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골프마켓,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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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골프마켓, 향방은?

Wednesday, July 11, 2012 | 이정민 기자, mini@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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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와 맞물려 더욱 어려워진 패션시장, 이 중에서도 3년째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골프시장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며 골프웨어 전개사들의 한숨 소리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H백화점 경우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가 하락했으며 L과 S유통 또한 골프 조닝 신장률이 동기 대비 7~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스포츠브랜드와 아웃도어브랜드 사이에 샌드위치로 포지셔닝된 골프마켓은 전문성과 기능성을 요구하는 아이템인경우 스포츠 브랜드에 밀리고, 캐주얼 스타일은 아웃도어 브랜드만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골프 브랜드조차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 과연 이것을 경기불황과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골프시장의 한 전문가는 “이제 골프시장은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그간 마켓에서 보여준 상품보다 업그레이드된 상품은 물론 그에 못지않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포커스를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골프숍 골프웨어들, 나홀로 호황?  

연초 백화점MD 개편에서도 골프조닝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빅3 백화점에서 20여개 매장이 퇴출되는가 하면 10개 이상의 골프웨어들이 전면 교체됐다. 이곳을 나온 브랜드들 일부는 홈쇼핑이나 자체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며 급히 수익 모델 찾기에 나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남아 있는 백화점 브랜드들도 기획상품과 마케팅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안해보지만, 생각보다 그리 녹록지 않다.

한 골프 매장의 숍매니저는 “3년 전부터 스포츠층에서도 아웃도어와 골프웨어의 명암이 분명하게 서로 엇갈린다. 한가한 오후에도 아웃도어 매장은 늘 고객들로 붐빈다. 아웃도어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골프웨어 고정고객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가까운 강남백화점에 골프 티셔츠를 구매하러 나선 골프 마니아인 한 고객을 쫓아가 보자. 그는 골프 조닝을 한 바퀴 쓱 둘러보았지만 마땅히 구미가 당기는 아이템을 찾을 수 없다. 그것도 티셔츠 한 장에 40만~50만원이라니…. 고기능을 바탕으로 한 골프웨어라 하더라도 지갑을 여는 것이 쉽지 않다. 가격은 둘째치고 디자인과 퀄리티가 영 맘에 와 닿지 않는다.


수요 따라가는 공급처, 언제까지…  

씁쓸하게 골프매장을 뒤로하고 나온 그 고객이 며칠 뒤 필드에 나갔다가 라운지 한 코너에 구성된 골프웨어 멀티숍에서 보석 같은 골프웨어를 발견한다. 티셔츠 한 장에 6만9000원과 5만9000원. 100% 면소재에 착한 가격대와 디자인 또한 마음에 쏘옥~. 당장 지갑을 열어 두 장의 티셔츠를 샀다. 이 소비자의 구매 행태는 현재 골프웨어 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살인적인 유통마진 구조도 골프웨어 시장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크게 한몫(?!)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화점 중심으로 형성된 골프웨어 시장은 40%에 육박하는 유통 수수료를 비롯해 판매사원 인건비, 그 밖의 제반비용 등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가격도 저렴한데다 디자인까지 좋은 상품을 찾고 있다. 이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골프웨어가 이제 시장에서 이미 정점을 쳤다’는 중론이 펼쳐지면서 골프웨어 시장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며 해법을 못 찾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2000년대 중반, 골프웨어 시장에 뉴서티가 등장하면서 패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당시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기발한 멀티 아이템들이 마켓에 배출(?)됐고 지속적인 상품 개발로 새로운 디자인들을 쏟아내며 메이커들이 수요를 창출해갔다. 반면 현재는 하늘만큼 높아져 있는 골프웨어 소비자들을 쫓아가기 바쁘다. 즉 공급자 측이 소비자들을 뒤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제색깔 못찾고, 카피까지  

제품이 소비자를 따라가다보니 스타일 카피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나 수입 브랜드에서의 포인트 디자인을 따와 자사 브랜드인냥 디스플이하고 있는 곳도 눈에 띈다. 한 브랜드의 숍 매니저는 “트렌드가 한쪽으로 쏠리다보니,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동일한 트렌디한 스타일을 캐치해 소비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하지만 카피를 당한 메이커 입장은 다르다.

일본 골프 브랜드인 「A」측은 “정도껏 해야지, 칼라만 바꾸었을 뿐 컬러와 포켓, 심지어 옆트임까지 똑같다”라고 호소한다. 골프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의 부작용도 속출한다. 기존 잘 나가는 캐주얼과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의 속칭 ‘잘나가는 브랜드의 히트아이템을 수배하라’는 지령(?)이 떨어지면서 브랜드 담당자들은 백화점과 가두점을 휩쓸고 다닌다.

시즌 스타트하기가 무섭게 잘 나간다는 매장으로 속속 달려가는 일부 디자이너들과 기획자들… 시장조사하러 왔다가 잘 팔리는 아이템을 머릿속으로 스캔한다. 반면 이러한 골프 시장 상황에서 경쟁력을 스스로 찾은 업체도 보인다. 차별화된 골프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으로 날아가 새로운 신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메이커들까지, 그들의 차별화 전략이 눈물겹다.


패션이냐 기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골프웨어 시장의 고약한 문제점 중 하나로 골프 자체의 태생이 스포츠이기 때문에 기능을 담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패션과 스타일리시 바람으로 골프 브랜드들이 컨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고, 또한 매 시즌 컨셉이 달라져 소비자들조차 혼동을 겪고 있다. 한 업체 기획MD는 “골프는 골프웨어다워야 생명력이 있다. 많은 여타 브랜드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도 ‘골프웨어’라는 고유의 영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한 업체의 디자이너의 경우는 “현재 골프웨어는 골프 플레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착용할 만큼 범용화됐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의 니즈에 접근해야 한다”고 반문한다. 골프 브랜드들의 변신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신규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고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과 기능으로서의 비중을 배합해 저마다 각 브랜드에 맞는 색깔을 입혀야 할 때다.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공급자 시각이 아닌 소비자보다 반발 앞선다면 그간의 역신장으로 내리꽂았던 화살표를 다시 상승곡선으로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패션비즈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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