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패션총괄 박철규)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뉴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거대 자본과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가 만나 K-패션 파워를 세계화하겠다는 취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급한 매출 성과보다는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라는 사명감을 갖고 브랜드를 알리고 한 계단씩 밟아 올라서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 패션 글로벌 프로젝트의 선두에는 올해 파리패션위크 데뷔 10주년을 맞은 「준지」가 있다. 2007년 진출 때부터 전 세계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준지」는 지난 10년간 변함없는 아이덴티티를 지켜 오면서 매 시즌 흔들림 없는 컬렉션을 펼쳤다.

이제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준지」. 그리고 브랜드를 이끌어 온 수장 정욱준 디자이너(상무)에게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준지」는 남성복에서 여성복, 컬렉션에서 커머셜 라인까지 무리 없이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가는 중이다. 2011년 삼성물산과 인수합병(M&A)하면서 기업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온 정 상무는 디자인 작업에 더욱 몰두, 「준지」를 글로벌화하는 데 열정을 쏟아부었다.

대기업과 디자이너 간 M&A 사례가 여럿 있었지만 그 가운데 ‘글로벌’을 중심으로 본다면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평가된다. 새해 F/W시즌 정식으로 론칭하는 여성복 「준지」는 글로벌마켓에 동시 론칭하는 브랜드이며 올해 캡슐 컬렉션을 통해 몇몇 스타일을 소개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준지」의 성장 잠재력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브랜드는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뉴욕시장에서 기반을 다져 가는 「구호」다. 2010년 「헥사바이구호」로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올랐던 이 브랜드는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으며 파리로 확장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컬렉션 위주로 선보였던 「헥사바이구호」는 수주에 한계가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구호」가 다시 선택한 뉴욕시장은 컬렉션이 아닌 좀 더 웨어러블하며 실용적인 상품이다. 런웨이에서 끝나지 않고 바이어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쇼룸을 구성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뉴욕 법인에서 쇼룸을 운영하고 미국 대형 유통사 바이어들을 초청해 상품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그리고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파리사무소에 쇼룸을 설치해 유럽 바이어들과도 만났다. 국내 상품과 동일한 상품 라인을 갖고 세계화에 도전한 「구호」다. 이를 위해 국내 상품기획실은 최소 반년 이상 스케줄을 앞당겨 글로벌 패션시장에 맞춰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와의 합작 브랜드로 화제를 모은 「노나곤」! 양사가 공동 설립한 네추럴나인(대표 양민석)을 통해 전개하는 「노나곤」은 현재 중국, 홍콩, 일본 등에서 열풍을 일으킨 라이징 스타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히든 카드다.

파리 ‘트라노이’ 등 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노나곤」은 홀세일 비즈니스로만 매출을 올린다.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해외로 나가 매 시즌 수주 금액을 목표 이상으로 만들어 내는 「노나곤」은 하이 스트리트캐주얼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일단 꾸준히 바이어들과 상담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준지」부터 「구호」 「노나곤」까지 삼성의 자본력과 크리에이티브 역량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K-패션의 위상을 높여 나가고 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딛고 해외에서 한층 성숙한 브랜드로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이들 브랜드의 경쟁력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