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탄 「자라」3000억 ‘눈앞’

    su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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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6.01조회수 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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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의 호황기는 끝났다? 최근 2년 동안 소비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패스트패션에 질리고 매출 상승세 역시 둔화하면서 승승장구하던 SPA도 끝이 보인다는 평이 오갔다. 무엇보다 자라리테일코리아(사장 이봉진)에서 전개하는 글로벌 SPA 「자라」의 2014년도 실적이 이를 입증하는 듯했다. 결산 결과 국내 론칭 8년 만에 처음으로 7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단 하나의 매장도 새로 오픈하지 않고 이 같은 결과를 내자 SPA시장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든 단적인 예를 보여 주는 듯했다.

    그렇지만 올해 보여 준 2015년 결산 자료는 이런 판단을 무색하게 했다. 1월 말 결산 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동안 매출은 2900억원으로 마감해 3000억원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절대적인 매출일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43개라는 동일한 매장 수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궈 낸 실적이라 무엇보다 점당 효율이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4년도의 매출 성장률은 5%로 지난 2008년 국내 첫 상륙 이후 10% 이상 고속 상승을 하던 흐름이 둔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특히 대다수 패션 브랜드가 매출 부진, 실적 부진으로 깊은 시름에 잠긴 지난해에 전년대비 22% 성장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보여 줬다. 「자라」의 백화점 매장에서는 무려 30%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까지 이뤄졌다.

    3년간 43개 매장 수 동일, 주춤하던 상승세 20%대로
    매출은 큰 폭으로 올랐으나 영업이익률은 3%대인 80억원, 당기순이익은 매출의 1%에 못 미치는 20억원대로 실질적인 이익은 주춤했다. 이는 롯데월드몰 잠실점, 명동 눈스퀘어, 코엑스점 등 대형 매장의 신규 오픈 및 리뉴얼로 큰 투자금액이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롯데몰 잠실점의 경우 대대적인 투자를 했으나 메르스 사태와 안전점검 등 외부의 문제로 목표 매출의 절반 정도를 기록하며 절망적인 숫자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며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가를 평균 15% 정도 낮춘 것으로 예측되기에 매출 성장세가 더욱 놀랍다. 결국 절대적인 판매량이 늘고 게다가 재고회전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정상가 판매율이 크게 개선됐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가 가능한 것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그중 한 예로 올해 「자라스포츠」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적인 스포츠 열풍에 힘입어 2016 S/S에 처음으로 「자라스포츠」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잠실 롯데월드몰 매장과 온라인에서만 판매되지만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레인지의 스포츠 아웃 핏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 빠르게 반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로벌의 발 빠른 디자인력과 국내 맞춤 코디 제안
    여타의 SPA와는 다르게 「자라」는 품질과 디자인이 가격 대비 우수하다는 소비자들의 평이 많다. 오죽하면 「자라」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할 정도다. 백화점과 쇼핑몰을 한 바퀴 다 돌아도 지갑을 여는 곳은 결국 한 곳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상품을 트렌드에 맞게 공급하고 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수준이 높아진 것도 확실하다.

    이런 글로벌 감각의 다양한 디자인이 바로 국내 토종 SPA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글로벌 상품이 일군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자라리테일코리아에서 동일한 상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맞게 제안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자라」가 보여 주는 상품은 동일하다. 전체적인 VMD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행어에 걸리는 옷은 그렇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우리에게 맞는 코디를 제안하고 있다. 사실 「자라」의 경우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상품을 제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지식한 국내에는 맞지 않는 노출이 심한 옷이 많다. 이런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상품들을 함께 코디하는 방식으로 제안해 모든 옷에 시너지 효과를 준다. 특히 싫증을 잘 내고 꼼꼼한 이들에게 맞춰 상품도 매일 행어를 바꿔 새롭게 제안하는 편이다.



    정해진 기간 세일, 온 · 오프 동일 가격으로 신뢰도 ↑
    또 하나의 원인은 주 2회 신상품을 제공하는 패스트패션의 정석을 시스템적으로 가장 잘 구현하는 브랜드 라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들은 당장 정상가로 구매하지 않으면 원하는 상품을 구할 수 없다는 경험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는 다르게 빠른 구매 결정을 하는 것이다. 며칠 뒤에 세일을 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일관된 가격 정책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경기를 이유로 지난해 패션 브랜드들이 한 해에 180일 정도를 세일 기간으로 보냈다면 「자라」를 비롯한 인디텍스 브랜드들은 시즌오프 기간(연 2회, 1회당 1달~1달 반가량)만을 세일 기간으로 잡아 재고를 소진한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동일한 가격정책도 가격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온라인 몰의 경우 별도 법인을 통해 전개되기 때문에 앞의 매출은 온라인 매출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출이 상승했다는 것은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의 매출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러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자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확보했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어렵다, 힘들다’고 하는 동안 「자라」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올해 1/4분기 실적은 전 점포 30% 성장세로 더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본력 덕분이다, 글로벌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는 비판적 눈길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이들이 잘하는 이유를 냉철하게 분석해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한국 패션시장의 선순환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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