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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패션 · 유통 선순환 해법은?② --- 좀비몰 · 좀비브랜드 정리를

Sunday, Oct. 1, 2017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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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몰(Zombie Malls) · 좀비브랜드(Zombie Brands) : 고객이 거의 없는 백화점 & 쇼핑몰 그리고 존재감 없는 브랜드를 통칭한 표현



“한국 백화점은 미국, 일본과 달라요. 백화점의 마켓 지배력이 절대적이고, 경쟁 업태인 전문점이나 편집숍의 기능이 너무 약해요. 백화점이 시설이나 문화 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 역시 절대적이다 보니 미국, 일본처럼 소비자들의 이탈 현상이 심각하지 않을 거예요.” 불과 4~5년 전만 해도 백화점 유통가에 몸담고 있는 임원진의 생각은 이러했다.

패션업에 몸담은 관계자들 역시 생각이 안이했다. “선진국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 성향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은 과시욕이 강하고 ‘의관을 정제한다’는 유교적 의식도 강해 불황이 장기화해도 고가 상품 판매가 일부 줄어들기는 할지라도 급감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나 불과 5년 만에 예상은 100% 빗나갔다. 지금 유통환경은 철옹성처럼 여겨지던 백화점이 급강하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이 급부상하고 있다. 패션시장은 하이엔드 명품과 SPA 및 동대문으로 대변되는 중저가시장으로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매출의 70~80%를 장악해 왔던 영역이 패션이다 보니 백화점의 몰락은 곧 패션산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백화점 시대 내리막길, 패션시장 양극화 심화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국내 백화점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또 패션산업은 어떻게 대안을 찾아야 할까? 세월호 사건(2014년), 메르스 사태(2015년), 촛불 시위(2016년), 북핵 및 사드 배치(2017년) 등의 사회 · 정치적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백화점과 패션산업은 급전직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은 백화점대로, 패션기업은 패션기업대로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6월 중순 기준 미국의 주요 리테일러들이 폐점한 매장 수가 5300개로 상반기 6개월 기록으로는 사상 두 번째라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가 6163개로서 최악이었지만, 이번 하반기까지 감안하면 올해 폐점 매장 수가 가장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여기에는 시어스, 메이시스, JC페니 등 백화점과 K마트 등 대형마트, CVS 등 드러그 스토어, 「페이리스슈소스」 「라디오색」 등 전문점까지 모든 업태가 대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랄프로렌」 「제이크루」 「아베크롬비앤피치」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부터 「리미티드」 「BCBG맥스아즈리아」 「아메리칸어패럴」 「루21」 「게스」 「크록스」 「짐보리」 등 볼륨 존 패션 브랜드들까지 다수가 포함돼 있다.

美 올해 상반기만 5300개 매장 줄줄이 폐점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에 40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발 할인 브랜드 「페이리스슈소스」와 장난감 왕국을 구축했던 ‘토이자라스’는 끝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우리의 기업회생절차와 같은 파산보호신청(챕터11)을 9월들어 연거퍼 신청했다. 이보다 앞서 구제보호를 신청한 「베베」 「BCBG맥스아즈리아」 「아메리칸어패럴」 등은 최근 2~3달 사이에 새 주인을 맞나 온라인 기반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미국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오프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기반 브랜드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패션 브랜드의 몰락이 심각하다.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기반 쇼핑몰과 「와비파커」 「보노보스」 「에버레인」 등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가면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성장 모델에 안주해 온 유통기업과 패션기업들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우리와 쇼핑 환경이 유사한 일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국 백화점 매출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5조9780억엔(약 62조원)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이 피크였던 1991년 총매출 9조7130억엔에 비하면 매출이 약 40% 가까이 줄어든 결과다.

日 작년 백화점 매출 최고치 대비 40% 폭락

백화점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화장품, 보석, 식품 등의 판매 부진에 비해 주력 상품인 의류의 매출 하락이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인 중산층이 SPA나 전문점에서 의류를 구입하면서 지난해 백화점 의류 매출액은 5.8% 감소했다.

지금도 일본 백화점은 리테일 대표주자로 불리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걷잡을 수 없는 매출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패스트패션, 가전제품 양판점, 니토리 같은 가구 전문점을 입점시키는 등 대형 전문점 유치를 통해 수익 활로를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녹록하지만은 않다.

교외에 급증한 대형 쇼핑시설로 인해 지방 백화점 폐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세이부백화점 가스카베점, 아사히카와점, 쓰쿠바점, 소고 가시와점이 문을 닫았고, 지난 3월 미쓰코시 지바점과 미쓰코시 다마센터점도 폐점했다. 과거 일본 백화점들은 비효율 매장이더라도 더 많은 쇼핑객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이제는 폐점이라는 극약 처방을 택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 매출, 지난해 백화점 실적 초과

이에 비해 일본통신판매협회가 발표한 2015년도(2015년 4월 ~ 2016년 3월)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한 6조5100억엔(약 68조원)으로 나타났다. 아마존, 라쿠텐, 조조타운 같은 E커머스가 성장을 견인하고 처음으로 백화점 매출을 초과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놓고 볼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은 ‘과당경쟁’ ‘과잉공급’ 해결이다. 성장기의 성공모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 환경인 만큼 ‘좀비 백화점’ ‘좀비브랜드’부터 우선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 누구도 한국 리테일의 상징인 백화점이 미국과 일본처럼 ‘좀비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불황의 장기화 여파가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온라인과 모바일시장의 성장이 맞물리면서 무소불위의 국내 백화점들 역시 미국과 일본 백화점처럼 하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韓 패션 , BI 키우고 스토리텔링 영역서 승부

“백화점 매출이 하락세를 보인 지는 좀 오래됐다. 그동안은 백화점의 닷컴 매출과 아울렛 매출로 이를 커버해 왔으나 최근 이도 정체를 보이면서 전체 매출 하락세를 피할 길이 없다. 10%를 훌쩍 넘겼던 영업이익률도 2~3%대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근근이 버텨 왔던 매출액 역시 기존점 기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제 국내 백화점들도 미국과 일본 리테일러처럼 생산성과 효율을 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패션유통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렇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유통을 지배하는 빅 3의 경우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체 콘텐츠(소프트웨어)가 없다 보니 출점(하드웨어) 경쟁에 의존해 매출을 쥐어 짜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빅3 유통, 출점 경쟁 벗어나 선순환 사이클을~

패션기업들 역시 다(多)브랜드 전략을 고수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빅 브랜드 키우기에 집중해야 한다. 20~30개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종합패션기업을 지향하는 것이 자랑이었던 개념은 구시대의 산물이 됐다.

어찌 보면 한국 패션기업들이 풀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헤리티지가 담보돼야 하는 하이엔드 명품시장은 M&A로만 풀어낼 수 있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글로벌 경영 역량이 요구된다. 수백 내지 수천억 원의 자금과 시스템이 요구되는 SPA 브랜드의 경우는 최고경영자의 혼과 열정까지 투입돼야 빛을 볼 수 있다.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과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처럼 말이다.

결국 국내 대다수 패션기업이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영역은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 뿐이다.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우리도 인구절벽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 올려야만 한다. 그렇다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좀비몰’과 ‘좀비브랜드’부터 하루속히 정리돼야 하지 않을까?





**패션비즈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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