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미로」, “커비* 여성 사랑해”

    djennita
    |
    18.06.18조회수 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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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 역사 진화하는 패션기업
    伊 최초 플러스 사이즈 패션 하우스



    30년 넘는 전문성, 비율과 여성의 커브에 대한 깊은 이해,
    영리한 디자인과 프리미엄 소재 사용으로 고객들을 만족시켜 주고 있다.



    [TIP]
    * 커비(Curvy) : 사전적 의미는 ‘굴곡이 있는’으로 플러스 사이즈 여성을 의미함. Plus-size의 또 다른 말로, Plus-size를 입는 사람들에게 덜 공격적인 완곡한 표현으로 소비자와 업계 종사자들에게 더욱 선호되기도 한다.





    뉴욕 패션위크의 2018 S/S 패션쇼에는 그 어느 때보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제는 더 이상 대부분의 여성이 마른 모델의 사이즈일 것이라 여기는 환상을 갖기 어렵다.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은 각국 패션위크의 캣워크, 유명 브랜드의 룩북, 심지어 보그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다.

    업계가 ‘플러스 사이즈’ 또는 ‘커비(Curvy)’라고 불리는 이 마켓을 마냥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 미국과 영국 브랜드들이 특히 강세를 이루는 플러스 사이즈 마켓. 특히나 미국에서는 이 시장의 작년 한 해 매출 규모가 170억달러(약 18조4000억원)까지 성장하며 이제 더 이상 니치가 아닌 메이저 마켓 중 하나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있기 훨씬 전부터 커비 여성들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하우스가 있다. 이탈리안 패션업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위한 소비환경과 소비자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온 「엘레나미로(Elena Mirò)」다.


    ‘올트레미수라 벨라’ 첫 슬로건으로 85년 출발





    평평하고 마른 몸보다 굴곡이 있는 모습들을 매혹적이라고 느끼고 인기를 끌던 시대가 있기도 했다. 신디 크로포드로 대표되는 톱모델이 인기가 있었던 1990년대로 더듬어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패션 부흥기에는 팔다리가 길게 뻗은 마른 몸을 아름답다고 찬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패션쇼의 성지 밀라노. 화려한 하이엔드 패션과 가장 밀접해 보이는 나라 이탈리아는 사실 전체 여성 중 40% 이상이 쇼에 등장하는 모델의 모습과 아주 멀리 떨어진 46사이즈(미국시장 기준 12) 이상이다. 과거에도 모든 브랜드가 이러한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엘레나미로」는 1985년에 태어났다. ‘올트레미수라 벨라(Oltremisura Belle)’는 ‘Plus-sized beauties’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다. 「엘레나미로」의 첫 슬로건이기도 하다. 「엘레나미로」는 이전까지 오트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 패션으로 무시당했던 수천 명의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에게 프로페셔널하고 세련된 옷차림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시장에 등장했다.


    여성 신체에 대한 30년 연구 전문성 갖춰





    미로의 고객들도 패션쇼와 잡지가 제안한 느낌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악명 높은 사이즈 40’이 아니면 입어볼 수도 없는 스타일을 「엘레나미로」가 제시해 준 것이다. 처음에는 46사이즈 옷을 40사이즈같은 느낌으로 만드는 것이 아주 어려운 과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30년 넘게 전문성을 키워오며 비율과 여성의 커브에 대한 깊은 이해로 영리한 디자인과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의 감성을 향상시키고 만족을 주고 있다.

    「엘레나미로」는 이탈리아 도시 알바(Alba)에 기반을 둔 의류 회사 베스테베네(Vestebene)로 출발, 현재 미롤리오 패션그룹의 첫 브랜드다. 미롤리오 패션은 1947년에 설립된 직물제조, 의류 생산 업체로 1980년대 말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일련의 인수합병을 거쳐 12개 여성 브랜드를 론칭해 규모를 키웠다.

    창립 이래 디자인 • 생산 • 유통까지 모든 과정의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수직 통합형 시스템(vertically integrated system)을 구축했고, 현재까지 이탈리아 여성복 회사 중 3위 규모다. 영업이익뿐 아니라 사회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롤리오그룹은 이탈리아 패션산업 역사를 함께 해 온 회사이자 업계의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70년 역사, 이탈리아 패션 대표 기업 롤모델

    대표 브랜드인 「엘레나미로」는 창업주인 미롤리오의 딸인 ‘Elena Miroglio’의 이름에서 따 온 브랜드명이다. 현재 그녀는 미롤리오그룹의 부회장이자 미롤리오 패션의 사장으로 있으며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브랜드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1970년생인 그녀는 “가족 사업을 배우며 「엘레나미로」와 함께 성장했다. 나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2007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엘레나미로」는 엄격한 미적 개념에서 탈피해 여성 해방에 기여한 공헌으로 나라가 개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공화국의 기사(Cavaliere della Repubblica)’를 수상하기도 했다.

    「엘레나미로」는 일찌감치 고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은 물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곤 했다. 당시 최고 스타일리스트였던 모스키노(Moschino), 크리지아(Krizia)와 협업을 하면서 업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창업자 딸 엘레나 미롤리오 분신 「엘레나미로」





    1998년에는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더욱더 자신을 내보일 수 있도록 하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엘레나미로」에게 있어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광고 중 하나였다고 호평받는 ‘차오 마그로(Ciao Magro! ; Hi Skinny!의 의미)’ 캠페인이 그 계기다. 이 광고는 이전의 패러다임과 완전 반대로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보통 사이즈 여성들을 보며 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소비자들이 깡마른 몸매의 모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현상을 축소하기 위함이었다. 「엘레나미로」의 이 재미있는 캠페인의 성공으로 플러스 사이즈 여성 모델을 위한 모델링 에이전시가 탄생하기도 했다.

    캠페인의 이름을 딴 ‘Ciao Magre’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운영되는 에이전시는 미롤리오그룹의 자회사로 44 이상 사이즈의 모델들을 발탁하고 훈련시키며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www.ciaomagre.com을 통해 세계 곳곳의 매력적인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지원할 수 있는 창을 열어 더욱더 활발한 활동을 이끈다.


    ‘차오 마그로!’ 캠페인 계기 모델 에이전시도





    「엘레나미로」의 광고나 룩북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직접 착용한 스타일들로 인해 브랜드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갔다. 2005년 10월에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의 무대를 승인받았다.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에게 패션업계가 ‘당신도 패션의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를 실어 초대장을 건네는 듯한 이 행사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구찌」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가 지배하는 패션위크의 출발인 오프닝을 플러스 사이즈 패션 레이블이 장식한 것이다.

    「엘레나미로」로서는 운좋게 다가온 이 스포트라이트를 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진짜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패션의 비주류로 지내온 커비 여성들에게 숨어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자연스러운 당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해도 좋다고 복수의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당시 인터뷰에서 미롤리오 패션의 총책임자인 주세페 미롤리오는 “우리는 항상 굴곡 있는 여성을 위해 디자인한다. 여인은 너무 마르거나 뚱뚱하지는 않아야 한다. 다만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사이즈여야 한다. 모든 여성은 다른 사이즈이지만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밀라노 패션위크 캘린더 성공적 데뷔 주목

    이후 하이패션 디자이너 하우스들은 비로소 플러스 사이즈의 의류에서의 잠재력을 면밀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광고 및 캣워크에서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장 폴 고티에와 존 갈리아노는 2006년 봄 파리에서 개최된 쇼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무대에 올렸다.

    「엘레나미로」도 늘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자사 브랜드와 광고에 출연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고 있을 2010년이다. 이탈리아 패션 상공회의소에서는 밀라노 패션위크를 기존과 같이 시크한 하이엔드 패션의 쇼로 채운다는 이유로 「엘레나미로」 스케줄을 공식 달력에서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온라인에서는 MFW 반대 시위와 브랜드를 지지하는 응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플러스 사이즈 소비자들에게 특정되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까지도 실제로 이 일을 ‘사건’이라 부르며 분노와 충격을 강하게 표출했다.


    미스 커비 이탈리아 프로젝트 대표 후원사로




    한편 브랜드 관계자들은 이러한 배제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처하며 밀라노 시내 한 곳을 빌려 쇼를 계획대로 진행했다. 미롤리오사의 특별 손님들을 포함해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현실 속 여성의 모습을 존중하지 못하고 허영을 좇고 조장하는 패션업계에 일침을 가하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멋지게 지켜냈다.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 너무 마른 모델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엘레나미로」는 밀라노 패션위크에 단독 플러스 사이즈 레이블로 데뷔했고 지금까지도 매 시즌 컬렉션 쇼를 선보이며 이탈리안 플러스 사이즈 마켓을 주도한다.

    밀라노 패션위크에 「엘레나미로」가 등장한 이후 몇 년 동안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여성의 모습을 닮은 모델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한 사회적 기운을 이어 받아 2011년 9월에는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선발하는 ‘미스 이탈리아(Miss Italia)’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Miss Curve d’Italia’를 위한 콜래보에 참여하며 또다시 화제를 몰고 왔다.

    밀레니얼 소비자 겨냥 curvitaly.com 론칭

    이 대회의 우승자는 미스 이탈리아의 슬로건인 ‘이웃집 아름다운 소녀’와 「엘레나미로」의 브랜드 철학인 ‘여성 그 자체의 모습’에 가장 잘 어울리는 44 사이즈의 모델이 선정됐다. 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는 매력적이고 여성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불러왔다.

    건강하면서 사이즈에 대한 고정관념에 제약받지 않는 아름다움의 시대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드디어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이 펼쳐졌고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조금 더 큰 허리 사이즈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도록 했다.

    대회가 열리며 기존과 달리 42~44사이즈를 착용하는 소녀들에게 참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아름다운 소녀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TV에 등장했다. 이 대회에 후원을 하며 「엘레나미로」는 패션쇼에 설 모델을 선택했고 대회에 참가했던 소녀가 패션위크의 메인 모델이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 이 모습이 많은 여성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패션업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켰다.


    온라인 판매 + 맞춤식 패션스타일링 조언도 인기

    최근 수년 간 플러스 사이즈를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밀레니얼 세대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직접 가서 보고 그 자리에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실직적인 소비 환경을 개선해 줄 필요성도 생겨났다.

    플러스 사이즈 섹터가 눈에 띄게 늘어난 미국의 경우 큰 리테일 스토에서는 ‘플러스 사이즈’라는 팻말을 붙인 채 매장 구석에서 찾아봐야 하는 등의 차별이 느껴지는 플로어 POP를 여전히 볼 수 있다. e-commerce가 키워드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시대에도 대부분의 채널이 플러스 사이즈의 반대말인 straight size(보통 사이즈)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개선에 발맞춰 미롤리오 패션그룹은 2014년에 「엘레나미로」로 대표되는 자사 브랜드들을 주로 판매하는 플러스 사이즈 전문 온라인 몰인 curvitaly.com을 론칭한다. 이 사이트는 46사이즈 이상을 입는 여성을 위한 온라인 판매처일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맞춤식 패션 조언이 담긴 가이드가 되고 있다.


    밀라노 패션 중심가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





    ‘개인 스타일리스트’ 섹션에서 자신만의 프로필을 만들 고, 여기에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좋아하는 실루엣 컬러 등을 설정해 놓으면 전문가 팀이 즉시 어울리는 아이템을 띄워 조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최신 트렌드를 고려한 조언과 더불어 메이크업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가입 회원들끼리는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서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서비스 덕분인지 같은 해에 「엘레나미로」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전자 상거래 창을 열어 두기도 했지만 매출은 curvitaly.com을 통해 더 많이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머잖아 플러스 사이즈 시장 규모가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커비 모델들이 ‘한 해 미디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모델’ 중 하나가 되고 그녀들의 사진이 SNS를 점령하고 있는 요즘, 사회 전반에 걸친 엄청난 변화를 수용해 패션 브랜드들도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유럽 中 러시아 등 28개국 글로벌 세일 활발

    지난해 11월에 「엘레나미로」는 밀라노 중심부의 스칼라 광장 근처 만초니 길(Via Manzoni)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만초니 길은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와 함께 밀라노 럭셔리 패션 1번지라 여기는 지역이다. 1400년대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에 350㎡ 크기인 이 대규모 매장은 플러스 사이즈가 더 이상 이탈리아 패션계의 비주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엘레나미로」는 유럽과 중국 • 러시아 등을 포함해 28개국에 진출해 있고 대부분이 국내에 위치하지만 총 244개의 브랜드 매장과 872개의 멀티 브랜드 매장에 홀세일 채널을 통해 유통된다. 눈길을 받지 못하던 때부터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닦아 온 이탈리아 최초의 플러스 사이즈 패션하우스. 3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브랜드는 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첫’이라는 수식어들과 함께 현재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오랜 시간 여성의 몸과 선을 연구해 오며 숙련된 노하우와 함께 “표준 사이즈가 아니어서 하이 패션을 놓치는 여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브랜드의 애티튜드가 주는 따뜻함이 이 브랜드 안에 녹아 있다. 빠르게 확장되고 발전하는 이 마켓에서 과연 어떻게 더 도약할지, 플러스 사이즈가 꼬리표를 떼고 패션계의 주가 되는 시대가 정말로 오는 것인지, 그 안에서 「엘레나미로」가 또 어떤 ‘첫’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패션비즈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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