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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의 명품 탄생을 기대하며
K패션의 명품 탄생을 기대하며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Wednesday, Mar. 1, 2017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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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名品)의 정의는 무엇일까? 명품에 대한 규정과 시선은 국가, 시대, 문화별로 차이가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은 곧 고가의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는 명품을 단순히 돈으로 환산되는 효용 가치가 아니라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이나 무형의 가치를 공유하는 개념에 의미를 둔다. 최근 우리 소비자들에게도 명품이 이러한 의미, 단어 그대로의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세계적으로 명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로 그 문화권에서 ‘독특한 기술 혹은 장인정신(Craftsmanship)’이 내재해 있다. 명품의 반열에 오른 브랜드들은 고유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고 그 시작은 대부분 각 분야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숙련된 장인들이 모여 만든 것으로 출발했다.
둘째로, 긴 역사 속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유산(Heritage)’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연혁이 오래됐다고 해서 명품이 될 수는 없다. 시대가 변해도 살아 있는 가치를 지녀야 한다. 패션 유행은 돌고 돌지만, 명품 브랜드의 차별화된 유산은 변하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이뤄 낸 유산은 고유한 상징으로서 힘을 발휘한다.
셋째로,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가 있다. 요즘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확고해진 브랜드 정체성이 없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스토리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대를 이어 물려받은 아버지의 시계, 그 시계를 아들이 착용한다면 예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한 아버지의 좋은 시절, 행복했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계를 매개로 아버지와 아들은 유대관계를 이어 갈 수 있는 스토리를 공유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테크닉이라 할 수 있는 ‘텔링’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이다. 흔히 업계에서 ‘스토리텔링’을 마케팅 전략의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사용하는데 본질은 명확한 정체성에서 나온 ‘스토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은 트렌드를 이끌어 내는 ‘디자인(Good Design)’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소재나 디테일은 강화했겠지만, 핵심이 되는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이어 간다. 일관되고 차별화된 디자인은 시대가 변해도 유행을 이끌어 가는 힘을 가진다.
이렇게 명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 브랜드들은 단순히 기능적 우수성이나 보이는 것만이 아닌,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밖에 없는 제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명품의 조건은 고가의 브랜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휠라」가 1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비롯된 이탈리아 고유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다시 소비자에게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체험하며 다시 한 번 이 요건들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많은 상품, 브랜드에 둘러싸인 생활을 영위한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명품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치 있는 브랜드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체계적 전략을 통해 국가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나아가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더 많은 우리 명품의 탄생과 발전을 갈망해 본다.■
profile
·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졸업
· 美 뉴욕주립대 FIT 졸업(Fashion Buying & Merchandising)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졸업(패션마케팅 전공)
·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무(콜롬보코리아 대표이사 및 개미플러스 대표이사 겸임)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 대학원(패션마케팅) 객원 교수
· 現 휠라코리아 대표이사
**패션비즈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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