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랩, 웹 패션 전문 기업으로 ‘우뚝’

    sky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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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0.21조회수 1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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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이 쇼핑의 미래를 바꾼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미래를 현실로 ‘현재 진행형’으로 일구는 기업이 있다. 바로 웹 쇼핑 채널 ‘무신사’로 유명한 그랩(대표 조만호 www.musinsa.com)이 주인공이다. 2001년 ‘슈즈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가진 당시 프리챌 커뮤니티 ‘무신사’로 출발한 별칭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오늘날 1020세대의 아이콘이자 다가올 쇼핑의 미래를 바꿀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당시만 해도 수익 모델 없는 순수한 웹진 & 커뮤니티로 운영되던 무신사는 2012년 그랩으로 법인 전환하고 온라인 ‘무신사스토어’로 B2C 비즈니스를 전개한다. 또한 대기업부터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 SNS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B2B 비즈니스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이 B2B 비즈니스 모델은 그 동안 쌓아온 커뮤니티 방식을 ‘무신사 웹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그랩은 지난해 ‘무신사스토어’에서 35억원, 마케팅으로 20억을 달성했고 올해 두 가지 비즈니스를 통해 150억원 매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그랩이 전개하는 ‘무신사스토어’는 이제 오프라인으로 나올 법도 한데, 이 기업은 온라인만 고집한다. 조만호 대표는 “앞으로 수요와 공급을 이끌 지금의 10~20대 그리고 30대가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기 때문에 다가올 패션 산업의 메이저 플레이스는 바로 온라인”이라고 확신했다. 소비자 삶의 패턴뿐만 아니라 편의 차원에서도 온라인 환경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무신사’에는 40만명의 회원이 등록됐고, 일 방문자가 3만5000명이다(‘무신사스토어’ 회원 성별&연령별 참조 현황).


    ‘무신사’ 40만 회원, 일평균 3만5000명 방문





    이 스토어에 입점한 브랜드 수만 750여개이고, 상품 스타일 수만 3만 가지다. 매일 100~200가지 스타일의 상품이 업데이트 된다. “일평균 3만명 넘는 회원들이 한꺼번에 모여 쇼핑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3만 가지 스타일을 오프라인에서 보여주려면 도대체 얼마큼 면적이 필요할까? 사고 싶은 패션 아이템에 대한 사람들의 평도 듣고 착용 이미지도 보고,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 같은 오프라인 회의에서 출발한 사업 모델이 지금의 그랩을 만들고 있다.

    ‘무신사스토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마니아에서 대중으로 소비자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콘텐츠는 바로 ‘거리패션’이었다. ‘거리패션’은 강남구 신사동, 마포구 홍대, 성북구 혜화동 등을 비롯해 서울패션위크 등 패션 이슈가 있는 핫플레이스를 다니며 옷을 멋지게 입은 사람들을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놓은 카테고리다. 사진을 보며 회원들이 투표도 하고 댓글도 달며 소비자들의 스타일 수준과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한 단계 끌어올린 툴로 꼽힌다.


    ‘거리패션’이어 매출 연계한 ‘숍 스텝’ 제안

    이제 너도 나도 모두 하는 ‘거리패션’에 식상함을 느낀 그랩은 또 다른 차별화 방식을 내세웠다. 바로 ‘숍 스텝’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숍 스텝’ 사진은 기존 ‘거리패션’보다 진화된 콘텐츠 제안 방식이다. 매출과 연계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콘텐츠는 고객들과 공유하고 정보 제공하는 1차원적인 역할을 넘어 매출을 만드는 제조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조 대표의 지론이다.

    조 대표는 “내가 중고등학교 때 옷 가게 형, 누나들이 제일 멋있었다. 각 숍의 매니저들 마다 팬이 있을 정도로 나도, 친구들도 매니저들이 ‘옷 잘 입기’의 우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잘 이해하고 제품 해석 능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은 디자이너와 숍 스텝들이다. A라는 브랜드의 스텝은 A브랜드의 옷을 믹스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A 브랜드와 어울리는 다양한 브랜드의 슈즈, 가방, 액세서리, 소품 등을 멋지게 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무신사스토어’에서는 입점 브랜드들의 숍 스텝들을 소개하는 ‘STAFF SNAP’ 카테고리를 통해 숍 스텝들은 뛰어난 연출력과 스타일링을 담은 이미지를 노출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착용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숍 스텝’을 통해 남성 디자이너 브랜드 「커버낫」은 전년에 비해 매출이 2배 늘었다. 스트리트 남성 캐주얼 브랜드 「리타」의 손희락 디자이너도 소개되며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고, 「리타」의 스냅백이 일평균 700~800개씩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 자료는 다운받아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 & 홍보 → 상품 유통 → 매출까지

    ‘숍 스텝’ 사진은 그 동안 많은 채널에서 홍보하는 구시대적 방식인 ‘7년 전 가격으로 만나세요’가 아닌 지금의 소비자 눈높이 수준에 맞는 방식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7년 전 가격이 궁금하지 않다. 오히려 각 브랜드가 가진 상품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어떻게 입어 연출할지, 그래서 그 브랜드는 어떤 메시지를 어필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무신사스토어’에서는 이 모든 걸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숍 스텝’ 사진 하나면 회원들이 보고 이야기하고 정보를 자연스럽게 능동적으로 교류한다.

    이처럼 그랩의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멋지게 만드는 기술과 감각이다. ‘숍 스텝’ 사진은 입점한 브랜드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상품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과 방법 중 하나다. 그랩이 가진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과 방법은 입점 브랜드들이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목적으로도 쓰이고, 대기업과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B2B 비즈니스를 펼치는 수익 모델로 쓰인다.

    이번 F/W 시즌 「커버낫」과 ‘무신사스토어’가 옷 만드는 일련의 제작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을 만들었다. 매 시즌 ‘옷을 제대로 만드는 집’으로 유명한 「커버낫」은 이번 시즌 야심작으로 ‘N3B아우터’를 선보였다. 「커버낫」은 올해 역시 한파와 폭설이 예상되는 가운데 양극화된 아우터의 소비 패턴을 의식하고 소재, 공정, 봉제 등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온라인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과 감각 ‘탁월’

    「커버낫」의 윤형석 대표이자 디렉터는 “‘N3B아우터’를 통해 「커버낫」이라는 브랜드가 옷을 만들기 위한 정성과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랩은 이 같은 브랜드의 니즈를 포착하고 윤 대표가 기획하는 단계부터 소재 구매, 공정, 소재별로 다른 봉제 과정, 부자재 부착 등 전 과정을 자세하고 서정적인 앵글로 담았다.

    그랩은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고 「커버낫」으로부터 프리 오더 물량으로 500장을 사입해 9월 중순 유통 채널 중에서 제일 먼저 ‘무신사스토어’를 통해 공개했다. 입점한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들어 ‘무신사웹진’을 통해 홍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브랜드의 콘텐츠와 상품을 유통시켜 매출을 올리는 최종 단계까지 진행한다. 이 공간에서 브랜드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셈이다.

    사진, 영상, 뉴스, 커뮤니케이션 등 콘텐츠 풀이 방식은 패션 대기업부터 전문기업까지 그랩에게 웹과 SNS 운영, 콘텐츠 제작을 맡기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유니클로」 제일모직의 「빈폴」과 「에잇세컨즈」 이랜드의 「뉴발란스」와 「폴더」 화승의 「케이스위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헤드」 등 총 30여개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한다.




    온라인 ↔ 모바일 ‘바코드 쇼핑 서비스’ 실시

    브랜드들의 광고와 룩북을 제작하고 인쇄하며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도 그랩이 운영한다. 또한 무신사닷컴 내에 구성된 무신사 매거진, 뉴스, 거리패션 등에도 소개된다. 이 같은 콘텐츠는 다양한 스크랩 과정을 통해 외부로 퍼져 2차 확산이 일어난다. 그랩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구글을 통해 ‘출처 무신사’ 검색을 하면 무수한 페이지가 등록될 것을 확인하며 확산 과정에도 경쟁력을 가졌다.

    패션 전문 기업들이 그랩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콘텐츠 제작부터 이 콘텐츠가 어떻게 얼마큼 확산돼 매출로 이어졌는지, 데이터 분석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기존에 페이퍼 매거진을 통해 광고 이미지를 노출해 왔다. 페이퍼 매거진 노출 방식은 분석이 안 된다. 매거진을 보고 구매가 일어난 건지 알 수 없다. 그랩은 국내 최고수준의 ‘웹로그 분석’을 통해 모든 고객의 동선(어떤 사이트에서 넘어왔는지, 체류시간, 클릭했던 상품, 최종 구매 상품 등)을 100% 분석한다.

    그랩은 현재 바코드 인식 프로그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본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 무신사 상품과 연결시켜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서비스의 관건은 상품 DB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무신사스토어에 등록된 브랜드만 750여개, 등록된 상품 수와 업데이트 속도를 놓고 본다면 지금도 무리 없다는 판단이다. 그랩은 향후 B2B 비즈니스 파트너인 브랜드들을 비롯해 기존 ‘제도권’이라고 불리던 기업들과 교류를 꾀해 브랜드와 상품 DB를 늘려갈 계획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비즈니스를 펼치는 그랩의 성장은 ‘무한대’다. 면적과 수의 한계가 없다. 무한대 속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그랩의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패션비즈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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