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Report

< Insight >

韓 패션산업 턴어라운드 ‘해법’ 찾다

Sunday, Apr. 1, 2018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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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글로벌라이제이션, 온라인퍼스트



“시장 장악력을 지녔던 제도권 브랜드들이 10년 전으로 후퇴한 반면 글로벌 SPA인 「유니클로」와 「자라」는 한국 패션시장에서 승승장구해 왔다. 마크업, 회전율, 판매율, 할인율 등 기존 패션산업을 지배해 왔던 패러다임과 완전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가성비, 더 나아가 가심비의 구현으로 소비자의 절대적인 신뢰를 이끌어 냈다.”_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衣食住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만큼 결코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 다만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에 의해 점점 더 까다로워질 뿐이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 패션시장은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만큼 그동안 무임승차해 왔던 패션 기업들은 사라지고, 실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_이선효 네파 사장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살아남은 패션 기업들은 핵심 역량에 집중해 사업을 재편하고 이를 글로벌로 일궈낸 경우다. 소비자들의 안목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 있는 만큼 이제 국내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글로벌을 위해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국내 패션기업들이 하루속히 풀어야 할 숙제다.” _ 김형종 한섬 사장  

韓 패션산업 부흥? 소비자 신뢰 회복이 관건

“동대문과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의 대약진은 무엇을 의미하나? 듣보(듣고 보지도 못한 것이라는 은어)일지라도 소비 주체세력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소비자들의 감성과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최적화된 상품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산다는 것을 방증한다. 백화점 중심, 관념적인 브랜딩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_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

“고도의 IT기술 발달에 따른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일대일 고객 대응, 즉 커스터마이즈를 논하는 단계로까지 진화가 이뤄졌다. 세상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국내 패션기업들의 대응은 너무나 뒤처져 있다. 미들맨이 사라지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_김문환 한세엠케이 사장  

요즘 어디를 가나 패션시장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담론을 나눠 보면 이들 이슈로 모아진다. 한국 패션시장이 좀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마켓을 이끄는 최고경영진들의 고민도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할까?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인 衣, 사양산업 아니다

한국 패션시장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4~5년 동안 그야말로 요동을 쳤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시장 지배력을 가진 패션기업 중 시장환경과 소비자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패션기업들은 10년 전으로 실적이 후퇴하거나 부도 내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반면,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받아들인 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실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희비가 완전 교차한 것이다.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는 회사 설립 이래 사상 유례없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연결기준 매출액 5611억원, 영업이익 985억원으로서 영업이익률이 무려 17.6%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실적 대비 매출은 27.8%, 영업이익은 115.9%나 신장했다. 그야말로 ‘대박’을 친 셈이다. 눈앞에 드러난 성공 비결은 소비자 니즈에 맞는 상품개발을 꼽을 수 있지만, 경영관점에서 보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서 찾을 수 있다.

5년 전만 해도 F&F는 여성복 전문기업으로서 이름을 날렸지만, 2016년 초 계열사였던 베네통코리아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아웃도어와 캐주얼, 아동복으로 기업 체질을 확 바꿨다. 한때 수십 개까지 전개했던 브랜드도 모두 걷어내고 「디스커버리」 「MLB」 두 브랜드에 집중했다.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품개발에 집중한 결과 공전의 히트 작품인 ‘롱패딩’과 ‘볼캡’을 각각 만들어 낸 것이다.

F&F, 삼성물산, LF 등 선택과 집중 전략 적중

삼성물산(패션부문총괄 박철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중했다. 지난 2016년 단행했던 저수익 브랜드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이후 분위기가 반전한 것. 브랜드 정비로 매출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1조749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 327억원 흑자를 기록, 턴어라운드를 일궈냈다.

가장 고무적인 현상은 여성복 「구호」 「르베이지」와 남성복 「갤럭시」 「빈폴」 등 자체 브랜드들이 각각의 조닝에서 랭킹 1 · 2위로 올라서면서 이전 명성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LF(대표 오규식)는 구조조정 작업과 신사업 진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매출 1조6024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4.8% 신장했다. 영업이익은 1101억4600만원으로서 2016년 대비 39.4% 늘어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703억74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7.6% 올랐다. 「일꼬르소」「타운젠트」 「질바이질스튜디오」 등의 매출 부진 브랜드를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한섬(대표 김형종)도 가세했다. 작년 초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 인수까지 숨가쁘게 달려왔으나 하반기부터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냉정해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과감하게 비효율 제거에 들어갔다. 한섬을 비롯해 자회사인 한섬글로벌과 현대G&F를 포함, 50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보유한 만큼 브랜드 재정비는 꼭 거쳐야 할 수순으로 판단했다.

한섬, 연말까지 수입 컨템 위주로 11개 정리

고심 끝에 「랑방스포츠」 등 라이선스와 수입 컨템포러리 중심으로 올해 연말까지 총 11개 브랜드를 정리한다. 한섬은 이번 구조조정 작업으로 생산 및 수입원가와 인건비를 포함, 연간 200억원 이상을 절감하고 대신 론칭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더캐시미어」와 액티브 시니어층을 겨냥한 「래트바이티」 육성에 힘을 싣는다.

‘선택과 집중’에 이어 한국 패션기업들이 부진을 털어내기 위한 턴어라운드 전략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한정된 내수 마켓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국내 패션브랜드들은 미주 유럽지역과 중국을 비롯,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지역으로 판로를 넓혀 나가고 있다.

그동안 K팝이나 K코스메틱에 비해 K패션의 글로벌화, 세계화 작업은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다. 13억명이 넘는 인구와 지리적 이점 등을 이유로 호기롭게 진출한 중국 시장은 국내 패션기업들이 모두 백기를 들고 철수했다.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핑크빛 전망만을 보고 진출했다가 수십억원 내지 수백억원의 적자만 보고 대부분 손을 들었다.

글로벌화? 현지 파트너와 협업 or 홀세일 비즈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내린 결론은 글로벌화는 현지 파트너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진출하거나 홀세일 비즈니스 형식으로 나가는 것. 한국 패션기업들이 가장 잘하는 R&D와 마케팅에 집중하고, 현지 파트너에게 유통개척 및 판매를 위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 · 김진면)가 좋은 사례다. 휠라는 지난 2009년 중국 안타사와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중국에 진출해 지금은 연 3500억원 규모로 브랜드가 성장했다. 이를 롤모델로 데상트코리아(대표 김훈도)와 코오롱FnC(COO 윤영민) 역시 안타사와 2015년, 2017년 각각 합작사를 설립하고 「데상트」와 「코오롱스포츠」 브랜드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뿐만아니라 LF는 중국에 이어 최근 베트남 패션유통 기업인 KEI트래이딩과 「헤지스」 브랜드에 대한 독점 수출 계약을 맺었다. 「헤지스」 베트남 1호점은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으로 남성, 여성, 액세서리 라인을 한데 모은 100㎡ 규모의 복합 매장을 백화점 1층에 선보였다. 4층에는 골프 라인만 별도로 구성한 「헤지스골프」 단독점도 함께 오픈했다.

글로벌화 가능한 시스템 구축, 인재양성 절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와 「준지」는 현지 쇼룸을 통해 주문을 받는 홀세일 형태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급한 매출 성과보다는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라는 사명감을 갖고 차근차근 브랜드를 알리고 한 계단씩 올라서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2007년 파리패션위크 진출 때부터 전 세계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준지」는 지난 10년간 변함없는 아이덴티티를 지켜오면서 멋진 컬렉션을 펼쳤다. 이번 F/W시즌 정식으로 론칭하는 여성복 「준지」는 글로벌마켓에 동시 론칭하는 브랜드이며 올해 캡슐 컬렉션을 통해 몇몇 스타일을 소개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지난 2010년 「헥사바이구호」로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섰던 「구호」는 시행착오를 거쳐 컬렉션이 아닌 좀 더 웨어러블하며 실용적인 상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자체 쇼룸에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바이어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상품기획실은 최소 반년 이상 스케줄을 앞당겨 글로벌 패션시장에 맞춰 나가고 있다. 

휠라코리아 · 인동FN, 홀세일 비즈 본격 가동

이는 한섬이 글로벌화를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걸림돌로 생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선호도가 높은 「타임」 「시스템」의 경우 최소 6개월 전 기획을 완성해야 글로벌화를 추진할 수가 있는데 아직까지 풀지 못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주 52시간)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고민스럽지만 글로벌 기획팀을 별도 조직하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해법을 찾고 있다.

「쉬즈미스」 「리스트」를 전개하고 있는 인동에프앤(대표 장기권)도 내년 2월부터 「시스티나」 브랜드로 국내외 패션기업들을 대상으로 홀세일을 시작한다. 인동이 가장 자신 있는 아이템인 재킷, 트렌치코트, 코트 등 아우터 위주로 주문을 받을 계획이다. 인동은 베트남 5개 생산공장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홀세일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끝냈다. 궁극적으로 회사 매출의 60%를 홀세일로 달성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할 생각이다.  

휠라코리아 역시 신규 비즈니스와 외부 유통채널을 담당하는 ‘홀세일본부’를 신설하는 등 홀세일 사업을 키운다. 다년간 스포츠화를 개발 · 생산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통 퍼포먼스화부터 가성비를 갖춘 중 · 저가대 운동화까지 제작 가능한 만큼 대형 유통채널에 홀세일 형태로 납품하거나 타사 제품의 OEM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자사몰 오픈 등 온라인퍼스트? 선택 아닌 필수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유통채널의 강화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제도권 패션기업에게 온라인몰 자사몰은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백화점에 이어 아울렛까지 매출이 빠지면서 오프라인 위주의 유통정책을 펼쳐왔던 패션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밀레니얼 쇼퍼들이 오프라인 유통을 멀리하고 온라인몰, 특히 모바일 구매경향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 추세에 맞춰 패션기업들은 온라인몰, 특히 자사몰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온라인몰 초반에는 가격경쟁을 주무기로 삼았으나 점차 만족할 만한 구매 경험 등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패션기업 중에서는 LF가 가장 공격적으로 자사몰을 키워 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온라인몰 매출만 35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자사몰 매출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LF는 자회사로 인수한 트라이씨클의 ‘하프클럽’  ‘오가게’  ‘보리보리’ 등도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초반 가격경쟁 탈피, 서비스강화로 업그레이드

삼성물산의 온라인 통합몰 ‘SSF샵’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2030 소비자의 구매 비중이 70%에 달한 가운데 스마트폰을 활용한 구매빈도가 63%였으며, 여성 비중은 60%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르베이지」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고가 브랜드도 고객 유입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SSF샵의 고객 유입률은 작년 말 전년 대비 17% 신장했다. 또한 SSF샵은 O2O에 이어 퀵배송 서비스까지 진행하며 온라인 비즈니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자사몰을 오픈한 한섬 역시 가격 경쟁이 아닌 고객가치로 접근하면서 서비스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올해부터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 ‘앳 홈’을 선보인다. O2O 서비스 일환으로 자사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에서 구매하기 전 원하는 옷을 고객이 직접 집에서 입어볼 수 있는 홈피팅 서비스다. 온라인몰 중 홈피팅 서비스를 적용한 것은 한섬이 처음으로, 이러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프리미엄 전략으로 지난해 440억원 매출을 올해 8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 이상 우리에게 혼란과 혼선이 용납되지 않는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4~5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이 어떻게 나가야 되는지 방향이 분명해졌다. 한국 패션의 세계화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이제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지금 당장!





**패션비즈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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