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 패션 계열사 투자 행보
    권오일 유니버스! 패션맵 지각변동

    w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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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8.01조회수 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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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투자 시장에 뛰어들어 이제는 투자 시장 코어로 자리잡은 대명화학. 그중심에는 권오일 회장이 있다. 기존에 전개하고 있었던 모다아울렛, 케이브랜즈, 코웰패션, 패션플러스 등을 포함해 이미 패션시장에 합류했던 권 회장은 피스워커를 시작으로 스몰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에 손을 뻗쳤다.

    본격적으로 디자이너 컴퍼니를 인수해 빌드업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엘엠씨를 전개하는 레이어와 오아이오아이로 로고 신드롬을 연 오아이스튜디오, MZ세대 감성을 겨냥한 키르시, 비바스튜디오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고 브랜드를 육성하는 차원이었던 온라인 업계는 대명으로 인해 사업 체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2018년부터 본격 투자, 피스워커 시초

    무신사가 무신사파트너스를 입점 브랜드 지원사업에서 M&A 전문 컴퍼니로 방향을 틀었고, 이외 이랜드와 코오롱, 카카오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8년 초반 대명의 투자 스타일은 1:1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지다가 본격적으로 각 계열사에서 투자할 브랜드를 찾고 있다. 2년 사이 대명이 새로 만든 패션 컴퍼니만 5개가 넘는다.

    얼마 전에는 메이저 택배 물류사인 ‘로젠택배’를 3400억원에 인수하며 서플라이 체인을 브랜드 내에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마련했다. 여기에 브랜드에서 물류, 유통,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춘 디자이너까지 탄탄하게 보유하게 되면서 패션시장에서 대명화학의 영향력과 지배력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대명은 대체 왜 브랜드 사업에 투자하게 된 것일까.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은 이 투자의 이유를 담백하게 크게 3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국내에서 여러 계열사로 묶인 지주회사에 대한 회사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부동산 사업을 통해 탄탄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대명화학이 시장에서 새로운 알파 개념을 찾는 것이다.





    탄탄한 밸류체인 생성, 구조 만들기 돌입

    내실 있고 탄탄한 기업들이 한데 모여 본인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그 어떤 회사보다 탄탄한 밸류체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향후 투자받은 회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서로 사업적인 동반 상승효과도 날 수 있고, 이들이 추후 큰 판에서 건강한 상장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는 권 회장의 인프라 축적이다. 투자자 출신인 권 회장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인프라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사람에 대한 욕심도 많다. 그는 단순히 투자할 때도 브랜드를 보기보다는 그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디자이너)가 지닌 마인드와 가치관을 첫 번째로 평가한다.

    좋은 가치관과 사업관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투자를 단행해 이를 활용해 더 다양한 사업을 붙여 주려고 한다. 온라인 디자이너에게 투자를 시작한 이후 신생 패션회사가 대명 산하에서 새롭게 생겼다. 데상트 출신 임원진이 뭉친 하이라이트브랜즈, 에프앤에프 출신 대표가 만든 월드와이드브랜즈, 패션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문유선 대표가 이끄는 픽셀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라이트브랜즈 등 신규 파생 회사도 매출 탄력

    이들 모두 권 회장이 평소 염두해뒀던 인물이며, 실제로 대표직을 맡아 능수능란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데상트 출신 이준권 대표가 운영하는 하이라이트브랜즈는 2020년 본격 가동됐으며 코닥어패럴이 론칭 직후 매출 1억원 이상을 단번에 달성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폴라로이드스타일, 말본골프, 디아도라 등을 추가로 운영하며 업계 대표 컴퍼니로 자리 잡았다.

    월드와이드브랜즈는 엠엘비에서 오랜 경륜을 쌓은 권창범 대표가 운영해 액티브웨어 볼컴과 라이선스 비즈니스인 빈트릴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브랜드가 지닌 컬처를 극대화해 홍보하고, 베이직한 느낌보다는 눈에 확 띄는 로고와 패턴 포인트를 통해 차별화하고 있다. 빈트릴 역시 백화점에서 월 1억 매출을 거뜬히 찍고 있다.

    신찬호 대표의 레이어에서 따로 분사해 문유선 픽셀 대표 산하가 된 스트리트 1세대 캐주얼 ‘라이풀’도 대중성 있는 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타기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론칭하는 것이 대명 계열사에서는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장려되는 일이다.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지배사 중 인력 공백이 생길 때, 현명하게 대체할 수 있는 힘으로 연결된다.

    유기적 비즈니스, K-패션 엄마 역할

    셋째는 K-패션의 지속가능 사업의 일환이다. 대명화학은 K-패션, 특히 감도와 능력이 상당한데 자본에 허덕이는 디자이너 또는 사업체를 조력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서로 새로운 동반 상승효과를 발산하고 더 큰 풀로 나갈 수 있도록 ‘엄마’ 역할을 하는 것.

    이 때문에 늘 칭찬보다는 ‘아쉬운 점’을 꼬집으며 투자사들과 함께 공부해 나가고 있다. 종속 계열사들은 종종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꼬집으며 다음 스텝을 바로 주문하는 대명 스타일의 핸들링이 섭섭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찌 보면 이 역시 사업가로서 크게 성장하길 바라는 권 회장의 큰 그림일 수도 있다.

    사업은 이익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지만, 결코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채찍과 당근을 함께 주겠다는 것. 이 마인드가 다른 투자회사들과는 차별화된 대명만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명이 최근 가장 공격적인 투자 페달을 밟아가는 것은 하고엘앤에프를 통한 여성복 디자이너 부문이다.

    최근 마뗑킴을 비롯해 보카바카와 르917 등 국내 주요 인기 브랜드 투자에 모두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더 공격적인 영업을 해 나간다. 여성복 투자에서는 하고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는 이유는 다른 곳에 비해 브랜드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키워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많은 브랜드가 대명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로젠택배, 로지스밸리로 물류 투톱 확보

    대명은 앞으로도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간다. 브랜드와 사람을 동시에 투자하는 것이기에 특별히 정해져 있는 공통 기준은 없지만 ‘사업과 가치관에 대한 진정성’만은 필수요건이다. 이들은 디자이너 밸류체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패럴 물류 전문기업 로지스밸리에 이어 최근 물류 택배 전문기업 로젠택배까지 인수했다.

    여러 택배사 가운데 한 곳과 손을 잡은 대명은 이를 통해 브랜드 투자에 더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수 주체가 된 코웰패션은 로젠택배의 물류·인송 IT인프라인 ‘iLozen’을 결합한 통합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동시에 이커머스 전용 패션 트렌드 상품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단기적 투자 × 건강한 생태계 목표

    권 회장의 측근 중 모 대표는 “권 회장은 굉장히 이성적이면서도 냉철한 사람이다. 그 자리에 계신 분들이 신진 디자이너 또는 새로운 생태계를 이해하기가 힘든 법인데 늘 대표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때에 맞는 무기를 들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대명화학은 당장에 단기적인 투자로 이익을 보기 위해 패션업계에 입성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본보다는 한 회사에 투자해 이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파생해 내는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린다. 궁극적으로 ‘대명유니버스’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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