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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만난 패션 성공할까?

Tuesday, Nov. 4, 2014 |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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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펀드, 약일까 독일까? 패션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대기업의 패션업 참여가 늘면서 패션의 가치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유입이 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시장의 부상 등 해외진출과 관련한 투자 유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류의 부상과 함께 국내 패션기업에 투자를 희망하는 해외 펀드의 관심도 급증하는 추세. 투자처로서의 주목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직 너무 초라하다. 성공이라 말하기도 이르다. 사모펀드의 유입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결과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 사모펀드의 경우 오히려 기업을 망가트리고 부도로 이어지게 하는 사례가 왕왕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데코네티션은 사모펀드로 회사가 넘어간 최근 사례. 고용 승계를 약속했지만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세 번에 걸쳐 대대적인 임직원 정리해고 작업이 이뤄졌고, 이는 안경천 전무의 주도로 진행됐다. 이후 정인견 대표이사가 선임됐고 조직 변화와 함께 데코앤이(DECO&E)로 사명이 변경됐다.

성공한 예 없고 오히려 기업 망가뜨리는 경우도

데코앤이는 이제 사모펀드와 엔터테인먼트 출신의 경영인들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모양새다. 변경된 사명 데코앤이는 데코네티션과 엔터테인먼트의 이니셜을 결합한 것으로 패션 브랜드와 한류 드라마, K팝 등 엔터테인먼트를 결합, 중국 시장 등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패션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과연 패션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있다.

과거 사모펀드로 M&A된 기업 중 성공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쌈지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수년간 적자를 보던 쌈지가 유동성 악화로 사모펀드를 유입, 급하게 자금을 투입했지만 또다시 운영자금이 필요하게 됐다. 2차 자금조달과 유상증자를 시도한 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국민기업 쌈지는 결국 부도로 사라졌다. 2009년의 일이다.

톰보이도 한때 사모펀드로 매각돼 거의 사라질 뻔한 위기에 처했던 대표적 기업이다. 30년 넘는 기업 역사를 자랑하던 톰보이 역시 외형 위주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끝내 부도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의 유입으로 투자자들이 회사 경영을 맡으면서 내부자 거래 문제, 기존 인력과 새 경영진의 갈등 등으로 회사는 큰 혼란에 휘말렸다.

회사 재건 앞세우지만 알고 보면 ‘치고 빠지기’?

모브랜드인 「톰보이」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이리저리 양도된 상표권으로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리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극적으로 인수되면서 사라질 뻔했던 위기의 「톰보이」는 브랜드 재건에 성공했다. 현재 별도법인 신세계톰보이(대표 조병하)가 전개한다.

이보다 앞서 국내의 대표적 출산 유아 브랜드이던 「베비라」는 사모펀드에 의해 주인이 바뀌고 이후 다시 티비케이전자, 비엠에이코리아, 프리네트웍스로 사주가 수차례 바뀌면서 결국 비운을 맞았다. 결국 2009년 부도를 냈다.

국내의 대표적인 구두 전문기업 에스콰이아도 지난 2009년 이범 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90%를 아시아계 사모펀드 회사 H&Q 아시아퍼시픽코리아에 양도했다. 이후 사명을 EFC로 바꿔 현재에 이르지만 수차례의 경영진 교체와 함께 작년에는 노사분규를 겪고 워크아웃 위기에까지 이르는 등 결과는 신통치 않다. 재매각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겉으로는 사모펀드, 실제로는 뒤에 숨은 실세도

지엔코의 경우 지난 2007년 WGF코리아가 최대주주가 된 이후 4년 동안 2번 M&A를 겪고 4명의 전문경영인이 교체되는 복잡다단한 길을 걸어 왔다. 2008년 4월 최대주주가 미국계 WGF코리아에서 큐로컴(대표 조중기 www.curocom.com)으로 바뀌었다. 큐로컴은 한국의 뱅크솔루션 기업으로 코스닥 등록 기업이다. 이후 지엔코(대표 김석주)는 영업이익이 늘고 브랜드 투자도 확대하는 등 나름 견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재매각설이 흘러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모펀드의 패션기업 M&A 사례는 역시 네파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회사인 MBK파트너스(대표 김병주)가 네파(당시 대표 김형섭)의 경영권 지분 총 89%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조원(9970억원)에 인수함으로써 패션 역사상 가장 쇼킹한 빅딜 사례를 남겼다.

이 빅뉴스는 당시 패션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파격적인 빅딜 금액 때문이다. 수년간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긴 했으나 1조에 달하는 M&A 가격은 전무후무한 일. 네파는 모체인 평안엘엔씨(대표 김형섭)의 아웃도어 사업부로 전개되다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으며 얼마 전 리바이스와 제일모직 출신의 박창근씨를 새 대표로 맞이해 재건 작업이 한창이다.

장기적 기관 투자보다는 숏 텀 ‘뻥튀기’ 식 많아

네파의 경우 오너는 행복했지만, 너무 큰 매각 금액이 오가다 보니 이 기업을 매입한 사모펀드 측에서 이후의 엑싯 플랜(Exitplan, 출구전략)으로 무리한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함께 인력의 재배치나 조직개편, 혁신 작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네파의 상황은 좀더 지켜봐야 성패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런 문제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과연 사모펀드라는 것이 기업을 망가뜨리거나 부도로 이르게 하는 주범일까. 그것은 절대 아니다. 원래 사모펀드는 투자회사에서 여러 사람의 개인 돈을 모아 그들을 대신해서 가치가 있는 곳에 투자하고 실적을 내 투자자가 수익을 가져가게 하는 성격의 펀드다.

사모펀드의 성격은 기간에 따라, 투자자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다. 오랜 기간 회사를 함께 키워 이익을 셰어하는 장기(롱 텀) 기관 투자도 있지만 2~3년의 단기적(숏 텀) 투자도 많다. 장기 투자의 경우 투자사는 자신의 우량한 커넥션 등을 이용해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혹은 투자금)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이후 그 지분을 팔아서 이익을 챙기며, 그 회사는 회사대로 더 잘 성장하게 하는 것이 펀드의 기본 생리다.

자금 유입 후 무리한 엑싯 플랜으로 경영악화도

이런 면에서 베이직하우스(대표 우종완)나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 성주그룹(회장 김성주)처럼 제3 세력의 자금 유입으로 사업이 더 성장하고 글로벌 확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도 있다. 이는 사모펀드를 잘 활용한 예다. 패션시장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패션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패션산업 내에 이러한 금융자본 유입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패션기업에 투자되는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숏 텀인 경우가 많다. 투자해서 몇년 안에 ‘확’ 키우고 엑싯(Exit)하는 ‘치고 빠지기’ ‘단물 빼기’ 식이 많다. 때문에 이들의 사업계획은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이러한 사업계획의 중심이 비전문가들이고, 이 과정에서 시간과 가치가 중시돼야 하는 패션의 속성은 철저하게 외면당하곤 한다.

투자를 받는 패션기업 측의 돈과 관련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실패 요인이다. 한 전문가는 “좋은 기업에는 좋은 돈이 모이지만 나쁘거나 수준이 낮은 기업에는 나쁘고 수준 낮은 돈이 모이기 마련”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투자를 받는 쪽이 구체적으로 투자를 받는 것에 대한 학습과 준비 없이 피상적인 이유로 사모펀드에 쉽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투자에 대한 명쾌한 플랜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

준비 안 돼 있고 수준 낮은 기업엔 나쁜 투자금?

부채를 덜겠다는 의도 혹은 국내가 안 좋으니 중국으로 진출하겠다, 중국으로 지분을 넘기면서 한국의 부채도 좀 해결하겠다… 등의 의도로 사모펀드에 접근한다면 좋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패션기업들의 투명성 문제도 큰 걸림돌이다. 투자사들은 산업과 기업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장점과 성과, 리스크 부담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향후 해외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보고 투자한다. 그러므로 회사가 불건전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산업이 아무리 커도 좋은 돈이 흘러들어 갈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량한 해외 펀드들은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을 시쳇말로 간만 보다가 만다. 지금 해외 투자사들이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할 이유라면 중국을 대전제로 M&A 혹은 투자를 하거나 조인트벤처를 하는 것일 텐데, 접촉하다 보면 대화가 어렵고 투명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나 도이치뱅크, UBS 같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국내 기업에 잘 투자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모펀드에서 바라보는 패션 비즈니스의 ‘가치’에도 문제가 있다. ‘돈’의 논리가 기업의 본질인 사모펀드에는 당장의 이익 관리가 우선시된다. 따라서 잠재적 가치나 미래의 자산, 역사성 따위(?)의 무형적 가치보다는 현재의 산술적 가치를 훨씬 우위에 두는 시각이 있다. 이런 논리와 시각으로는 패션사업의 본질적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장사꾼 마인드, 소중한 한국 패션 자산 사라진다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은 그동안 패션시장에 유입된 사모펀드가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한 ‘머니게임’에 그치거나 ‘투기’ 혹은 ‘거품’이었던 사례가 빈번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성공한 투자나 M&A의 효과는 단기가 아니라 5~10년 후 나타남에도 대부분 단타를 노린다.

‘얼마를 투자해서 당장 얼마를 벌 수 있느냐’라는 잣대만을 놓고 본다면 패션사업은 매우 어렵고 별 볼 일 없는 사업이다. 특히 여성복은 더더욱 그렇다. 현재의 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적, 산업적 자산도 지켜내야 하는 현 시장 상황을 놓고 본다면 잘못된 사모펀드의 유입은 겉으로는 달콤해 보이지만 한국 패션의 소중한 자산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가 있다.

이런 면에서 유입된 금융자본이 ‘단타성의 치고 빠지기’가 아닌 패션시장의 ‘활성화’와 마켓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글로벌 확장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단순히 돈 놓고 돈 먹는 머니게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파워를 키워 한국 패션이 세계시장에서 획을 그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런 사례가 나올 때 우리는 비로소 성공한 사모펀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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