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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헤나 「할루미너스」 디자이너

Friday, June 1, 2018 | 박한나 기자, h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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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쿠튀르’ 호주 신예



파티복으로 손색 없을 예쁜 드레스를 가리키며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프랑켄슈타인의 여자친구를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를 이어 붙인 거잖아요? 여자친구라면 사랑스럽지만 그와 같은 괴물이어야겠죠. 그래서 아름답지만 역겨운 존재를 만들었어요. 사실 이거는 패턴이 아니라 사람의 장기예요.”    

프랑켄슈타인과 해리포터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김헤나 디자이너는 여성복 브랜드 「할루미너스(Haluminous)」를 지난 2016년에 론칭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섬유 • 패션을 전공한 후 졸업작품만으로 패션쇼를 연달아 4번 연 의욕 충만한 젊은 디자이너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컬렉션으로 호주와 런던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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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만드는 옷들은 예쁜 듯 기괴하고, 기괴하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잔상을 남긴다. 그녀는 자신이 만드는 여성복을 ‘쿠튀르와 스트리트의 결합’으로 표현한다. 오트쿠튀르적인 디자인과 웨어러블한 감각이 섞여 있다는 의미다. 예술적인 장식이 많이 가미된  ‘스트리트 쿠튀르’ 혹은 ‘로맨틱 쿠튀르’라는 장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로맨틱 쿠튀르’ 세계

프랑켄슈타인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작업했던 데뷔작 ‘Monster’s Lover’는 주로 화이트와 핑크를 사용해 밝고 화려한 비즈 장식이 많아 흔히 표현하는 블링블링한 옷이다. 이후 컬렉션은 색채와 콘셉트가 강해 더욱 개성적이다. 인스타그램을 실시간으로 브랜드의 세계를 보여주는 글로벌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할루미너스」의 피드를 살펴봤을 때 ‘독특하다’는 감상이 가장 우선적으로 들었다.

그녀를 만나 컬렉션에 대해 물어보자 답은 옷을 만들며 구상했던 이야기로 돌아왔다. “어릴 때 몹쓸 짓을 당해 큰 상처를 받은 아이가 있어요. 아이는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에 대한 원망에서 시작해 사람 자체를 혐오하게 됐어요. 인간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도 싫어진 그 애는 백합으로 변해요. 자기가 생각했을 때 가장 순결한 존재가 백합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꽃이 되겠어요. 아무리 환상 속이라고 해도 괴롭고 어렵겠죠.” 그래서 「할루미너스」 ‘Story of Lilith’ 컬렉션 쇼에는 몸을 뒤틀며 괴로움과 환희가 섞인 표정의 여인이 나타난다. “아름다움과 역겨움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무언가가 역겨울 정도로 깊어져야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다웠던 이 옷의 패턴을 가까이에서 보면 끔찍할 수 있는 것과 같죠.”

졸업작품 주목받아, 컬렉션쇼 4번 개최

자신에게 ‘패션은 캔버스’와 같다며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옷에 그리는 그녀는 디자이너보다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옷 하나를 두고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모습은 소설가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일반적 런웨이보다는 공연처럼 느껴지는 「할루미너스」 컬렉션쇼의 스토리는 그녀가 직접 시놉시스를 짠다.  

옷이나 모델의 얼굴에는 한글로 된 시가 타투처럼 들어가 있기도 하다. 한국계 호주인인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한글로 된 이야기 책을 많이 읽었고, 그 이야기들이 그녀를 다양한 세계로 데려가 줬다고 한다. 그렇게 형성된 감성의 뿌리가 한국이기 때문에 지금도 책은 영어 대신 꼭 한글로 읽는다고.

“패션은 상업적이기 때문에 과소평가 받지만 사실은 실용적인 아트라고 생각해요. 물론 팔려야 계속 만들 수 있죠. 패션쇼도 ‘왜 나의 환상을 사야 하는지’ 보여 주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사실 졸업작품으로 컬렉션쇼를 연달아 4번이나 하면서 마음이 붕 떴던 것 같아요. 그러다 쇼를 세일즈까지 연결하는 과정에서 ‘패션은 산업이다’라는 것이 다시 한번 와닿았어요.”

“한국 아티스트들과도 콜래보레이션을 많이 하는데 정말 독창적인 재능이 있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그들이 왜 개성 넘치는 컬렉션만 하지 않고 조금은 심심하지만 대중적인 컬렉션을 선택하는지도 세일즈를 하면서 배운 것 같아요. 그래서 4번의 쿠튀르 컬렉션으로 제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많이 보여줬으니, 올해부터는 조금은 더 커머셜한 컬렉션에도 도전해요.”





환상적 이야기에서 영감, 신비로운 디자인

올해 김헤나 디자이너는 「할루미너스」와 별도로 호주 브랜드 「오즐라나(Ozlana)」의 CD로 활동한다. 스웻셔츠와 퍼 파카 등을 만들고, 여기에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독특한 프린트와 자수를 입혀 선보인다. 신발, 액세서리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컬렉션과 달리 커머셜한 감각을 끌어올려 트렌디한 스타일로 완성했다. 이번 협업 컬렉션은 뉴욕패션위크에서 쇼로 선보일 계획이다. 대중적인 컬렉션에는 처음 도전하지만 앞서 유럽 백화점 퍼스널 쇼퍼로 일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춘 경험이 있다.

그녀는 “퍼스널 쇼퍼로 사람들에게 옷을 골라주는 일은 적성에도 맞고 디자이너로 일할 때보다 페이도 셌죠. 그런데 정작 당시에는 너무 팔리는 옷에 대한 생각이 강했는지 나만의 이야기를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조금은 낭만주의적인 지금의 마인드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비즈니스 감각도 키워 가겠지만, 무엇보다 제 안에 있는 이야기와 감성을 소중히 하면서 계속 디자인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 패션비즈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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