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피그’ 「키스(kith)」 대표

    백주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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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4.13조회수 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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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스니커 리테일 아이콘

    뉴욕의 소호 거리,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패션 리테일숍 ‘키스(kith)’ 앞에 사람들이 기나긴 줄을 서 있다. 선두권 10명 정도는 이미 전날 밤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 아침이 밝고 점심 즈음이면 줄은 늘어나 코너를 지나서 전체 블록을 빙 둘러 감는다. ‘키스’의 한정판 운동화가 발매되는 날이면 항상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 매장에서는 프리미엄 운동화 외에도 「피어오브갓」 「오프화이트」 「Y-3」 등 현재 인기 있는 디자이너 의류 또한 구매할 수 있다. 이 밖에 자체 의류 라인 「키스」도 판매하는데 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업계의 수많은 유명 브랜드에서 콜래보레이션 러브콜을 받고 뉴욕패션위크에까지 데뷔한 ‘키스’는 셀렉트숍이면서 그 이상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쑥쑥 커 가는 중이다.
    2010년 뉴욕에서 프리미엄 운동화 숍 ‘키스’를 시작한 로니 피그(Ronnie Fieg). 그는 이미 10년 넘게 운동화 리테일 사업에 몸담아 왔고 운동화 디자인을 해 온 베테랑이다. 로니는 출발부터 ‘키스’의 성공을 확신했다.

    13살부터 뉴욕 신발 가게 ‘데이비드지’ 일해
    로니는 매장 인테리어를 어떻게 진행하고, 어떠한 이벤트로 이슈를 만들고, 어떠한 콜래보레이션으로 여럿을 충족하는지 잘 알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강세로 오프라인 숍들이 죽어 간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키스’ 매장은 로컬 고객이나 관광객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으로 언제나 붐빈다. 그리고 이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즐거움으로 넘친다.

    로니는 13살 때부터 뉴욕의 신발 가게 ‘데이비드지(David z)’에서 세일즈를 시작했다. ‘데이비드지’는 1983년 데이비드 자켄(David Zaken)이 창업했으며 현재까지도 잘 운영되고 있는 성공적인 매장이다. 어린 로니는 이 매장에서 12년간 재고 정리, 가게 청소, 세일즈를 하며 25살이 되던 해 ‘데이비드지’의 헤드 바이어 자리에 올랐다.

    ‘데이비드지’는 현재의 ‘키스’와는 조금 다른 계통의 운동화를 판매한다. 「레드윙」이나 「팀버랜드」 같은 부츠 위주에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의 기본 모델만을 팔았다. 희귀 운동화를 사 모으던 로니는 ‘데이비드지’를 바꾸고 싶었다. 헤드 바이어가 된 로니는 ‘데이비드지’에 신선함을 더해 줄 새로운 브랜드들을 물색하고 입점을 계획했다. 그중 하나가 「아식스」였고 당시 「오니츠카타이거」 라인과 레슬링 슈즈는 크게 히트했다.



    재고 정리, 청소 등 13년 만에 헤드 바이어 되다
    판매 결과가 좋자 「아식스」는 로니에게 ‘데이비드지’ 한정 모델 디자인을 제안했다. 어릴 적 구멍이 나도록 신은 「아식스」의 젤라이트 3(「리복」의 펌프 슈즈를 가지고 싶었으나 여의치 못했다)를 채택, 3가지 다른 색상을 디자인해 각각 252쪽씩 총 756켤레를 생산했다. 처음 디자인한 신발의 발매 기념 행사로 뉴욕 최대 어번 컬처 미디어 그룹 ‘콤플렉스(COMPLEX)’와 파티를 열기도 했다. 콤플렉스는 음악 · 예술 · 스포츠 · 패션 등의 뉴스를 전달하는 그룹으로 하이프비스트(Hypebeast)보다 다루는 영역이 더 넓다.

    이 행사로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신발이 소개됐고, 바로 다음 날 로니가 처음 디자인한 신발은 품절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계기로 「아디다스」 「세바고」 등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를 얻었고 로니의 신발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됐다. 이후 현재까지 그는 「아식스」를 포함, 많은 브랜드에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초창기 로니가 디자인해 발매된 모델들은 로니의 이름이 아니라 ‘데이비드지와의 콜래보레이션’이란 이름으로 출시됐다. 그러다 로니의 이름이 업계에 알려지고 많은 팬층이 생겨나면서 로니의 이름으로 신발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신발과 패션 전체의 흐름을 항상 주시했고 무엇이든 남들보다 빠르던 로니는 ‘데이비드지’에 많은 변화를 주고 싶어 했다.

    ‘키스’ 시작! 「아식스」 협업 상품 히트로 유명세
    이미 ‘데이비즈지’는 성공적인 스니커즈 리테일 체인이었고 사장 데이비드는 그 상황에 만족했다. 로니의 아이디어와 시도를 이해하고 높이 샀지만 ‘데이비드지’를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이미 「키스」라는 이름으로 티셔츠를 생산해 판매하던 로니는 ‘데이비드지’를 떠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100% 펼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키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2010년 당시 로니는 이미 거대 회사 몇 군데로부터 제안도 받았다. 또 소호에 위치한 패션 리테일숍 ‘아트리움(ATRIUM)’의 오너 샘에게 아트리움 내의 공간을 사용해 스니커 섹션을 오픈하기를 권유받았다. 로니가 이를 승낙해 이 둘의 파트너십이 시작됐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아트리움과 로니의 만남은 시작부터 화제성이 충분했다. 한 건물 내에서 반쪽은 ‘아트리움’, 중간의 통로를 지나 ‘키스’로 이어지는 구조 또한 흥미로웠다. 「아디다스」 「퓨마」 「뉴발란스」 「클락스」 「레드윙」 등 업계 대표 브랜드들의 프리미엄 라인 어카운트를 확보하고(「푸마크림」 「아디다스컨소시엄」 등) 뉴욕에서 트렌디한 스니커즈의 구입처로 빠르게 등극했다.

    시리얼 바 ‘키스트리츠’ 등 화끈한 리노베이션
    2014년 10월 ‘키스’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아트리움’은 판매가 중단되고, 건물 내 모든 공간을 이용한 확장 공사였다. 디자인은 브루클린에 소재한 건축 에이전시 스나키텍처가 맡았다. 아티스트 대니얼 아르샴이 운영 중이며 그는 설치미술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키스’가 새로 오픈한, 신발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숍은 인테리어 자체만으로도 큰 이슈가 됐다. 더욱 밝아진 조명, 하얀색 타일의 내부는 럭셔리함을 더했다. 천장에는 새하얀 「나이키」 신발들이 수백 켤레 걸려 있고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 한편에는 시리얼 바 ‘키스트리츠’가 있다.

    지난해 8월 ‘키스’는 또 한 번 현재 스니커 리테일계의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나이키」와의 협력으로 ‘키스’ 매장 안에 「나이키」 스포츠웨어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미 「나이키」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하나의 「나이키」 매장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 팝업 스토어 형태로 진행됐다.



    「나이키」 인 스토어 팝업 등 잇 플레이스로
    「나이키」의 대표 모델 에어포스1의 밑창 형태로 디자인된 의자도 설치됐다. 또한 「나이키」와 「키스」의 로고를 합친 티셔츠와 「키스」 한정 「나이키」 운동화들이 출시됐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의 기호에 맞게 소재와 색을 디자인하는 커스텀 스테이션을 설치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나이키」의 ID 서비스(대표 모델의 컬러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해 주는 서비스)를 매장에서 제공한다. 원하는 그래픽을 고객이 고르고 현장에서 프린팅해 주는 식이다.

    2012년부터 ‘키스’는 「키스」 브랜드로 자체 의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애슬레저(Athletic + leisure의 합성어 athlesiure)의 감성으로 편안한 후드티, 스웻 팬츠, 티셔츠를 생산했다. 그레이 톤의 안정된 색상에 때로는 컬러풀한 제품도 더해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맞췄고, 데님 제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갔다.

    레이어를 통한 스타일링, 고급 소재로 만든 옷,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엔드의 경계를 부수며 ‘럭스 애슬레저(luxe athleisure, 고급 스포츠)’라는 호칭을 얻고 점점 팬층이 두터워졌다. 그중 ‘KITH’라는 철자가 대문짝만 하게 적힌 로고 티셔츠는 불티나게 판매된다.

    럭스 애슬레저 콘셉트 자체 브랜드 「키스」 출시
    여성복으로의 확장도 흥미롭다. 실제 남성복을 사는 여성 고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후디나 티셔츠 같은 것은 박시한 핏이 좋아서 일부러 남자용을 산다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선물이 아니라 자신이 입기 위해 「키스」 남성복의 작은 사이즈들을 구매하는 여성 고객이 많다는 것을 느낀 즉시 로니는 여성복을 해야 한다고 결심하고 이를 추진했다.

    어머니와 누나의 조언과 부추김도 있었다고 한다. 「키스」 여성복은 남성복 라인의 기본 콘셉트인 애슬레저에 맞게 스포티하며 스트리트웨어와 스포츠웨어의 경계를 넘나들고 고급 소재로 고급감을 더한다. 하지만 단순히 남성복의 실루엣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필요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연구한다.

    또한 최근에는 콤플렉스 미디어 출신의 스트리트 패션 아이콘 에밀리 오버그를 여성복 디렉터로 영입해 더욱 힘을 실었다. 「키스」의 여성복 단독매장까지 오픈했다. 2012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후 「키스」는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뉴욕패션위크에 데뷔했다.



    남성복 · 여성복 이어 뉴욕패션위크 데뷔
    패션쇼를 한다는 것은 다소 스트리트웨어의 감성만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패션 하우스로 나아가기 위한 이유다. 「키스」는 평범한 런웨이 쇼를 하지 않았다. ‘키스 랜드(Kith Land)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뉴욕 출신의 래퍼 패볼러스(Fabolous), 메이스(Ma$e), 더록스(The Lox)를 섭외해 그들의 공연과 함께 음악을 곁들인 콘서트 느낌을 가미했다.

    이번 ‘키스 랜드 컬렉션’은 패션 셀러브리티 유진 통(Eugene Tong)이 스타일링을 맡았고 90여개의 룩과 「베이프」 「오프화이트」 「아식스」 「에임레옹도르(aime leon dore)」 「아디다스」, 버그도프굿맨백화점 등과의 협업 상품들도 포함돼 있다. 「키스」의 시그니처 애슬레저 룩을 기본으로 편안함을 강조하되 세련된 조거 팬츠, 후드, 보머 재킷, 게다가 인조털 코트 등 다양한 범위의 룩을 선보였다.

    「키드셋(KIDSET)」이라는 이름의 아동복 컬렉션도 내놓았다. 「키스」의 인기 있는 대표 모델인 아스토어 ma-1 보머 재킷, 블리커 스웻 팬츠, 박스 로고 티셔츠 등을 아동 사이즈로 출시했다. 이후 미국 인기 텔레비전 아동 만화 러그래츠의 캐릭터들을 그래픽화한 티셔츠, 후드 티셔츠를 출시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래퍼 패볼러스 공연 곁들인 ‘키스 랜드 컬렉션’
    커피와 의류의 조합은 더 이상 레어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 콘셉트의 숍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패션 매장 안의 아이스크림 · 시리얼 가게는 흔치 않을 듯. 「키스」의 브루클린 매장도 리노베이션을 거쳤는데 그때 ‘키스트리츠(kith treats)’라는 시리얼 바를 처음 시작했다. 아이스크림과 시리얼 23종에 25가지 토핑이 제공되며 「오프화이트」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퍼블릭스쿨」의 맥스웰 오스본, 셰프 출신 래퍼인 액션 브론슨 등이 제안한 스페셜 메뉴도 있다.

    ‘키스트리츠’ 후에 소호, 마이애미 매장에서도 영업을 시작했다. 운동화로 뒤덮인 천장 데코와 진열된 옷, 신발은 소비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가격은 1만원대 이하로 저렴한 편이고 「나이키」와 「키스」가 같이 디자인한 신발 박스 같은 포장지에 담겨 나온다. 그 밖에 컵 패키지 병도 「키스」의 로고가 그려져 있고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특히 관광객이 붐비는 소호에서 ‘키스트리츠’는 이제 명소가 돼 가는 중이다.

    지난 한 해 로니는 정말 바쁘게 보냈다. 패션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키스’의 소식을 전하느라 바빴다. 콜로라도 주의 도시 아스펜과 플로리다에도 각각 새 매장을 오픈했다. 로니 개인으로서 수많은 유명 클라이언트와도 꾸준히 신발 디자인을 했고, 의류 라인 「키스」는 패션쇼에 데뷔했다.



    「아디다스」 · 코카콜라 등 업계 빅 네임들과 협업
    「키스」는 또한 업계의 수많은 빅 네임과 협업했다. 「푸마」 「아디다스」 「콜롬비아」 「베이프」 「오프화이트」 「피어오브갓」, 콜레트, 하이네켄, 코카콜라, 뉴욕 양키스 등 이 밖에도 더 많은 유명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출시했다.

    이런 콜래보 제품들은 연이은 품절 행진과 함께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에서의 위치를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이제는 디자이너보다 사업가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로니. 그는 올해에도 새로운 지역에 「키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각종 협업, 매장 내부 인테리어, 특별 이벤트와 고객 서비스, 매장 내의 시리얼 바 등 손님이 「키스」에 발을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온라인이 아닌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고 싶게 한다는 것이 「키스」의 확실한 매력이다. “지금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내놓아야 한다”며 로니는 자신은 언제나 8개월 앞을 내다보며 일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예쁜 신발을 하나 더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키스」로서 리테일계 최정상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로니 피그(Ronnie Fieg)
    「키스」의 창립자 겸 CEO


    · ?1995년 데이비드지 재고정리, 세일즈 스태프 시작
    · ?2006년 데이비드지 어시스턴트 바이어
    · ?2007년 데이비드지 바이어 / 「아식스」 젤 라이트3 모델 디자인 첫 참여
    · ?2011년 11월 아트리움(ATRIUM)과 함께 「키스」를 시작
    · ?2012년 「키스」 의류 론칭
    · ?2014년 10월 맨해튼 소호 매장 리노베이션 및 확장
    · ?2015년 8월 브루클린 지점 리노베이션 / ‘키스트리츠(kith treats)’ 시작
    · ?2015년 12월 「키스」 우먼 매장 오픈
    · ?2016년 7월 「키스」 맨해튼지점 「나이키」 팝업숍 오픈
    9월 「키스」의 첫 패션쇼 데뷔 키스 랜드(kith land)


    **패션비즈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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