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XXX」를 미워해~?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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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16조회수 8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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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라코리아(대표 이봉진)의 「자라」는 요즘 국내 대형 유통이면 어디에서나 유치하고 싶어하는 1순위 브랜드이다. 대형 쇼핑몰에서 「자라」는 매장을 번듯하게 잡아주는 것은 물론 집객과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라」는 여타 SPA 브랜드들에게는 상징적인 존재여서 이를 기점으로 MD가 구성되고 국내 브랜드들에게도 유통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국내 진입 초기에 백화점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대형 쇼핑몰이 늘어난 지금 중심은 복합쇼핑몰로 이동하는 추세다.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가장 처음 MD를 구성할 때, 대부분의 유통 MD진행자들은 아주 초기부터 「자라」에게 “원하는 위치를 먼저 찍으라”고 제안한다. 「자라」가 자리를 고를(?) 비슷한 시점에 뒤를이어 「H&M」과 「유니클로」에도 희망 위치를 잡으라고 권한다(이들 글로벌 빅 브랜드들은 매장 오픈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매우 길고 치밀하다). 이렇게 대형 SPA 대표 브랜드들이 자리를 어느정도 확정하게되면 이어 국내 SPA형 브랜드들에게 다음 차례가 돌아간다.

    복합쇼핑몰이나 대형 유통점이 늘어나게되면서 이런 수순을 밟는 것이 대부분. 이때 자라코리아측에서 유통측에 특별하고도 강력하게 주문하는 한가지 필수조건이 있다고 한다. “「XXX」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우리는 입점이 어렵다”라는 것. 이유인즉슨 한국형 SPA브랜드인 「XXX」의 경우 너무 노골적으로 「자라」를 카피한다는 것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이자 이미 글로벌 기업인 그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이 「XXX」의 디자이너들은 매장 직원들 누가 봐도 낌새를 알아채고 얼굴을 외울 정도로 여러명이 당당하게 매장에 ‘떠서’ 시장조사의 명목으로 장시간 머무르며 매장을 샅샅이 뒤진다고 한다. 이때 아주 디테일한 조사를 해가는데 상품은 기본이고 코디방법, 인테리어, 매장 연출 등에 이르는 디자인과 매장 매뉴얼을 통째로 카피하기 일쑤라는 것. 때문에 「자라」를 유치하고 싶어하는 국내 유통관계자들은 자라코리아측으로부터 이러한 요구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물론 '시장조사'는 어느 브랜드든 늘 하는 일이고 소비자의 흐름을 캐치하는 중요한 상품기획 과정이다. 또한 국내 디자이너나 패션 관계자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자라」도 명품 브랜드와 컬렉션을 카피하는 브랜드인 주제에 무슨 카피 운운하느냐”라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남의 상품을 그대~로 카피하는 것이, 카피한 것을 다시 Re카피하는 것이라 해서 과연 면죄부가 주어질까.

    「자라」는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해 이 시대 전세계 패션 인더스트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마켓을 만들어낸 선도자임이 분명하다. 미우나 고우나 많은 패션 기업들과 브랜드,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십수년전부터 이미 한국 디자이너, 패션피플들은 「자라」의 VIP고객이었다. 당신도 유럽 출장 갈 때마다 아무리 바쁜 일정 중이라도 파리 오페라(오스만 거리)의 「자라」 매장을 'must go' 장소로 방문했고 가방 한가득 한시즌 입을 「자라」 옷을 꽉꽉 사재기 해오지 않았던가.

    그런 「자라」가 이젠 바로 옆에서 국내 패션 기업과 브랜드들에게는 큰 도전을 준다. 국내 패션 기업들은 그로인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위기는 소비자를 통째로 빼앗기는 것이고(당신이 십수년전 파리 매장에서 사재기했듯이) 기회는 그로인해 우리 체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향후 100년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로. 하지만 그 도전은 우리를 성장케 하는 것이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것이지 카피의 대상이 단순히 해외 컬렉션에서 「자라」로 옮겨간 것이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지않을까?

    「자라」를 짜증나게 하는 이 브랜드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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