세를 뽐냈다. 지난해 초 골프공 「타이틀리스」와 골프화 「풋조이」를 전개하는 미국 아쿠쉬네트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1차 도약에 성공했고, 리론칭에 가까운 「휠라」의 변신작업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올해 2차 도약을 일궈냈다.

    시총 ‘1조클럽’에 휠라, SI, F&F 등극

    불과 3년 전만 해도 「휠라」는 스포츠시장에서 가장 진부하고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20세대들이 가장 열광하는 브랜드로 완전 탈바꿈했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된 어글리 슈즈 ‘디스럽터2(Disruptor2)’는 올해 연말까지 전세계에서 총 1000만족 판매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년 6월 출시해 현재까지 150만족을 판매했다. 최근에는 「휠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가해 컬렉션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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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5300억원에서 1조3388억원(10월12일 종가 기준)으로 2.5배 껑충 뛰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비디비치」 화장품 라인의 선전으로 8월부터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중국의 SNS에서 「비디비치」가 화제가 되면서 면세점 매출이 급증했고, 최근 한방화장품 「연작」도 출시하는 등 코스메틱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SI는 높은 마진의 화장품 판매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한 가운데 「보브」 「지컷」 「코모도」 「자주」 등 패션 리빙 브랜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F&F는 「디스커버리」와 「MLB」 두 브랜드가 견고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디스커버리」의 롱패딩 판매로 이슈몰이를 일으켰다면 올해는 「MLB」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MLB」는 상반기 매출액이 13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 신장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인디에프를 비롯해 BYC와 좋은사람들이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인디에프는 카니발리제이션 부작용을 낳은 여성복 「예스비」 「예츠」 등을 지난해 정리하고, 새롭게 편집숍 ‘바인드’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인디에프, BYC, 좋은사람들도 시총 신장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다른 패션기업들과 달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들 패션기업들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전문화 • 세분화 • 다각화에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16년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 이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휠라코리아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 지사에서 출발해 2007년 글로벌 브랜드 본사를 인수한 휠라코리아는 원(ONE) 브랜드 전략을 펼치며 오로지 「휠라」에 집중, 전문화했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스포츠 &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브랜드로 리뉴얼한 「휠라」 키우기에 올인한 것이다. 특히 ‘휠라보레이션(휠라 + 콜래보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매 협업마다 이슈를 불러 일으킨 「휠라」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역대급 콜래보레이션을 벌이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서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일례로 1995년 탄생한 「휠라」의 러닝 슈즈 ‘마인드 블로워(Mind Blower)’로 전 세계 8개국, 총 47개 편집숍 및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인기 게임 스트리머인 ‘우왁굳’과 협업을 진행하는 등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 위상을 드높이자 1020세대들의 유입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이제 「휠라」는 피터팬 브랜드로 완전 재탄생했다.

    「휠라」 1020 겨냥 상품, 유통, 마케팅 혁신

    여기에 국한하지 않고 이 회사는 모브랜드인 「휠라」를 중심으로 「휠라키즈」 그리고 「휠라인티모」 「휠라티바」 「휠라언더웨어」를 전개하고 있다. 이너웨어는 유통채널과 타깃별로 세 개 브랜드로 나눠 전개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휠라인티모」는 30대 타깃의 이마트와 가두점 유통채널로 전개하고, 「휠라티바」는 3040타깃의 롯데마트와 홈쇼핑 유통채널을 통해 전개하고 있다. 「휠라언더웨어」는 「휠라」 리뉴얼 시점에 맞춰 새롭게 선보인 20대 겨냥 언더웨어로서 온라인몰과 「휠라인티모」 「휠라티바」 매장에서 함께 판매되고 있다.

    반면 「휠라아웃도어」는 아웃도어 후발주자로서 과당경쟁 출혈경쟁을 비롯해 「휠라」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 등을 이유로 2015년 중단했다. 선택과 집중의 일환이었다. 「휠라골프웨어」는 리테일 영업을 중단하고 2017년 홀세일로 전환했다. 국내 제도권 브랜드 중 가장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홀세일 비즈니스의 물꼬를 튼 셈이다.

    휠라 부활 비결? ‘기존 성공 방정식 부정’

    이어 스포츠 「휠라」도 타깃층인 1020세대가 선호하는 유통채널을 찾아 유통 다각화 작업에 들어갔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코트디럭스’ 신발은 슈즈 멀티숍 ‘ABC마트’와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를 통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의류 라인 역시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바인드’ ‘카시나’ 등에 속속 입점하면서 젊은 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이렇듯 「휠라」는 자신들의 고집과 아집을 버리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고객이 원하는 유통채널, 고객이 원하는 소통 방식을 찾아 회사의 역량과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했다. 그 결과 지금 휠라코리아는 한국 패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한국 패션시장에 제2, 제3의 휠라코리아가 속속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멈출지 모르고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한국 패션산업이 턴어라운드를 일궈 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한국 패션 상장기업 시총 규모 진실은?

    패션 상장기업 중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는 삼성물산은 시가총액이 22조원 규모이지만 여기에는 패션 외에 건설 · 상사 · 리조트 부문이 포함된 수치다. 패션사업만을 놓고 보면 2조원 규모로 추정 가능하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10월중순 기준 패션 상장기업들의 시총 규모는 14조5000억원 규모로서 이들 40개사가 전체 패션시장 규모(2018년 39조7000억원 추정)의 36%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 패션비즈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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