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패션자이언트 인디텍스

    minjae
    |
    18.07.30조회수 9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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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AR, 온라인 전용매장 등 첨단기술 장착

    “우리는 온 • 오프라인이 완전히 통합된 글로벌 판매 플랫폼을 제공할 것입니다.
    지난 수년간 최신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판매에 최적화 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고객을 만족시켜갈 것입니다.”




    「자라」의 모기업 스페인 패션자이언트 인디텍스그룹이 패션 리테일의 미래를 시험 중이다. 지난 1월 런던, 4월 밀라노에 이어 올 5월 도쿄에 상륙한 ‘온라인 판매 전용매장’이 바로 그것이다. 로봇, AR, 온라인 판매 전용매장 운영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끊임없는 진화와 성장을 모색 중인 인디텍스 그룹의 미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그 어떤 글로벌 패션 브랜드보다 빠르게 시대 변화에 대처해 가는 인디텍스그룹의 미래 전략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은 바로 오프라인상의 온라인 판매 전용 스토어 구축이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옷을 착용해 볼 수 없다. 하지만 직원들의 도움으로 고객의 스마트폰 혹은 매장 내 비치된 태블릿 기기를 통해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만약 오후 2시 이전에 온라인으로 제품 구매를 완료하면 당일 오후에 바로 픽업할 수도 있다. 오후 2시 이후에 구입했다 할지라도 다음날 오전 중으로 픽업이 가능하도록 서비스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판매 전용 스토어에서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의 교환이나 환불 서비스도 제공한다.


    런던에 오프라인상의 온라인 판매 전용 매장


    인디텍스그룹은 이 새로운 온라인 스토어를 정식으로 운영하기에 앞서 리모델링 중인 플래그십스토어 3군데를 대상으로 올 상반기 내내 일종의 시험 가동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그 대상이 된 곳은 영국 런던 스트랫퍼드에 있는 「자라」 플래그십스토어다.

    스트랫퍼드 「자라」 플래그십스토어는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 적용과 매장 규모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매장 운영 및 판매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대신에 리모델링 기간 중 매장 한쪽 약 200㎡ 크기의 공간에 이 온라인 판매 전용 팝업스토어를 설치했다.




    「자라」가 온라인 판매 전용 스토어의 첫 번째 무대로 런던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영국의 소비자들은 인터넷 구매에 가장 익숙한 소비자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가 지난 2012년 16세에서 74세의 유럽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간 인터넷을 통해 패션제품이나 스포츠용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영국이 51%로 유럽 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자라」의 고향인 스페인의 경우 14%를 차지해 유럽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온라인 구매 익숙한 英 소비자 대상 첫 시험


    런던 스트랫퍼드의 온라인 판매 전용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시험한 「자라」는 이어 지난 4월 밀라노의 빅토리아 엠마누엘 2세 갤러리아에 있는 플래그십스토어의 리모델링 기간 중에도 같은 시험을 반복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인디텍스그룹의 또 다른 야심작도 공개됐다. 바로 앱을 통한 증강현실(AR)을 보여주는 것이다.

    매장 곳곳에 있는 ‘Z(AR)A’라고 표기된 곳에서 「자라」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매장을 배경으로 모델이 신제품을 입고 움직이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제품을 착용한 모델의 3D 이미지를 매장 내 AR기술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온라인 구매 고객의 선택을 도와준다.





    이 AR기술은 인디텍스그룹이 지난 2년 간 프랑스 기업 ‘Holooh’와 합작해 준비한 것으로 「자라」는 최근 이 기술을 활용해 윈도디스플레이(window display)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켰다. 브랜드의 디자인과 철학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윈도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밀라노서도 앱 통한 증강현실 등 가능성 확인


    미국 시카고 대학 비즈니스 학회의 연구 ‘리테일 디스플레이 공간에 대한 연구분석(An Analysis of Retail Display Space: Theory and Methods)’에 따르면 매장에 고객을 유인하는 가장 큰 요인은 쇼윈도라고 한다. 지인 추천, 광고 비주얼, 가격 정보 등의 요인은 그 뒤를 차지했다.

    그런데 「자라」가 새롭게 선보인 쇼윈도는 그냥 텅 빈 공간이다. 마네킹도, 제품도 없다. 더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그 텅 빈 공간 앞에 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이 아니다. 바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만 보이는 신개념 윈도 디스플레이다.




    앱을 통해 카메라를 실행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비어 있던 쇼윈도에 신제품을 입은 모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네킹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한 제품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클릭 한 번이면 쇼윈도에 모델들이 착용한 제품을 바로 앱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텅 빈 쇼윈도, AR로 보는 신개념 디스플레이


    윈도디스플레이가 고객을 매장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언급했던 바와 같이 쇼윈도는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이 공간을 오직 AR에 할애하며 빈 공간으로 둔 것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기술의 진화에 따른 시대 변화에 적응하려는 인디텍스그룹의 고민과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가올 변화에 대한 그룹의 확고한 신뢰로 볼 수도 있다.

    「자라」는 지난 5월 아시아에서도 새로운 미래 전략 시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시험 무대는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 위치한 플래그십스토어다. 런던과 밀라노처럼 이곳에서도 역시 플래그십스토어 리모델링 기간 중 온라인 판매 전용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유럽에서 성공적인 시험 운영을 마친 뒤 아시아 내 가장 중요한 마켓이자 역시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일본을 아시아의 첫 테스트 마켓으로 선정한 것이다. 일본 팝업스토어에서는 앱을 통한 온라인 결제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주문만 온라인으로 하고, 결제는 이 온라인 전용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日 선두 아시아서도 뉴모델 시험 가동 시작






    이러한 온라인 판매 전용 팝업스토어는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리모델링 기간에도 판매 서비스를 중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실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 의존도를 낮추고 온 • 오프 매장의 조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려는 그룹의 전략이 숨어 있다.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그룹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구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했고, 이는 온라인 구매자들의 프로필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했다. 온라인 구매자들은 비교적 젊고,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사용에 익숙하며, 최신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이들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계층이다.

    이들에게 가장 부족하면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제품의 구매와 픽업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오후 2시 이전 구입 시 당일 픽업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앱을 통한 제품 구매 역시 절차를 간소화해 빠른 구매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자해 매장 자동화도 최근 처음 선보였다.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 온 • 오프 시너지↑


    인디텍스그룹의 본사가 있는 스페인 라코루냐 매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자동화 로봇은 온라인 구매 제품의 빠른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됐다. 온라인 구매자는 구매를 마치면 PIN코드나 QR코드를 받게 되는데 매장에 제품을 픽업하러 올 때 직원을 통해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전용 자동화기기에 가서 이 코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모두 자동화돼 사람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고 빠른 제품 인계가 가능하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인건비 절약과 고객의 만족도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인디텍스그룹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이 제품 픽업 자동화기기 확대와 더불어 무인 자동 계산대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인디텍스그룹 브랜드의 정기 바겐세일 때마다 보이던 긴 줄은 어쩌면 1~2년 내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올 초 매장 리모델링을 위해 온라인 판매 전용 팝업스토어를 신설하며 일시 운영 중지에 들어갔던 런던 스트랫퍼드의 「자라」 플래그십스토어는 지난 5월 중순 다시 재오픈했다. 이 매장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추가됐다. 바로 리모델링 기간에 일시적으로 운영했던 온라인 판매 전용 팝업스토어를 매장 재오픈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로봇 이용 제품 인계 자동화 + 무인계산대도


    「자라」의 첫 온 • 오프 라인 통합 ‘하이브리드 매장’이다. 사실 이러한 매장 형태는 그룹이 향후 매장 운영 모델 구상에 이미 계획한 것이었다. 런던의 하이브리드 플래그십스토어에서는 「자라」가 지난 수년간 준비하고 시험 운영했던 최신 기술이 모두 적용 • 운영될 예정이다.

    우선 온라인 구매 고객의 제품 픽업을 위한 자동화기기가 설치•운영된다. 동시에 2400개의 구매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기기다. 매장 직원은 모두 태블릿을 가지고 근무하게 된다. 이 태블릿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또 온라인 구매를 도와줄 수도 있다.

    제품 계산에는 카드, 앱, 스마트폰 등 모든 수단이 가능하도록 준비됐으며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빠른 계산대 역시 설치됐다. 4500㎡ 크기의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로 새단장한 이 매장은 온라인 판매를 위한 창고이자 허브 역할도 톡톡히 하며 온 • 오프라인 매장의 완전한 통합을 꾀한다.

    온 • 오프라인 통합 첫 ‘하이브리드’ 매장 탄생


    “우리 그룹의 위치는 현재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 • 오프라인이 완전히 통합된 글로벌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난 수년간 최신 기술에 투자하고 이를 판매에 최적화시키는 데 목적을 가지고 고군분투했습니다. 우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고객과 잠재적인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인디텍스그룹의 CEO 파블로 이슬라는 그룹이 준비한 새로운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디텍스그룹은 2012년 처음으로 「자라」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며 어떻게 보면 다소 늦은 시기에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지만 그 어떤 패션그룹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며 디지털 시대를 앞서 가고 있다.

    이러한 그룹의 고민을 보상하듯 지난해 매출 253억3600만유로(약 32조3062억원)를 기록하며 또다시 약 9% 성장했고, 영업이익 역시 33억6800만유로(약 4조3017억원)를 기록해 2016년 31억5700만유로(약 4조322억원)에 비해 6% 이상 성장했다.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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