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식 ㅣIDJ 대표

    dhlrh
    |
    16.02.01조회수 11763
    Copy Link



    야말로 사면초가. 진퇴양난이다. 국가 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지 한참이다. 가계 소비에서 의류소비의 비중이 6% 대에서 정체된 것이 이미 15년에 이른다. 가계소비 자체가 성장하지 않는 이상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의 성장이 아니라 축소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도 심하다. 직구족이 늘어나면서 수입사업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괜찮은 기회가 존재한다고 믿는 브랜드 그룹과 반면 어려움을 무릅쓰고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브랜드 그룹이 있다. 후자의 경우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선언하고 중국에서 큰 사업을 일구어 낸 이랜드와 베이직하우스가 꿈을 선사하고 있다.

    또 중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영파워, 스타일난다가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흐름 속에서 과연 해외 시장 진출은 옵션일가 필수일까. 글로벌 전략은 기본적으로 성장전략이다. 성장을 원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충분한 상품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미 갖추고 있다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가까운 미래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상품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는 인터넷과 SNS의 세상에서 상품의 ‘절대가치’가 브랜드의 유명세보다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최근의 LG전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품력만 확보한다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마케팅을 해주는 시대다.

    따라서 해외시장 진출이 옵션인가 필수인가는 틀린 고민이다. 상품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솔직해 지자. 브랜드 정체성, 소재, 패턴, 봉제, 디자인 디테일 그리고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전세계 어디를 가던 통할 수 있는 상품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만한 한국의 패션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스통」 「로우로우」 등 해외 시장 어디에서도 통할만 한 상품력을 보유한 브랜드들이 꽤 있다. 다만 이러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자본과 만나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방식이 필요하다. 자본과 창의력의 만남. 브랜드의 콘트롤을 확보해야 하는 자본이 아니라 역량 있는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북돋아주는 자본.
    이탈리아에서 만났던 한 디자이너는 45%의 지분을 주는 조건으로 LVMH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높은 상품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소수 지분도 마다하지 않는 패션업계 세계 1위의 자세.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논하기 전에 상품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한국의 패션 기업들에게 요구되는 의식의 전환이다.■



    profile
    · 1990년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 1996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생물화학공학 박사
    · 2000년 예일대학교 MBA

    · 2000~2005년 보스톤컨설팅그룹 서울 / 파리 사무소 이사
    · 2005~2013년 아비스타 해외사업 담당 :
    중국, 미국, 이탈리아 홀세일 & 리테일 사업
    · 2013년~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사업전략 및 실무 컨설팅
    (콘텐츠진흥원 지원, 서울시 지원 디자이너 브랜드)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 News

    • 외고
    News Image
    박미정ㅣ크리에이티브국제미협 이사장
    퍼스널 라이프 시대, A세대 주목
    22.09.16
    조회수 3234
    News Image
    이건만ㅣ홍대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메타버스 시대, 패션 산업 변화는?
    21.11.15
    조회수 4868
    News Image
    조미호 화제인 대표
    18.03.01
    조회수 9537
    News Image
    이주하 다비드엠 대표
    18.02.01
    조회수 9359
    More News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