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셉시옹’, 제2의 콜레트 될까?

    이영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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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8.06조회수 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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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파리 중심가의 대형 상업지구 ‘포럼 데 알(Forum des Halles)’의 카노피에 둥지를 튼 콘셉트 스토어 ‘릭셉시옹’이 오픈 두 돌을 맞아 기존 브랜드와 더불어 팝업으로 8개의 파리지앵 브랜드를 초대해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난 4월에 팝업으로 선보인 컬렉션은 파리 베이스의 브랜드들로 「프롬드파리」 「안드레아크루즈」 「다/다(Da / Da)」 「빅토리아/토마」 「데이/본」 「라컁탄(Laquintane)」 「갸겅폴(Gagan Paul)」 「캐롤리나리츨러」 등이다.

    ‘릭셉시옹’의 설립자 레지스 페넬은 “고객들에게 최고의 프렌치 크리에이티브를 소개한다는 콘셉트로 비즈니스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360㎡의 대형 매장 공간은 레디투웨어와 액세서리 등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들 위주로 구성했지만 인터내셔널 브랜드 제품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최고의 프렌치 크리에이티브 소개’가 콘셉트


    “원래 우리의 오리지널 콘셉트는 프랑스 디자이너 제품들을 메인으로 판매하고자 7년 전 온라인 플랫폼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우리와 계약한 프랑스 브랜드들은 대부분 ‘메이드 인 프랑스’로 그들의 스튜디오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 주장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제한적이다. 지난 2017년 말부터는 해외의 재능 있는 크리에이티브 브랜드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콘셉트 스토어답게 매장 한 코너에는 간단한 스낵과 음료가 가능한 카페가 있어 콘셉트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년 만에 파리 중심가에 500여개의 브랜드를 선보이는 대형 콘셉트 스토어로 자리 잡은 ‘릭셉시옹’은 지난해 매출 460만유로(약 59억3000만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16%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콜레트’를 대신해 고객들에게 핫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잇스페이스’로 거듭날지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릭셉시옹’의 메인 비즈니스 모델은 2011년 온라인 판매 사이트로 시작됐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인터넷이 가장 심플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몇 년 후 우리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콜레트 이은 잇플레이스, 전년 대비 16% 성장


    이유는 고객들을 만나고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옴니채널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매장에서 오더한 상품을 찾아 가기도 하고 집으로 배달해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레지스는 설명했다.

    물론 플래그십 오픈이 가능했던 것은 ‘릭셉시옹’의 온라인 세일즈 매출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파리 10구역에 쇼룸을 오픈해 1년간 테스트 과정을 거친 후 레알(포럼 데 알)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고 레지스 페넬은 말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상품과 브랜드들을 선보인다. 오프라인 매장의 머천다이징을 위해서 2차로 다시 셀렉션을 진행한다. 플래그십스토어는 고객들에게 더욱 흥미롭고 관심을 끌 만한 브랜드들로 구성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유통망이 부족한 영브랜드들이다. 물론 인터넷 플랫폼에서 베스트 상품들을 셀렉션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e-shop 론칭 7년 만에 2배 넘게 성장, FSS도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500여개의 브랜드들과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50여개국에 배송서비스도 진행한다. “고객들이 처음 매장에 들어서면 모든 상품이 비쌀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가격대는 합리적이다.”

    ‘릭셉시옹’은 e-shop 론칭 7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했고 파리 중심가에 콘셉트 스토어까지 오픈, 잘 셀렉트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한다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적중한 것이 때로는 믿기지 않는다.

    물론 한 매장 내에서 「서(Sœur)」나 「세선(Sessùn)」 「타라자몽」 같은 이미 성공한 브랜드들과 「캐롤리나리츨러」 「데바스테(Dévastée)」 등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세한 규모의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500개 브랜드와 콜래보, 전 세계 50개국 배송


    현재 25명의 팀을 이끄는 레지스 페넬은 “2011년 시작했을 때 우리는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소규모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사이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도 데일리로 입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나가야 했다”며 수많은 브랜드를 소개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일관성 없는 부분도 생겨난다고 한다.

    “우리는 항상 에지있는 부분을 중요시하지만 마켓과 관련돼서 밸류를 추가할 수 있는 브랜드들을 찾는다. ‘릭셉시옹’만을 위한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전개하는 것이 우리의 차별화 방법이다. 물론 상품이 도착했을 때 보면 너무나 다양해서 중간 가격대의 의류, 액세서리 등을 찾는 3040대의 남녀가 모두 만족할 만한 상품들을 찾을 수 있다.”

    이공계 출신으로 과거 재정경제부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이색 경력의 소유자인 레지스(39세)는 패션으로 분야를 바꾸면서 그 열정으로 자신만의 영역, 특히 중간 가격대의 마켓에서 그 위치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이공계 출신 재정경제부서 이색 경력 소유자






    “나는 패션에 사로잡힌 이공계 출신이다.” 그는 5년간 럭셔리그룹 LVMH 소유의 브랜드 「셀린느」에서 판매사원으로 근무했고 이후 마케팅 부서로 이전해 일하면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영디자이너, 다른 브랜드들과의 친밀한 교류를 통해 패션에 대한 깊이 있고 넓은 시각을 갖추게 됐다.

    “처음 ‘릭셉시옹’을 론칭했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은 패션, 디자이너, 휴먼 어드벤처 등을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프렌치 인디펜던트 브랜드와 상품들 중 베스트를 판매하는 셀렉트 스토어 ‘릭셉시옹’을 시작한 후 7년간 중요한 변화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심플함이다. 우리가 초창기에 선보였던 브랜드들 40여개 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브랜드는 몇 개 안 된다. 패션계는 경쟁이 매우 심하다. 새로운 브랜드들이 평균 3~4년의 수명을 보인다.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리뉴얼을 진행한다.”

    최근 브랜드를 론칭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요구에 맞는 퀄리티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시장은 「프라이마크」 「자라」 「H&M」 등 매스마켓 브랜드들이 장악한 상황이다”라고 레지스 페넬은 설명한다.

    「자라」 등 매스마켓 장악 속 에코시스템 부상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나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제품의 소재가 어디서 왔는지, 또한 그러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철학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자 한다.”

    이처럼 새로운 에코시스템에 발맞춰 ‘릭셉시옹’은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가 인간적인 것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고객들에게 이야기해 줌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들의 히스토리, 사무실, 아틀리에 등 거의 모두를 알 만큼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메이드 인 프랑스’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지금까지 회사를 성장시킨 강력한 포스 중 하나다. 특히 매해 ‘올해의 쇼핑 데스티네이션’이라는 타이틀로 대여섯개씩 새로운 콘셉트 스토어가 생겨나며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정글 같은 패션계에서 ‘릭셉시옹’은 그들만의 까다로운 셀렉션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메이드 인 프랑스’ 브랜드로 차별화 전략을




    “이것은 정말 신경전이다. 수많은 브랜드들 틈새에서 베스트를 찾기 위해 쇼룸을 뛰어다녀야 한다”고 담당 직원은 밝힌다. 시즌마다 500여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 라벨들 중에서 1만여개의 아이템들을 골라내야 한다. 이 아이템들은 판매 시 5유로(약 6400원)부터 시작해 1500유로(약 193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구성된다.

    진열대에는 「메종라비시(Maison Labiche)」 「아네스베」 「메종키츠네」 「아미」 「코모」 「캐롤리나리츨러」 「서」 「세선」 「카르방」 「겐조」 「쁘티바토」 「완다나일론」 등 프랑스를 시크한 패션의 중심지로 만든 특유의 ‘프렌치 주느 세쿠아(French je ne sais quoi,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것, 꾸미지 않은 듯 무심하게 멋을 낸 것)’ 풍의 독특한 브랜드들이 그 팬들을 유혹한다.

    한편 ‘메이드 인’은 민감한 질문이다. “모든 제품을 프랑스에서 제작하기에는 문제가 남는다.” 일부 브랜드가 성공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를 고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요즘은 다른 지역들의 제조 노하우가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이다. “특히 오늘날 크리에이티브 니트는 중국 말고 다른 곳에서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관련된 모든 소재와 인프라가 이미 그곳에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완다나일론」 등 ‘프렌치 주느 세쿠아’ 풍


    이미지가 바뀌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중국은 더 이상 패션에 있어서 우리가 2000년대까지 알던 싸구려 제품을 만드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일부 브랜드들은 소재를 이탈리아에서 구매하지만 제조는 중국에서 한다. 완제품 단계까지 공정이 비싸지지만 제조 퀄리티가 다른 곳보다 더 낫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을 알기 때문에 ‘릭셉시옹’은 브랜드들의‘메이드 인 차이나’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윤리적으로 제작하는 브랜드를 더 선호하고 지원한다. 예를 들면 오래된 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브랜드 「가엘콘스탄티니(Gaëlle Constantini)」는 업사이클링에 열려 있는 고객들이 콘셉트 스토어 내에서 에코 상품을 찾을 때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복은 더 복잡하다.

    “남성들은 무엇보다도 기능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브랜드 자체의 오센티시티(authenticity, 출처가 확실함)에 더 민감하다”고 레지스 페넬은 전했다. ‘릭셉시옹’에 입점한 남성복 라인으로 전체 컬렉션을 프랑스의 아틀리에에서 제작하고 유지해 나가는 유일한 브랜드 「드본팩튜어(De bonne facture)」가 인기 있는 이유다.

    「가엘콘스탄티니」 등 업사이클링 브랜드도





    이처럼 다양한 상품과 합리적인 가격대, ‘메이드 인 프랑스’ 전략의 적중으로 단기간에 성공을 거둔 콘셉트 스토어 ‘릭셉시옹’의 사이트는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사이트를 찾은 방문자 수는 400만명을 훨씬 웃돌며 전 세계에 10만여명의 고객들을 두고 있다. 플래그십 콘셉트 스토어 또한 시크한 바자(bazzar, 마켓)와 트렌디한 실험실을 믹스한 느낌의 유니크한 공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어떤 이는 “트렌디한 랜드마크에 의외의 독특한 발상”이라고 말하지만 레지스 페넬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루브르가에 위치한 오래된 우체국은 팬시한 호텔로 탈바꿈했고 이 길 끝에 ‘피노 파운데이션*’ 오픈을 준비하는 등 주변 상권도 시크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주변을 지나는 많은 행인들도 ‘릭셉시옹’에 들러 점심이나 차를 마시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쇼핑까지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360m² 규모 + 파리 중심가 위치 + 일관된 메시지


    사실 이 스타트업 컴퍼니의 강점은 인벤토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재고 관리 시스템)을 최적화한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의 베스트셀러를 찾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 제대로 된 상품을 적시에 내놓는 이러한 전략은 ‘릭셉시옹’이 제곱미터당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세일이 시작되기 전에 최상의 리오더 판매율이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멀티채널의 유연한 흐름으로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60만유로(약 59억3000만원)에 이르며 그중 80%는 온라인 매출이고 나머지 20%가 플래그십에서 창출된다. ‘릭셉시옹’은 또한 그들의 주요 고객층인 젊고 활동적인 고액 연봉의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페이팔 결제와 무료 홈 딜리버리 서비스, 또는 예약한 온라인 아이템을 매장에서 예약제로 착용해 보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편 ‘릭셉시옹’은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 론칭 2주년을 맞아 고객들에게 쇼핑 이외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론칭 파티를 제안하는 등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에 포커스하며 그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에 특정 고객층 대상의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더 많은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최근에는 「레페토」 「반스」 「버켄스탁」 「뉴발란스」 등 대중적 브랜드들과도 계약을 맺었다.

    ‘릭셉시옹’ 이름 딴 캐시미어 라인도 선보여


    그뿐만 아니라 지난 12월에는 최초로 스토어 네임 ‘릭셉시옹’을 딴 첫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리미티드 라인으로 선보인 라운드 컬러의 베이직 남성 메리노울 · 캐시미어 혼방 니트는 5가지 컬러로 진행됐으며 첫 컬렉션은 159유로(약 20만원)에 ‘릭셉시옹’ 사이트와 매장에서 판매됐다. 이번 기회로 타 브랜드에서는 200유로 이상인 캐시미어 제품을 ‘릭셉시옹’은 엔트리 레벨로 자체 제작, 추가적인 캐시미어 제품 라인을 선보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이처럼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브랜드들로 구성된 스토어(온 · 오프) 내에서 그들이 선보이는 새로운 제품 라인이 함께 전시되면서 ‘릭셉시옹’은 그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화시키는 일거양득을 누리게 됐다. 레지스 페넬은 향후 런던에 두번째 ‘릭셉시옹’ 매장을 오픈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또한 미국과 일본에도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진출하고자 한다며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패션비즈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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